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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심는 녹화’ 넘어 ‘쓰는 산림’으로 기후위기 돌파해야 / 남성현(임산생명공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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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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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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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0
첨부파일
황폐된 산야를 복구하기 위해 제정된 식목일이 어느덧 81회를 맞는다. 대한민국은 지난 80년 동안 145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국토의 63%를 푸른 숲으로 채웠다. 현재 우리 숲의 임목축적은 10억㎥(전 세계 연간 목재 소비량의 약 4분의 1)에 달하며, 매년 약 2000만㎥씩 착실히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수치 뒤에는 뼈아픈 역설이 숨어 있다. 매년 목재 수요의 80%이상을 해외에 의존하며, 연간 약 7조 원의 외화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남성현 국민대학교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우리가 '보존'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사이, 임업 선진국들은 산림을 철저히 경제·환경적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산림 강국들은 연간 임목 생장량의 약 80% 이상을 계획적으로 벌채해 목재로 사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간 생장량(약 2000만㎥)의 고작 20% 남짓 만을 목재로 활용하고 있다. 나머지 80%는 숲 속에서 노령화되며 탄소 흡수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잘 가꾼 우리 나무를 두고도 정작 안방에서는 남의 나라 나무만 쓰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기후위기 시대에 발 맞춰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목재 수확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다. 환경단체와 국민들은 여전히 벌채를 환경 파괴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숲도 생애주기가 있다. 일정 연령(輪伐期)에 도달한 나무는 생장 속도가 둔화되고 탄소 흡수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제 때 나무를 수확하고 그 자리에 새 나무를 심는 것은 숲의 활력을 유지하고 탄소 흡수원을 젊게 유지하는 '선순환 경영'의 핵심이다. 정부는 벌채가 단순한 채취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갱신'임을 과학적 데이터로 설득해야 한다. 생태계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친환경 벌채 기법을 표준화하고, 수확된 목재가 어떻게 기후 변화 대응에 기여하는지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숲이 탄소의 '흡수원'이라면, 목재는 탄소의 '저장고'다. 나무를 베어 가구로 만들거나 건물로 지으면 그 속에 저장된 탄소는 수십 년간 고정된다. 최근 글로벌 트렌드인 '대형 목조건축(Mass Timber)'은 시멘트와 철근을 대체할 강력한 대안이다. 목재는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콘크리트나 플라스틱과 달리 탄소를 품고 있는 친환경 소재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고층 목조 빌딩이 들어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층 목조건축물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공공건축물부터 국산 목재 사용을 의무화해 '도시 속의 탄소 저장고'를 늘려나가야 한다.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곧 기후위기 대응의 실천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내 산림경영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낮은 수익성이다. 험준한 지형과 영세한 산주 구조는 생산 단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도(林道) 확충'이 필수적이다. 임도는 산림 관리의 혈관과 같다. 임도가 확보돼야 기계화 작업이 가능해지고 수확 비용을 낮춰 국산 목재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목재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산림 소유자들이 나무를 키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민간 주도의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이 안착할 수 있다.
81번째 식목일을 앞 둔 지금, 우리는 선배 세대가 피땀 흘려 가꾼 숲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이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숲을 '손대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 직무유기다. 자원 전쟁의 시대, 국산 목재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선진국처럼 생장량에 걸맞은 수준으로 목재 수확량을 높여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고, 동시에 건강한 숲을 유지해 환경적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81년 전의 식목일이 '헐벗은 산을 푸르게' 만드는 날이었다면, 오늘날의 식목일은 '푸른 숲을 가치 있게' 사용하는 날로 기억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산림 강국 대한민국이 기후위기 시대에 전 세계에 제시할 새로운 해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