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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발레는 나에게 '숨'입니다 /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무용수 엄재용(무용전공 10)

 ‘발레리나, 발레리노’하면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를까. 왠지 평범한 삶을 살 것 같지 않고 피와 땀, 그리고 강한 자기절제가 필요할 것 같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엄재용 씨는 발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평범한 젊은 청년이었다. 발레리노로서 그가 갖는 고민, 그리고 그를 통해 발레와 삶에 대한 열정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유니버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라는 지위가 가지는 의미가 궁금하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국립발레단과 함께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발레단이다. 발레단에 들어온 후, 무용수로 시작해서 한 단계씩 밟고 올라서다보니 마침내 수석무용수가 될 수 있었다. 수석무용수는 흔히 발레 작품에서 주인공과 같은 역할을 맡고, 따라서 한 작품에서 비중이 가장 크므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Q. 이미 수석무용수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다시 국민대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일단, 무용전공에 대한 학위가 없었기 때문에 내 분야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다. 문영 교수님과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었는데 문영 교수님이 지닌 발레에 대한 열정이 좋았다. 그래서 교수님 밑에서 배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국민대학교에 오게 되었다. 나는 이미 직업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고 그런 사람들 속에서 늘 생활해왔는데, 학생들 틈 속에서 공부하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하고 좀 색다르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학생의 입장으로 돌아가 다시 공부하게 되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Q. ‘발레리나의 노력’하면 강수진 씨의 상처투성인 발이 생각난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연습을 하나.
보통 오전 11시부터 6시까지 발레 연습을 한다. 공연을 준비할 때는, 이미 해 본 작품의 경우 보통 2~3주의 연습기간이 필요하고 새로운 작품을 받으면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더 많은 연습시간을 필요로 한다. 11월에 ‘오네긴’이라는 작품을 앞두고 있는데 현재는 부상을 당해서 많은 연습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Q. 발목부상을 입었는데, 부상 때문에 힘든 순간이 많을 것 같다.
무용수에게 있어서 부상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문제다. 지금까지 나는 발레 밖에 모르고, 발레만 하면서 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부상을 당하면 모든 흐름이 깨져버리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어진다. 발레를 그만할까 고민했던 슬럼프 시기도 부상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부상만 없었으면 좋겠다(웃음) 하지만 부상은 무용수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 같기도 하다.

 

 

 

Q. 발레나 운동처럼 몸을 쓰는 일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분명 필요할 것 같다. 재능과 노력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무용수들도 타고난 요소가 많이 중요하다. 물론 무용 자체를 취미로 하거나, 발레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신체적인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위치, 주역자리를 욕심낸다면 타고난 요소들이 있어야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발레하는 사람들은 팔 다리가 길면 좋다. 하지만 타고난 것은 어디까지나 선천적인 부분이고 노력으로 다듬지 않는다면 빛을 발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노력이 없으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노력이 훨씬 크다고 말하고 싶다. 

 

Q. 최근에 ‘블랙스완’과 같은 영화도 흥행에 성공했고, 과거에 비하면 사람들이 무용수를 보는 시선이 많이 변한 것 같다. 특히 남자무용수는.
어머니께서 발레교수님이셨기 때문에 어렸을 적부터 나는 발레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레를 일상과는 먼 예술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직업이 뭐냐고 물었을 때 직업 무용수라고 대답하면 예전에는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오히려 특이하면서 멋있다, 인상적이다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

 

Q. 그래도 여전히 발레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기자도 사실 그렇다.(웃음) 발레공연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작품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추천해 달라.
일단 남녀노소, 연령 상관없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펼쳐지는 ‘호두까기인형’ 같은 작품의 경우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어서 추천한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부터 시작해 조금 조금씩 견문을 넓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Q. 1박2일 시청자 투어 편에 유니버설 발레단이 참가한 것을 보았다.
내가 신청했다.(웃음) 유니버설 발레단에 있는 동안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시청자 투어를 한다는 이야기에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직접 신청을 했고, 운 좋게 뽑힐 수 있었다.

 

Q. 그 프로그램에서 발레단 사람들이 어려운 동작도 선보이고 그랬는데, 그런 동작을 하려면 서로를 많이 의지해야할 것 같다.
맞다. 물론 혼자하는 공연도 있고 솔로 독무대도 있지만 작품 하나에 다른 무용수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 공연에서 그 점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각한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발레단 사람들과 더 돈독해질 수 있었고 재미있는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협동심도 고취시키고,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Q. 발레를 공부하는 국민*인은 물론이고, 언젠가 엄재용 씨처럼 최고의 발레단의 수석무용수가 되는 것이 누군가에겐 꿈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없나.
다른 인터뷰에서도 자주 했던 말이지만, 나에게 발레는 ‘숨’과 같은 존재이다. 발레와 함께 호흡하기 때문에 발레 없이는 살지 못할 것 같다. 무용수라면 발레를 삶 속에 가득 채워넣길 바란다. 또 부상 때문에 힘들고 괴롭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단, 너무 많은 자신감은 위험하다.(웃음) 자신감을 갖되, 자만하지 않았으면 한다.

 

 엄재용 씨는 앞으로 발레단의 단장이나 예술감독이 되는 것이 최종 꿈이라고 말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발레이기 때문에 발레가 아닌 자신을 상상할 수 없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노력하는 것’도 재능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했다. 인터뷰 후 11월 그가 출연하는 오네긴이라는 공연을 보러 갈 계획을 세웠다. 공연을 보면서 좋아하는 것을 향한 그의 진심어린 열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