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그 속에서 나를 찾다 / 2011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 졸업전시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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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空間)이라는 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비어 있는 사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무수한 사이, 어쩌면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지도 모르는 틈을 채워 넣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끊임없이 탐구한다. 지난 4년간 실내디자인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면서 학생들이 배운 것은 비단 학문 그 자체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지금도 찾고 있는 공간 속의 어떤 확신, 공간 속의 ‘나’. 유난히 푸르고 화창했던 10월의 가을날,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 졸업전시회를 찾았다.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 졸업전시회
경복궁 역 정류장에서 내려 ‘팔레 드 서울’ 건물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쁘고 혼잡한 서울 속에서 이곳은 마치 시계추가 천천히 가는 곳처럼 느껴졌다. 고즈넉한 경복궁과 현대의 문명들이 만나는 그곳은 ‘현대적인 공간과 미래적인 공간의 조화’라는 졸업전시회의 한 테마와도 묘하게 어우러졌다.
작품을 관람하던 도중 한 문구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소크라테스의 명언대로라면, 자신에 대한 착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이 현명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내 뜻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허무한 기대 속에서 산다. 」세상과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공간에 적용시키고자 노력한 학생들의 시도가 인상깊다. 기생(parasite), 변질(Meta-), 확장(Expanded-), 초(Hyper-) 등 여러 속성을 가지고 학생들이 공간을 해석하고 디자인한 전시회장은 환상적인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한 학생은 자신의 작품을 ‘또 다른 나를, 우리를 마주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인문학, 철학 등을 소재로 공간 속에 자신의 자아를 불어넣은 학생들의 작품이 유독 귀중하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김지호: 저는 저희 과에서 졸업전시준비위원회 홍보팀장을 맡았어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고 작품을 제작하는 데는 40여일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졸업하는 52명과 1~2학년 후배들과 함께 작업해서 총 80여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힘들고 어려운 고비도 있었지만 이렇게 마침내 전시회를 열게 되니 뿌듯하네요.
학생들의 작품이 아름다워 보였던 이유는 새로운 디자인과 그 속에서 가치를 찾기 위한 실험 자체에 귀중한 의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란 말이 있다. 이 날 학생들의 작품을 한 점 한 점 살펴보며 이 모든 노력이 디자이너로서의 밝은 첫 출발을 뜻한다는 것을 느꼈다. 4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빚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학생들이 한 걸음 성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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