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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눈으로 보던 만화 속을 거닐다. 만화의 거리 "재미로"

국민대학교에서 30~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명동역,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대는 이곳에는 사실 쇼핑 이외에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거리가 있다. 바로 만화의 거리 "재미로"의 이야기이다. 3번 출구를 나와서 남산 방향을 바라보면 볼 수 있는 이 거리에서는 한국의 많은 만화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튀어 나와서 우리를 반긴다. 아기자기한 소품들, 여러 이벤트로 우리의 흥미를 끄는 이곳을 바로 지금 걸으며 소개하려고 한다. 거리 거리 마다 만화로 수 놓아진 "재미로"를 함께 걸어보자.

 

 

 



길음역에서 7 정거장 떨어진 명동역에 도착해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볼 수 있는 상상공원에는 "재미로"라고 적혀있고 거리가 간략하게 그려져 있는 지도가 방문객을 반긴다. 지도에는 약 30~40분 가량의 여정이 소개되고 있으며 그 위로 하얗고 둥근 기둥들이 지탱하는 천장에는 위의 사진에서처럼 만화 "궁"의 캐릭터들을 찾아볼 수 있다. 큰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었던 이 만화는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독특한 발상으로 왕세자와 한 평범한 여고생의 정약결혼을 매력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만화를 뒤로 하고 거리를 걷다보면 "안녕 자두야", "달려라 하니" 등 큰 히트를 쳤던 한국의 만화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출구를 벗어나 5분 정도 걷다보면 사연우체국을 발견할 수 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사연우체국은 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서 공영 주차장 우측과 상단에 마련된 큰 간판을 통해서 단편의 만화로 사연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두 작가의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 지나가는 많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는데, 함께 지나가던 친구 혹은 연인과의 작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만화박물관 "재미랑"을 발견할 수 있다. 노랗고 특이한 모양을 가진 이 건물의 바깥에는 놓지마 정신줄의 입간판과 함께 아기자기한 벤치가 있었고 건물에 들어서니 한국 만화의 아기자기한 캐릭터들과 함께 그와 관련된 여러 소품들과 관련 팬시 제품들을 볼 수 있다. 연필, 공책, 부채, 필통 등 여러 캐릭터들이 새겨진 혹은 기발한 발상의 독특한 아이템들이 눈길을 끌었다. 안내 데스크에서 각 층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기 때문에 방문하는 사람마다 필요한 정보도 얻고 쉽게 즐길 수 있다.

 

 


재미랑에서 나와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보면 각 만화의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만화 언덕"을 지나게 된다. 돌 담벼락을 따라 옹기종기 붙어있는 재미로의 분위기를 한 층 더 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큰 반전이 있었는데 이 판은 해가 저물면 자체적으로 불이 들어와서 또 다른 장관을 만든다는 것이다. 해가 저물기 전에 이 언덕을 지났다가 해가 저물고 돌아오는 길에는 올라왔던 길과는 또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만화언덕을 모두 오르고 나면 재미로의 마지막 종착지인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 도착할 수 있다. 애니 센터와 만화의 집으로 이루어진 이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는 만화, 애니메이션의 전시를 볼 수 있는 전시실, 클레이 재료를 구입하여 캐릭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캐릭터 공작실, 만화를 포함한 관련 도서자료가 있는 도서정보실, 영상자료와 시청을 할 수 있는 곳이 준비되어 있는 애니툰존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센터 바깥에는 곳곳에 한국 만화를 대표하는 캐릭터 동상들이 위치해 있어 길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어린 시절 재밌게 봤던 날아라 슈퍼보드의 손오공, 사오정을 비롯해 언제나 고길동 아저씨를 괴롭히던 둘리,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라바 등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동상들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로봇 태권V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 최고 인기의 위상을 자랑하듯 사람들의 2~3배 되는 크기로 제작되어서 지나가는 남자 아이마다 다리 사이에 매달려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거리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을 대라면 가는 장소마다 보이는 만화속의 대사를 전달하는 표지판들을 말할 수 있다. 거리를 걸으며 읽어나가는 만화 속의 대사 하나하나는 그 만화를 아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리게끔 한다. 순정만화의 하경이 말했던 "외로워서 그를 만나는 걸까 두려웠는데 이제는 그가 없으면 외로울까봐 두려워.",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류환이 행복했던 예전 사진이 있는 액자 뒤에 남기고 간 "엄마 아프지 마요." 이러한 대사들은 마치 우리의 삶을 반영하듯 우리로 하여금 마음을 저미게 한다.

 

 

재미로의 여정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지나왔던 곳을 되새김질 하며 처음 걸었을 때 눈에 띄지 않아 미처 보지 못했던 캐릭터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나 이외의 이 거리를 걷는 주위 사람들 또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각자 자신이 좋아했던 캐릭터들,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 영화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각자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이 거리는 반가움과 재회의 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금껏 살면서 놓쳐왔던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하며 길을 걷게 걸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만난 상상공원에서부터 사연 우체국을 지나 재미랑에 들르고 만화 언덕을 올라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 도착하고, 다시 내려오는 여정에서 천천히 여러 캐릭터들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며 걷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고 재미로의 여정이 마무리 되었다. 걷는 내내 든 생각이 있다면 혼자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손잡고 걸으며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시작으로 서로의 예전을 공유하며 걸었으면 한다. 그리고 어릴 때 느꼈던 그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걸었으면 한다. 그렇게 한다면 현실에 치여서 우리가 줄곧 잃어왔던 것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함께 만화 속을 걸으며 천천히 느껴보자. 그리고 되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