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를 꿈꾸는 베이시스트, 닐스 제르망(Nils Germain)과의 이색적 인터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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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이라는 단어는 異(다를 이), 色(빛 색) 자를 써서 보통의 것과 색다른 성질을 지닌 것을 표현하는 관형사다. 유형의 물체이던 무형의 생각이나 경험이든 간에 어떠한 것에서 비롯된 이색적인 느낌은 작은 변화부터 큰 변화까지 이끌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왠지 모를 이색적인 느낌에 이끌려 한 프랑스 청년이 이름도 잘 들어보지 못 했던 나라에서 청춘을 보내게까지 했으니 말이다. 5년 전,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잠시 머물러 온 Nils는 북한이랑 가까이 있다는 게 너무나 무서웠다. 하지만 곧 한국의 이색적인 느낌에 사로잡혀 첫 자취 생활을 한국에서 시작했고, 홍대 밴드의 베이시스트가 되었고, 미래 디자이너의 꿈을 위해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도 했다. 이색적인 느낌에 이끌려, 이색적인 나라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하고, 자신만의 이색적인 청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그럼 지금부터 닐스와의 이색적인 인터뷰를 글을 통해 만나보자.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닐스 제르망(Nils Germain)이구요. 프랑스에서 온 학생이에요.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14학번입니다.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닐스라고 불러도 되나요? 네 닐스라고 부르면 돼요. 먼저 제가 닐스를 ‘웨이스티드 쟈니스’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접하게 됐어요. 제가 음악을 잘 몰라서(웃음) 정보를 많이 찾아보니까 인디 신에서 꽤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밴드더라구요. 공연도 많이 하고 그러다 보니까 그래도 자주 찾아주는 팬분들이 생겼어요. 사실 한국에서 거의 대부분 밴드들이 많이 어렵잖아요.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우리 웨이스티드 쟈니스(Wasted Jhonny’s)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거 같아서 많이 고맙죠.
‘웨이스티드 쟈니스’ 밴드를 수식하는 말들이 참 다양해요. 인디밴드, 개리지 록밴드, 로큰롤 밴드….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는 건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딱 말하기 힘들어요. 항상 바뀐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맨 처음엔 블루스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점점 하다 보니까 블루스부터 재즈, 록, 가스펠도 다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프랑스에 있을 때부터 록을 했기 때문에 록 백그라운드가 있어서 보컬 누나가 여러 음악 장르들을 연결해요. 그래서 우리 밴드 음악은 잘 모르는 사람한테는 너무 복잡하고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록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은 진짜 좋아하는 거 같아요. 홍대 신에서 우리 밴드 소리가 되게 재밌어요. 외국 스타일이랑 한국 스타일이랑 많이 섞여 있어서요. 되게 독특해요. 아예 인디밴드인 것도 아니고 스윙 느낌이 있기도 하고.
앨범 발매도 꽤 많이 했던데요! EP 앨범 1장, 정규 앨범 1장, 싱글 2장 나왔어요. 혹시 특별히 더 좋아하는 곡이 있나요. 물론 모든 노래 다 좋아하죠. 음, 그런데 ‘Run Away’라는 곡을 많이 좋아해요. 이 곡은 탈북자들을 돕는 NGO 단체를 위해서 썼던 노래인데 가사도 되게 좋고, 음악 장르도 전 거랑 아예 달라요. 그래서 들을 때마다 되게 감동해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최근에 나왔던 싱글 앨범에 있는 록 발라드 곡 ‘강’이요. 우리 웨이스티드 쟈니스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본 경험이 된 곡이었어요. 근데 그러면 프랑스에 있을 때부터 밴드 활동을 했던 건가요? 베이스를 언제부터 쳤던 거예요? 프랑스에서 고등학생 때부터 취미로 베이스를 쳤어요. 그런데 웨이스티드 쟈니스처럼 제대로 된 밴드에서 한 건 한국에서 처음 한 거죠. 웨이스티드 쟈니스의 베이시스트는 어떻게 되게 된 건가요. 제가 입시 때 홍대에 있는 미술학원을 다녔어요. 홍대에는 밴드들이 많이 있잖아요. 맨날 지나가면서 나도 저런 밴드 활동을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떤 날에 학원 친구가 종이 포스터를 보여주면서 여기 오디션 한 번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포스터에 있는 번호에 전화해서 오디션 보고 밴드에 들어가게 됐어요. 밴드 리더 누나가 밴드 사람들을 많이 알아서 제가 합격된 날에 저가 엄청 좋아했던 로커들이랑 로커들 집에서 막걸리 엄청 먹고.(웃음) 근데 그날이 제 인생 바꾸는 날이었어요. 럭키 데이.
재밌어서 너무 음악 얘기만 한 것 같아요. 사실 이게 가장 먼저인 질문인데.(웃음) 한국에는 어떻게 정학하게 됐어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원래 아버지 일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라들을 많이 다녔어요. 저는 스웨덴에서 태어나서 프랑스로 옮겼고, 또 러시아로 옮겼고, 다시 프랑스에 돌아왔다가 한국에 오게 됐어요. 그래서 이런 패턴이 익숙했었고 다른 나라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했어요. 그런데 프랑스 집에 돌아갈 때마다 항상 우울했어요. 그땐 청소년이었는데 어두운 기간이었어요. 학교도 다니기 싫고, 목표도 없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왔는데 프랑스에 있던 닐스보다 한국에 있는 닐스가 훨씬 좋은 거예요. 한국 생활이 되게 재밌었어요. 그리고 제가 고3 때 한국에 와서 서래마을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반 친구들이랑 팀워크가 생겨서 친구들 때문에도 많이 바뀌었어요. 그리고 한국 문화랑 한국의 비주얼이 프랑스랑 아예 반대니까 되게 재밌었어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좀 알고 있었나 봐요. 아뇨. 거의 몰랐어요. 왜냐면 제가 한국에 올 때엔 K-pop 별로 유명하지도 않았고, 일본이나 중국보다 확실히 사람들이 더 잘 몰랐어요. 그땐 그냥 박지성이랑 북한 정도만 아는? 그래서 한국에 오기 전에 북한 때문에 무서웠는데 주변에서 깨끗하고 안전하고 매너 있는 나라라고 해서 좀 궁금했어요. 살다 보니까 한국은 진짜 편한 나라예요. 프랑스와 한국에서의 생활 스타일이 전체적으로 많이 달랐을 텐데. 적응하기 힘들진 않았어요? 물론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처음에는 적응하기 좀 힘들었죠. 왜냐면 프랑스에서는 엄청 여유 있는 생활을 했었으니까요. 그래서 한국에 왔을 때 스트레스는 쉽게 받을 수 있었는데 고등학교부터 다니면서 한국의 그런 문화들에 적응했어요. 원래 경쟁도 되게 싫어했는데 나쁜 경쟁이 아니라 좋은 경쟁을 하면 저도 많이 배우더라고요. 사실 아직도 한국어 모르는 거 많고, 문화 같은 것도 문제 되게 많아서 매일매일이 챌린지예요. 그래도 재밌는 챌린지예요.
닐스는 시각디자인과 14학번 재학생인데요, 어떻게 국민대에 입학하게 된 거예요? 원래는 고등학교 때 한국에서 프랑스 대학을 준비하다가 중간에 생각이 바뀌어서 한국 대학을 가기로 했어요. 제가 원래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었거든요. 베이스랑 그림 그리는 게 취미여서 집에서 맨날 혼자 연습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한국 대학교 디자인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국 학교는 그림 준비를 엄청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해서 입시 동안 진짜 열심히 했어요. 그때 부모님은 다시 프랑스에 돌아가셨는데 저 혼자서 입시 준비하느라 한국에 남았는데, 만약 입시 실패하면 다시 프랑스에 돌아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후회 없이 노력하고 나니까 국민대에 입학하게 됐어요. 성공했나 봐요.(웃음) 저는 대학 생활보다 입시 때가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제가 러시아에 살았을 때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근데 특히 소련 포스터 같은 데에 들어가는 페인팅? 약간 북한 포스터 같은 스타일? 이런 거에 관심이 많았어요. 좀 만화 같은 그림에다가 메시지가 엄청 크게 들어가 있고 이런 비주얼요. 1950년대에서 1980년대에 있던 포스터들 같은 스타일이나 올드스쿨을 되게 좋아해서 그런 느낌들이 많이 나는 걸 좋아해요. 그런 느낌의 디자인이 뭔가 만지고 싶은 느낌이 들고,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 같아서요. 웨이스티드 쟈니스 앨범 아트나 공연 포스터 작업도 닐스가 다 했나 봐요. 네, 제가 디자인할 수 있으니까 우리 웨이스티드 쟈니스 앨범 자켓이나 단독 공연 포스터들 제가 만들기도 했어요. 저도 재미있어서 한 것도 있고요. 본인의 디자인과 음악이 관련이 많이 되어 있는 거 같은데요? 음악이랑 디자인에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음악이랑 디자인은 정말 끝이 없거든요. 계속 계속해도 디테일 부분에 계속할 게 있고 하니까 그건 음악이랑 디자인이랑 똑같아요. 그리고 팀워크로 이루어지는 것도 그렇고요. 그런데 확실한 건 제가 음악을 하는 게 제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친 거 같아요. 이제 벌써 3학년인데, 닐스는 학교생활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기억은 없나요? 왜, 조형대 학생들은 자주 밤새우면서 작업도 하곤 하잖아요. 맞아요. 조형대에서는 야작(*야간작업) 많이 해요. 근데 전 사실 학교생활에 아쉬운 점이 더 많긴 해요. 제가 밴드 활동을 2011년부터 해서 대학 입학하기 몇 개월 전에 소속사랑 계약도 해서 지금까지 학교에 신경을 좀 못 썼어요. 그래서 음악적으로는 많은 것도 경험하고 그랬지만, 디자인적으로는 항상 아쉬운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도 프로젝트 때마다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챙겨줘서 고마워요.
(중)뉴욕 공연 사진
그 아쉬운 마음이랑 걱정이 계속 남아 있어서 이번에 밴드 활동을 그만두게 되는 데에 결정적인 이유가 된 건가요? 그렇죠. 저도 이제 3학년이고 곧 있으면 졸업도 하니까 이것저것 진짜 복잡했어요. 학교 공부에 더 집중해서 디자인적으로 많은 걸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고, 밴드 활동도 계속하고 싶기도 했어요. 근데 우리 멤버들은 다 밴드 활동만 프로페셔널하게 하는 멤버들이기 때문에 항상 제 스케줄에 맞추고 해야 해서 계속 계속 미안하고, 저 때문에 못하는 게 많았어요. 그래서 부담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맨날 고민하다가 멤버들이랑 많이 얘기해보고 해서 결국 저는 밴드 활동을 그만하고 학교생활에 집중하기로 같이 잘 얘기가 됐어요. 그래도 웨이스티드 쟈니스 밴드 활동 덕분에 닐스는 잊지 못할 경험들, 또 남들이 쉽게 해보지 못할 경험들을 많이 해본 거 같아요. 사실 전 프랑스에 있었을 때 말투도 좀 그렇고, 눈 컨택도 잘 못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록을 통해서 엄청 많지는 않더라도 좀 자신 있는 닐스로 변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웨이스티드 쟈니스를 통해서 처음엔 작은 클럽에서 관객 3명 앞에서 공연하다가 점점 100명, 200명 앞에서 공연해보고, 안산 페스티벌 같은 데 가서는 거의 2000명쯤 되는 사람들 앞에서도 해보고…. 진짜 저가 변화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뉴욕에 가서도 공연을 했었는데, 그 공연은 탈북자들을 도와주는 NGO 단체에서 기금을 모으는 그런 활동에서 한 공연이었어요. 그때 부모님도 제가 공연하는 모습 보면서 엄청 좋아하시고 그래서 되게 뿌듯했죠. 말도 못하는 먼 나라에서 아들 혼자 보내놓고 좀 마음이 불편했는데, 제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도 많이 기뻐하시는 게 정말 좋아요. 뮤직비디오도 찍고, 라디오도 하고, TV 출연도 했잖아요. 완전 연예인인데요? 아, 아니에요.(웃음) 사실 TOP 밴드를 촬영할 때는 우리 밴드한테 엄청 찬스일 수 있었는데 잘 안 된 거 같아서 많이 아쉬워요. 그때 엄청 열심히 했었는데 생각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이 많이 없었어요. 이 프로그램 때문에 휴학도 했었는데. 그때 즈음에 한국에 인디밴드가 유행을 타게 되면서 국카스텐, 칵스 이런 밴드들을 사람들이 알게 돼서 방송국에서 저녁 타임도 주고 이런저런 프로그램도 생겼었는데 그때가 좋은 밴드한테 좋은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TOP 밴드를 통해서 우리도 인기를 좀 얻을 수 있겠다 생각했었는데, 기대했던 만큼 없었던 거 같아서 많이 아쉬워요.
젊은 나이에,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정말 여러 경험들을 많이 해봤어요. 그렇게 재미있게 20대의 청춘을 한국에서 보내고 있는데, 혹시 본인만의 모토가 있다면 뭔지 궁금해요. 전 정말 후회 없이 해보려고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저의 디자인과 음악을 계속해서 연결해나가려고 할 거예요. 이 둘은 저한테 정말 소중하고 놓을 수 없는 거니까요. 둘 다 계속 즐기면서, 열심히 해가면서 저만의 목표를 이루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가고, 끝없는 노력들을 하면서 나아가고자 하는 닐스의 방향은 뭔가요? 일단 무조건 한국이에요. 한국에서 사는 게 그냥 행복해서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2년 동안 다양한 경험은 많이 해봤으니까 이제는 조금 더 프린트 디자인에 신경 쓰려고요. 제가 디자인 중에서도 프린트 디자인이랑 웹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데, 앞으로 남은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둘 중에 하나를 확실하게 선택해야 할 거 같아요. 이제 학교에 진짜 focus를 하려고요. 그리고 나중에 외국 회사에서 한국 사람들한테 맞는 디자인을 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음악도 계속 해나가고 싶고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프로페셔널한 밴드가 아닌 작은 밴드더라도 밴드 활동도 계속해가고 싶어요. 그렇게 저는 계속 한국에 있을 거 같아요.
닐스를 한국과 한국 대학으로, 유명 밴드의 베이시스트로도 이끌었던 처음의 이색적인 느낌은 이제는 닐스만의 어떠한 특성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특성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닐스에게 이색적인 매력을 느끼게 한다. 처음엔 이색적이며 다소 낯설기까지 했던 것을 비로소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나면 매력 이상의 마력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의 닐스, 베이시스트로서의 닐스, 한국에서의 삶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닐스 이 세 닐스 모두를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응원하며 그의 행보를 지켜보자.
* 닐스 제르망이 소속된 '웨이스티드 쟈니스' 영상 보기 - YouTube(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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