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폭설에 파묻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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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보이는 것이 있으랴.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면 눈사람과 눈싸움이 떠올라 함박웃음을 지을 것이고, 현실의 때 묻은 눈으로 바라보면 교통체증과 제설이 떠올라 쓴웃음을 지을 것이다. 대학생이 동심을 지녔다면 아직 현실을 외면하는 모자란 놈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현실을 너무 알아버린 20대이지만 아직 우리 마음의 창고엔 깨어진 동심이 남아있다. 자세히 보니 금이 갔지만 아직은 쓸만한 것 같다. 케케묵은 먼지를 후후 불어날린 후 카메라에 동심을 장착하고서 폭설에 덮힌 교정으로 나가보았다.
예상치 못한 폭설에 교정이 파묻힌다. 함박눈이 매서운 바람과 함께 성큼성큼 쌓인다. 우왕좌왕하는 사람들과 눈 구경 나온 성곡동산 강아지들이 비교된다.
눈이 와서 신난 것은 강아지만이 아니었다. 교내 조각상들도 눈을 맞아 기쁜가 보다. 폭설이 내려서 걱정하는 건 사람밖에 없나 보다.
내리막길도 눈이라는 옷을 입으니 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미끄러운 내리막길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놀이터가 되었다.
바라보기에 따라 달라지는 눈은 참 재미있다. 내 마음이 얼마나 새하얀지 알려주는 검사표 같다. 매섭게 몰아치다가도 어느새 내려앉아 소복소복 쌓이는 모습은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 눈은 겨울에만 내린다. 겨울은 사계절 중에서 해가 바뀌는 유일한 계절이다. 겨울에 눈이 내리는 이유는 지난 1년간 일에 치여 순수함을 잊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새 해를 맞이하라는 뜻이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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