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의 삶.. 노학영 컴텍코리아 사장 (경영38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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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30%는 봉사활동..나머지는 비즈니스에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빌 게이츠와 워렌버핏의 엄청난 기부금 소식에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경영자가 없을까' 하며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의 기부 문화와 경제 규모가 그 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다면 노학영 컴텍코리아 사장(사진)의 이야기로 속을 좀 달래보는 것도 어떨까 싶다. 그들만큼 화끈한 기부는 아니지만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 봉사활동에서 보람을 찾는 흔치 않은 CEO이기 때문이다. "저는 제 시간의 70%는 비즈니스에 쓰고 30%는 사회활동에 쓰고 있습니다. 100%를 모두 비즈니스에 활용하는게 과연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삶인가 반문해보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 시간의 30%는 봉사활동에 투입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나면 한다'거나 '여유가 생기면 하겠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 사장은 봉사를 일의 일부처럼 하는 사람이다. 컴텍코리아의 실적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라면 사장이 30%나 비즈니스 외의 분야에 시간을 쏟는 것이 마뜩잖을 수도 있겠지만, 노 사장의 사회활동에는 CEO의 자격으로 참석하는 다양한 모임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 노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30%의 시간마저도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다. "회사 일에만 전력투구하면 사회적 외톨이가 되어서 보다 큰 회사로 성장시키는 계기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각종 모임에 참석해서 봉사활동도 하고 좋은 사람들을 사귀는 것이 언젠가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컴텍코리아의 명함에는 '행복한 만남(happy together)'이라는 로고가 붙어있다. 비즈니스 관계든 아니든 서로의 만남으로 서로가 좀더 행복해지자는 바램을 담았다고 한다. 행복한 만남이 되는 게 싫을 이유야 없지만 비즈니스맨들이 최우선으로 추구할 가치라고 보기엔 다소 생소하고 어색하기도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노학영 사장은 직원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가장 최상의 가치라고 믿는다. ◇ 회사명함에도 `행복한 만남` 글자 또렷 노 사장은 대한해운그룹의 계열사인 대한컴퓨터랜드에서 10여년간 근무하면서 남들보다 일찍 정보기술(IT)분야에 전문지식을 갖게 됐고 그것을 밑천으로 37세 되던 해에 컴텍코리아를 설립했다. "회사를 세우고 나서 5년쯤 지났을 때 무척 어려운 시기가 있었는데 믿었던 직원들이 회사를 하나씩 떠나더군요. 직원들이 원망스럽다기보다 그것을 계기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무리 월급을 많이 주고 회사가 잘 되더라도 채워주지 못하는 뭔가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사실 그 빈 공간은 노 사장이 '월급쟁이'이던 시절부터 느껴왔던 부분이다. 회사에서는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던 일벌레였지만 아무리 이루고 성취해도 허전한 부분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회사의 일에서 '만족'보다 한차원 높은 '보람'을 느끼려면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닌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봉사활동이다. 노 사장은 직원들 모두가 이런 봉사활동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었지만 강제로 시킬 성질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직장 동아리 모임이다. "처음에는 동아리를 만들고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면 자연스럽게 봉사활동 동아리가 생길 줄 알았는데 안생기더라구요. 그래서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직원을 부추겨서 동아리를 만드는게 어떠냐고 운을 띄웠죠" ◇ 직원들도 무의탁노인 장애인 돕기 나서 컴텍코리아 직원들은 계절이 바뀔때마다 경기도 시흥의 베다니마을에 무의탁 노인과 장애인들을 방문해서 봉사활동을 한다. 회사 돈 일부를 떼어서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장부터 직원들까지 모두 팔을 걷어부치고 청소나 목욕봉사, 빨래 등을 한다. "연말에 거금을 쾌척해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회사들도 많고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몸으로 직접 땀을 흘리고 얼굴을 맞대고 하는 봉사가 더 만족감을 줍니다" 물론 모든 직원들이 빠짐없이 참가하는 건 아니다. 사장이 가자고 하고 직접 참석해도 본인의 시간이 허락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스스로 원해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직원들 전원이 100% 참가하는 봉사활동이 어쩌면 더 우스운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노 사장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노 사장은 강남지구 로터리클럽에서 활동하면서 새로운 봉사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음악봉사'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비슷한 나이의 CEO들 4명이 뭉쳐서 악기를 하나씩 배우서 봉사활동을 다니는 것이다. 우수창 텔레카 사장과 김덕수 나이스정보통신 사장, 방흥복 맨파워코리아 부사장 등이 동참한 멤버였다. 노 사장은 생전 입에 대지도 않던 색소폰을 사들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실에 가서 기초부터 배웠다고 한다. "가족을 곁에 두지 못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고향의 봄을 듣고 눈물을 흘리시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코스닥 상장사의 대표이사 쯤 되면 무슨 자선단체에 거금을 쾌척하거나 뭐 이런 식으로 신문에 크게 날만한 봉사활동을 생각할만도 한데, 노 사장은 굳이 본인이 땀을 흘리고 시간을 쏟아서 하는 일을 하려고 했다. "돈을 내서 하는 봉사활동보다는 내가 가진 능력과 힘을 보태서 돕는 일에 매력을 더 느낍니다. 보람도 크구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 수지침이나 뭐 그런 걸 배워서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사실 노사장은 인터뷰 내내 불편해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대표이사로서 앞으로의 사업계획이나 포부를 묻는다면 열변을 토하면서 눈을 반짝일테지만, 본인이 좋아서 스스로 시간을 쪼개어 찾아다니는 다분히 개인적인 봉사활동을 자꾸 캐어 물으며 '어쩜 그렇게 훌륭한 생각을 하셨냐'는 투의 질문들에 적잖이 민망해하는 눈치였다. 노 사장을 가장 답답하게 했던 질문 가운데 하나는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가 뭐냐는 질문이었던 것 같다. 무슨 특별한 인생사의 굴곡이나 가족사와 관련된 흥미있는 일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고 던진 질문이었지만 노 사장은 자신이 말단사원일때 느꼈던 이야기와 직원들에게 봉사활동을 제안하던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인생의 진정한 보람을 찾아.. '봉사활동은 뭔가 충격적인 계기나 결정적인 티핑 포인트가 있어야 시작하는 게 아닌 자연스럽게 체화되는 생활의 일부일 뿐'이라고 또박또박 지적하고 싶었겠지만 이야기 꺼리를 찾기 위해 선행의 계기나 동기를 굳이 찾아묻는 기자를 괜히 민망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작용했지 싶었다. "다른 사장들에게 사업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다들 이렇게 대답하죠. 이윤창출을 통해 주주와 직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기 위한 거라고요. 그런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돈을 벌어서 주주들과 직원들에게 보답하는 건 당연한 거고요. 제 인생에 보람을 찾는 일은 그것 말고 다른 게 또 있어야 하겠다는 거죠. 그것 뿐입니다" 많은 CEO들을 인터뷰하면서 늘 듣게 되는 마지막 단골 멘트인 "회사가 기반을 잡고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면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는 그 말을 노 사장은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학영 컴텍코리아 사장 약력 - 1955년 3월 15일생 - 컴텍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1991~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