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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마음 치료해요, 연극치료사 / 장홍선 (연극영화.98) 동문

과거엔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에서 비롯된 마음의 상처들(트라우마)을 약물이나 물리적인 요법을 이용하여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새로운 시도들이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로 ‘예술 치료’ 요법이다. ‘예술 치료’는 말 그대로 예술을 이용한 치료 기법이다. 음악, 놀이, 미술 등 예술을 이용해서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고자 하는 것으로, 최근 이에 대한 연구와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그 범위 또한 넓어지고 있다.

특히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예술 치료가 바로 ‘연극 치료’이다. ‘연극 치료’는 연극을 매개로 육체적, 정신적 문제를 스스로 치유하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 시행됐던 약물치료법이나 물리적인 치료법들이 수동적인 형태였다면, ‘연극 치료’는 연극을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 능력, 상상력의 잠재적 가능성을 표출할 수 있는 능동적 치료법이다. 또한, 다른 예술 치료에 비해 사회성 발달에 효과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치료는 국내에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와 관련된 학과도 다섯 손가락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그 수가 적다. 때문에 연극 치료를 직업으로 하는 ‘연극 치료사’에 대한 인식이나 정보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연극 치료사’가 된 국민대학교 동문이 있다. 공연예술 연극영화과 98학번 ‘장홍선씨’. 장홍선씨는 국민대학교에서 연극영화전공으로 학사와 석사과정까지 마친 후 연구소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현재는 개인사업자등록을 하고, 연극치료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연극치료사'에 대한 소개 간단히 해주세요.

연극치료사는 말 그대로 연극으로 치료를 하는 사람이예요. 심리치료사와 마찬가지로 심리 정서적인 치유 혹은 긍정적인 변화를 목표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라마를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죠.

또한 연극치료사는 단순히 상담가의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연극의 본질적인 요소들을 활용하여 세션(일정한 시간 안에 구성된 프로그램) 안에서 연출가, 배우, 관찰자, 때론 개인적인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상처를 함께 나누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연극치료사'가 요새는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예전엔 굉장히 생소한 직업이었잖아요.
그럼에도 연극치료사가 되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있으세요? 어떤 준비과정을 거치셨는지도 들려주세요.


처음 연극치료를 알게 된 것은 2006년이예요.

제가 2005년도에 연극놀이를 가지고 교도소 재소자들과 프로그램을 하게 됐는데,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과정 속에서 연극의 또 다른 힘을 경험함과 동시에 뭔지 모를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그들에게 ‘더 적극적인 성찰 혹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을 품게 됐고요. 그러다 알게 된 것이 연극치료입니다.

연극치료사 준비는 타대학 평생교육원에 개설된 연극치료사 양성과정에서 시작했어요. 처음 시작은 치료사가 되겠다는 마음 보다 그저 더 알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생각보다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더 깊이 들어가 보자는 욕심이 생겼고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심리학과 같은 낯선 분야의 공부도 즐거웠지만, 내가 4년을 공부한 온 연극이라는 것의 새로운 면을 재발견하게 된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다 OO연극치료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대상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연극치료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연구소에서 장애를 가진 아동, 청소년, 성인들과의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앞서 언급한 양성과정에서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면 연구원 생활에서는 연극치료사가 갖춰야할 태도와 자질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연구소를 나와 작은 단체를 꾸리고 프리랜서로 활동한 것이 2008년부터예요. 사실, 아직도 경험이 일천한지라 여전히 연극치료사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연극치료사로 활동하시면서 기뻤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들 많으시죠? 반대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으셨을 것 같고요. 에피소드 좀 들려주세요^^

2008년 3월쯤이었나. 신촌일대의 대학을 중심으로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주제로 대학생 프로그램을 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에게 연극치료라는 것이 아직 낯선 때여서 그런지, 아니면 주제가 어렵게 느껴졌던 것인지 이화여대생 한 명만 왔더라고요. 그 때 그 한분이 찾아와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연구소를 나와 만든 단체의 첫 번째 프로그램이었는데 냉엄한 현실을 제대로 경험하게 된 것이지요. 비록 단 한명 뿐이었지만 계획한대로 진행했어요. 치료사 2명과 참여자 1명. 우리에게는 도전이고 경험인지라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지만, 더 대단한 것은 오히려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 여학생의 간절하고도 용기 있는 의지였어요. 이 여학생의 이런 용기있는 의지 때문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10주 동안 총 30시간을 ‘자유로워지기 위한 몸부림’에 돌입했습니다. 무엇으로부터 억압을 느끼는지, 그 억압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발견하는 시간부터 몸으로 마음으로 표출하면서 울고 웃는 시간 속에서 치료사와 참여자 모두가 치유의 여정을 함께 거닐게 되었습니다. 상식선에서는 벗어났을 수도 있지만, 결국 세 명 모두가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몸부림을 쳤던 것이지요. 하하.


#국민대학교에서 연극영화전공으로 석사과정까지 마치신 걸로 알고 있어요. 학교 수업 중에서 이런 부분이 직업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느꼈던 적도 있으세요?

앞서 연극치료사에 대한 소개에서 언급했듯이, 연극치료는 연극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메소드를 응용해서, 발전시키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요.

이 과정은 배우와 연출의 작업과 닿아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점에서 어떤 수업을 딱 꼬집어서 도움이 됐다기보다 연극과 관련된 수업 모두가 총체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하고 싶어요. 연극치료에 참여한 사람들과의 작업은 복합적인 요소들의 집합으로 전체적인 흐름에서 개개인에 대한 분석까지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하거든요. 때문에 연극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 제게는 가장 큰 재산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 드리자면 특히 우리학교의 러시아식 연기교육 시스템은 배우 혹은 참여자에게 자기 본질에 접근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메소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봅니다.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기 방법론이 심리학의 발전과 함께 상당한 영향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만 두고 보더라도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장홍선씨가 연극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곳이 ‘비채’ 맞죠? ‘비채’는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세요.

‘예술공간 비채’는 지금은 제 아내가 된 사람과 처음 시작한 보금자리예요. ‘비채’라는 말은 ‘비움 채움’의 줄임말이구요.

장애를 가지신 분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예술 치료의 한계성을 넘어보고자 해서 일반인들과의 작업을 꿈꾸며 시작하게 됐어요. 아직까지는 몇 개의 사업을 제외하고는 각자 개인활동을 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정식적으로 운영에 들어갈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비채’에서 하는 일은 연극치료이구요 이 작업을 넓은 의미로 보아 교육과 공연 작업까지도 병행을 하려고 합니다. 모두가 연극이라는 예술 공간 안에서 치유의 경험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겁니다.


#연극치료사로서 생각하는 연극치료사의 매력은 뭐가 있을까요?

사람이 변화한다는 것, 더욱이 긍정적으로 변화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제 자신을 통해서 또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매 번 깨닫고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직도 연극치료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지만 바로 그 막연함이 이 일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뻔히 보이고 다 알 것 같은 일보다는 정말 모르겠지만 정말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새로운 만남이 발생할 때마다 계획한 대로보다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이 더 많아 창조적 즐거움과 함께 사람들의 생생함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것도 매력중의 하나라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국민대학교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께요!

여행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결국 배낭여행도 한번 못해보고 졸업했거든요. 근데 그게 너무나 후회스럽단 말이죠. 취업준비에 시험 준비에 조바심 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과 배고픈 주머니 사정이 항상 발목을 잡곤 하죠. 하지만 그거 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핑계인 것 같아요. 학창시절의 무기는 ‘용기’와 ‘열정’ 그리고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용기와 열정을 가지고 자신에게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자, 손을 꽉 쥐었다가 펼쳐보세요. 아무것도 없죠? 아무것도 없을 때가 그래도 떠나기 쉬울 때 아닐까요. 하하. 훌쩍~ 여행을~ (저는 좋은 선배는 못 되는 거 같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