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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웨딩커플 100쌍 탄생하면 결혼하려고요”/이경재(의상디자인 99,디자인대학원 05) 동문

ㆍ‘위민스 이니셔티브 어워즈’ 후보 오른 디자이너 이경재씨

“100쌍의 친환경 웨딩커플이 탄생하면 그 때 저도 결혼하려고요.”

‘현재 스코어’는 32쌍. 디자이너 이경재씨(31)는 2년 안에 100쌍을 넘길 것으로 기대했다. 친환경 웨딩커플은 화학섬유가 아닌 옥수수전분이나 쐐기풀 원단, 한지 등으로 만든 웨딩드레스와 뿌리가 살아있는 부케 등으로 결혼식을 치르는 신랑·신부를 말한다.

               

대학원에 다닐 때부터 친환경 소재 의류에 관심을 가져온 이씨는 지난해 ‘(주)대지를 위한 바느질’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친환경 웨딩드레스 사업에 나섰다.

“3~4년 전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국내에서 생산도 되지 않는 옥수수전분 원단을 찾아다니느라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어요. 환경에 대한 생각이 폭넓어지면서 친환경 웨딩을 원하는 젊은 커플이 늘어나 힘이 납니다.”

그는 최근 명품 브랜드 카르티에가 주최하는 ‘위민스 이니셔티브 어워즈’의 최종 후보 15개팀에 포함됐다. 이 상은 카르티에와 세계여성포럼, 매킨지앤컴퍼니가 전 세계의 젊은 여성 기업가를 후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주)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3개 기업 중 하나로 꼽혀 오는 10월 있을 최종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친환경 웨딩은 인생의 또다른 출발점에서 내 가정과 인류의 건강한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다줍니다. 삶의 철학을 반영한 웨딩드레스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요.”

이씨는 국민대 그린디자인대학원에서 ‘우리는 왜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나’ ‘새 것을 빠르게 폐기처분하도록 유도하는 산업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과연 그 책임이 디자이너에게는 없는가’ 등을 고민하게 됐다. 생분해되는 옥수수전분 원단으로 만든 웨딩드레스는 2006년 개인전 ‘대지를 위한 바느질’을 통해 처음 선보였다. 낯선 소재인 만큼 디자인에 신경 쓸 부분도 많고 작업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전을 계기로 첫 친환경 웨딩커플이 나왔다. 원단은 해외에서 개인적으로 들여왔다. 수요가 없을 뿐 아니라 수지가 맞지 않아 아무도 국내 생산이나 수입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야 연구를 마친 한 원사생산업체가 다음달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친환경 부케는 한 고객의 제안으로 시작했어요. 부케와 꽃장식 비용도 상당한데 한번 쓰고 버리기 아깝다는 거였죠. 뿌리가 살아있는 부케와 꽃장식을 만들어줄 플로리스트를 찾아다녔는데, 꽤 알려진 플로리스트들이 정작 꽃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어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뜻이 맞는 꽃가게 주인을 만나 예식이 끝난 후 화분에 되심을 수 있는 부케와 꽃장식을 함께 연구했다. 이 대표는 콩기름으로 인쇄한 청첩장과 유기농 잔치음식도 가능하도록 협업시스템을 갖췄다.

이 일을 하는 데는 3년간의 귀농생활이 귀중한 밑바탕이 됐다. 대학원 진학 전 그는 1년간 다니던 SBS 의상디자인실을 그만두고 강원 횡성 신대리로 내려가 마을 총무직을 맡으며 촌부들과 지낸 적이 있다. 이때부터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삶, 좁게는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옷에 대한 생각들을 해왔다.

썩지 않는 옷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패스트 패션’을 내건 유명회사들의 상업성에 화가 치밀 때도 있다. 친환경 병원복과 유아복도 제작하는 그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시선을 두지 않는, 소외된 곳들을 찾아 의미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했다.

원문보기 : http://www.khan.co.kr/kh_news/art_view.html?artid=201006241733445&code=100203

출처 : 경향뉴스                                기사입력 : 2010-06-24 17:3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