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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과의 대화]유지수 국민대총장 “실용적 사고, 실용적 경험, 실용적 교육 돼야”

유 총장은 “국내 대학들이 모두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리더십을 바꾸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대학을 계속 혁신하라는 미션을 준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 실용주의 강조···전교생 대상 코딩·글쓰기 교육 의무화
- 미래부 SW중심대학 선정 “학문 융합으로 가치 창출”
- 인문기술융합학부 신설···인문사회도 SW·디자인 교육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1946년부터 시작된 국민대 70년 역사에서 역대 두 번째 ‘연임’ 총장이다. 16·17대 총장을 역임한 현승일 전 총장에 이어 21·22대 총장을 맡게 됐다. 학교법인이 유 총장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 실리주의 바탕···국내 최초 전교생 코딩교육

유 총장은 철저한 실리주의자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는 사회적 수요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학부 교육이나 대학원 연구 모두 실용적 사고, 실용적 경험, 실용적 교육이 돼야 합니다. 과거처럼 교수가 1~2시간 칠판에 강의 내용을 적고 이를 받아 적는 교육을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토론식 수업으로 학생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전교생 대상 ‘코딩’ 교육을 의무화한 것도 국내 대학 중 국민대가 최초다. 2015년부터 국민대에 입학한 학생은 인문·예체능계 등 비(非)이공계도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 교과목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전교생 필수과목으로 개설된 ‘컴퓨터 프로그래밍Ⅰ·Ⅱ’를 두 학기에 걸쳐 이수한다. 프로그래밍 기술이 IT(정보통신) 분야를 넘어 인문·사회·예술·체육 등 전 분야와 결합해가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학생들은 1학년 1학기 때 기초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를 익히고 2학기 때는 개발자 언어의 일종인 ‘파이선’을 학습한다. 이를 제대로 이수한 학생은 컴퓨터 비전공자도 간단한 게임이나 채팅 프로그램을 만드는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다.

“인문·사회·예체능계 학생도 코딩 교육의 영향으로 70%가 엑셀 자격증을 따고 있습니다. 이는 무척 고무적인 일이지요. 소프트웨어 전공자가 사회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엑셀을 잘 다루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면 취업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만 2학기 때 심화되는 코딩 교육에서 비이공계 학생들이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올해부터는 인문·사회·예체능계 학생에 대해서는 수업 난이도를 조절하려고 합니다.”

국민대는 2015년부터 전교생 대상 코딩교육을 실시하는 등 IT분야 교육을 강화한 덕분에 지난 4월 동국대·부산대·서울여대·KAIST·한양대 등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됐다. 이들 대학에는 연 평균 20억 원(1차 연도만 10억)이 지원되며 대학들은 국고보조금을 교육과정 개발이나 인턴십 운영 등에 활용할 수 있다.

◇ 자작 자동차 대회 ‘세계 4위’ 위업

내년부터는 더 공격적인 학사개편을 앞두고 있다. 인문기술융합학부(HAT: School of Humanities, Art & Technology) 신설이 대표적이다. 학문의 이종(異種) 간 융합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게 설립 목표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에게 디자인이나 3D 프린팅 교육을 시켜보면 이공계생보다 더 창의력을 발휘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인문기술융합학부는 주로 인문사회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2전공으로 소프트웨어나 반도체·디자인 교육을 받게 하는 교육과정입니다. 산업계 전문가를 교수로 초빙할 계획입니다.”

국민대는 전통적으로 자동차·조형·디자인·건축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 왔다. 특히 자동차 분야(자동차공학과·자동차IT융합학과)는 국내 최상위로 손꼽힌다. 올해 이 분야에서 수주한 연구비만 3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4월에는 학생들이 세계 대학생 자작차 대회에 출전, 세계 4위, 아시아 1위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 대회는 국제자동차공학회가 1981년부터 개최해 온 전통 있는 국제 대회다. 자동차 제작에 관심있는 전 세계 대학생들이 직접 설계·제작한 경주용 차량을 출품해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는다. 국민대 자작차 동아리 ‘코라(KORA)’는 전 세계에서 115개 팀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세계 4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2009년부터 이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국민대 학생들은 꾸준히 세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 총장의 실용주의는 교수업적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교수와 학생들이 공동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으면 과학기술인용색인(SCI) 논문과 동일하게 점수를 부여한다. 공을 들여 개발한 소프트웨어도 논문만큼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각국의 학자와 전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인정하는 사이트에 올려 채택을 받아야 한다.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인정하는 ‘깃허브(github)’ 사이트 등에 소프트웨어를 올려 이것이 등록이 되면 교수업적평가에서 SCI 논문을 한 편 쓴 것과 같은 평가를 받습니다. 개발자들이 유용하다고 평가를 한 소프트웨어만 등록(채택)이 되는데 이를 논문과 같이 인정하는 것이죠. 이제 논문만으로 교수를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교수들은 소프트웨어만 잘 개발해도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더 전력하게 됩니다. 10년이나 20년 후에는 국민대에게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전 세계에서 쓰이는 날이 올 수 있을 겁니다.”

◇ 전교생 대상 글쓰기·진로 교육도 반향

유 총장은 학생 교육에서도 ‘실용’을 강조한다. 전교생 대상 코딩교육을 도입한 데 이어 글쓰기 교육과 ‘인생설계와 진로’란 교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솔직히 초중고 12년 동안 교육을 받고 대학에 들어와도 제대로 글을 쓸 줄 아는 학생들이 드문 게 현실입니다. 글쓰기는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도 필요하지만 취업 후 기업에서 보고서나 기획서를 작성할 때도 기본이 되지요. 그래서 코딩교육과 더불어 글쓰기 교육을 의무화했습니다. 또 ‘인생설계와 진로’란 교과목을 1학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어요. 여기에서는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한 선배를 초청해 특강을 열기도 하는데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습니다. 저학년 때부터 진로를 고민하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꼭 무엇이 되겠다고 확정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저학년 때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의 적성과 미래를 고민하다보면 향후 진로를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국민대는 지난달 초 교육부 주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PRIME)’ 사업에서 탈락했다. 프라임사업은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규모 대학정원 조정사업이다. 산업수요와 대학정원 간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기 때문에 대학별 ‘정원조정 규모’가 선정 여부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문·사회·예체능계열의 정원을 인력이 부족한 공대로 더 많이 옮긴 대학들이 선정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민대가 지원한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에 선정된 12개교의 정원조정 규모는 입학정원대비 8.1%로 교육부의 최소 요건(5%)보다 3%포인트 이상 높았다.

사업 탈락에도 불구하고 국민대는 프라임사업 지원 당시 세웠던 학사개편 계획을 그대로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삼림과학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을 과학기술대학으로 통합하고,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을 신설해 정원 145명을 옮기는 게 골자다.

“우리 대학의 경우 정원조정 규모가 입학정원(2986명)의 5%로 다른 대학에 비해 적었던 게 사실입니다. 아마 프라임사업 탈락 이유도 거기에서 찾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프라임사업 선정만이 최종 목표가 아니다’란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대학의 학과를 사회 수요에 맞게 개편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공대 정원을 키우려면 실험실습 공간이 확보돼야 하고 교수도 더 충원해야 하기 때문에 정원이동 규모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사업 선정에 눈이 멀어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미래부 리서치센터 선정···“웨어러블 기술로 도약”

국민대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웨어러블(wearables)’ 시장에서 찾고 있다. 웨어러블 기술은 손목 밴드, 시계, 양말 등으로 착용이 가능한 스마트 기기를 만드는 기술로 전자공학·반도체·소프트웨어·디자인이 모두 융합된다.

“최근에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엔지니어링 리서치 센터(ERC)사업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132억 원을 지원받게 됐는데 여기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전자공학부터 디자인분야까지 융합해 착용 가능한 스마트 기기를 만들고 있어요. 스마트기기가 부착된 옷을 입으면 내장의 온도를 측정, 몸 안의 염증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또 안경을 착용하면 멜라토닌을 생성해 수면을 돕는 기술도 개발 중이지요. 국민대는 이 사업 선정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2년 취임한 유 총장은 1기 임기(2012~2015년) 동안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 ‘A(최우수)등급 획득’이란 성과를 올렸다. 올해부터 출범한 2기 임기(2016~2019년) 동안에는 대학의 브랜드를 높이는 게 그의 지상 과제다.

“국민대를 내실 있는 대학으로 만들고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실용을 중시하는 대학으로 인식돼 학생들에 대한 평판이 높아지길 바랍니다. 국민대 졸업생들은 학교에서부터 자기주도 학습을 하고 사회에 나오기 때문에 ‘알아서 일을 잘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또 사회 수요에 맞는 교육으로 졸업 후 신입생 재교육을 받지 않아도 실무에 적응할 인재를 배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1952년 서울 출생이다. 경복고와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일리노이대 어배나섐페인 캠퍼스에서 경영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KIST 기술경영연구실 연구원을 거쳐 1987년부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국민대 재무조정처장·경상대학장·연구교류처장 등을 역임하고 2012년 3월 10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외적으로는 삼성항공 자문위원, 한국생산관리학회 이사, 현대기아차 오토포럼 자문위원,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12월 국민대 11대 총장으로 연임돼 올해부터 2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출처 : 이데일리 - 기사입력 2016-06-20 06:31 | 최종수정 2016-06-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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