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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권 광주 퇴촌면 ‘나눔의 집’ 소장 “위안부 피해자 명예회복·인권문제 해결 앞장설 것” / 대학원 행정학과 사회복지학전공 99 동문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일본은 위안부 역사를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합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15년째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안신권 소장(55)이다. 안 소장은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의 소식을 알리고 명예회복과 함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안 소장과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의 인연은 2000년 12월 첫 ‘나눔의 집’ 방문에서 시작됐다. 사회복지사인 안 소장은 “우연한 기회에 아내와 함께 ‘나눔의 집’을 찾았는데 일본인이 근무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자국민인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2001년 1월 당시 나눔의 집을 운영해오던 혜진 스님으로부터 사회복지행정사무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워낙에 시골이고 할머니들이 계신 곳이다 보니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해보는 일이기에 선뜻 대답을 못하자 스님은 “한 달만이라도 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일본인의 모습이 눈에 밟혔던 안 소장은 결국 일을 돕기로 했다.

그러나 안 소장은 일도 하기 전에 걱정이 앞섰다. 처음 해보는 일이고 아픔을 간직한 할머니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막연하고 두려웠다. 막연한 두려움은 남성들에게 겪은 고통으로 말미암아 거부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편견에서였다. 걱정도 잠시, 할머니들은 여느 할머니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남성위주의 시대를 살아온 탓에 따뜻함과 포근함으로 대해줬다. 그렇게 할머니들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안 소장은 할머니들과 함께하면서 이들의 아픔을 기록으로 남겨야 함을 느꼈다. 그래서 낮에는 ‘나눔의 집’에 근무를 하면서도 2001년 국민대학교 야간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를 취득했고, 2015년에는 동국대학교에서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들의 생애사 연구’로 사회복지 박사학위를 받았다. 안 소장은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눔의 집’을 방문하는 교수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무언가 허전했다. 
사명감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역사를 기록에 남겨야만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논문은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나눔의 집’에서 근무하며 만난 할머니 17명의 생애사를 인권과 복지권으로 나눠 살폈다. 강제 동원과 위안소 생활, 전쟁으로 인한 상처, 경제적 어려움과 현재의 빈곤 등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담았다.

안 소장은 “일본 성 노예 피해자는 인류역사상 유례가 없는 여성에 대한 국가 폭력의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가부장적 사회에서 일생을 철저한 죄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다”며 “고령의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들의 다양한 복지지원 확대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발족한 화해·치유의 재단 출범과 관련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의식을 갖고 활동하는 할머니들의 결정과 선택이 존중되어야 하는데 고령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있다”며 “합의는 가해자로부터 인권회복을 받고 싶어하는 할머니들의 기본원칙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할머니들을 위한 재단이라면 전문성을 갖춘 학자들이어야 하는데 정치 성향이 있는 인물로 채워져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할머니들의 의사 반영 없이 사과와 배상 등이 결정되는 합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나눔의 집 생활관을 증축해 요양시설과 2∼3개 병실을 갖춘 호스피스 병동을 만들고 추모관, 기록관, 인권센터 설립을 계획 중이다. 영화 ‘귀향’의 세트장 일부와 소품, 의상 등을 옮겨와 위안부 역사관 앞 부지에 전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향후 성매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을 위한 여성인권센터(자활·재활)로 활용하는 목표도 갖고 있다.

안 소장은 “나눔의 집을 정부나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곳으로 오해하는 국민이 많은데 순수한 사회복지법인으로 운영되는 시설이다”며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할머니들의 마지막 희망이다”고 전했다.

한편,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는 10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생활하고 있다. 최소 연령은 86세, 최고 연령은 101세이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38명이고 생존자는 40명이다. 

 

원문보기 : http://www.kyeonggi.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217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