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단짝’ 검객, 그들은 못 이룰 것이 없다 / 김정환(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 07) 동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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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늘 함께다. 2008년 구본길(28)이 처음 태릉선수촌에 들어왔을 때부터 한 방을 썼던 게 태극마크 1년 선배 김정환(34)이다. 소속팀(국민체육진흥공단)도 같아 둘은 매 시즌 스케줄이 똑같다. 그간 숱한 대회를 나가며 오세아니아 를 제외한 지구의 모든 대륙도 함께 밟았다. 1년에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일주일 남짓이건만 둘은 휴가 때도 만나는 지독한(?) 사이다. 어느덧 선수촌에서 한솥밥을 먹은 지 10년 차가 되는 올해 둘은 가장 큰 영광도 함께 맞았다. 2011 서울 아시아선수권, 2012 런던 올림픽, 2014 인천 아시아경기에 이어 지난달 라이프치히 세계선수권까지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로 동반 그랜드슬램을 이룬 것이다. 헝가리 선수에게 개인전 금메달을 내준 구본길로서는 하루 뒤 헝가리를 꺾고 딴 단체전 금메달이 더욱 극적이었다. 영광을 뒤로한 채 김정환은 13일 서울 태릉선수촌에 합류해 먼저 훈련을 시작한 구본길과 함께 다시 칼날을 부딪치고 있다. 14일 선수촌 펜싱장에서 만난 두 선수 모두 그랜드슬램 완성의 최대 고비로 런던 올림픽을 꼽았다. “모두가 단체전은 힘들 거라고 포기하고 있었다. 대진표에서 만난 독일, 루마니아는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대회 날 모두 컨디션이 맞아떨어져 기대도 못 한 금메달을 땄는데 그 후로 세계무대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구본길) “선수 생활을 오래 해보니 ‘메달 딴다’고 자신할 때가 아니라 한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 메달을 따더라. 그만큼 간절함이 중요한 것 같다.”(김정환) 10년간 단체전, 개인전을 함께 뛰다 보니 한 대회에서 서로의 희비가 엇갈리는 일도 흔하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구본길은 결승에서 김정환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구본길이 16강에서 탈락할 때 김정환은 동메달을 땄다. 김정환은 “그런 일이야 워낙 다반사다. 아쉬운 건 아쉬운 걸로 놔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길 역시 “개인전에서 탈락해도 바로 서로 응원을 하러 간다. 워낙 잘 아니 뒤에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게 많다”고 했다. 지난해 올림픽 노메달의 아쉬움이 컸던 구본길을 가장 많이 달래준 것도 김정환이었다. “리우 때는 정말 외롭더라고요. 저에게 섣불리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그런데 정환이 형은 제 눈빛만 봐도 제가 어떤 마음인지를 알잖아요. ‘너 때문에 메달 딸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페이스메이커 같은 역할을 해줬다고. 다음 올림픽 준비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줬는데 그런 말 한마디가 저한테는 정말 큰 위로였어요.” 펜싱장 밖에서도 김정환은 구본길에게 여전히 훌륭한 길잡이다. 국민대에서 스포츠경영 석사를 마친 김정환은 경기대 대학원에서 사회체육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정환을 따라 국민대에서 같은 과정 석사를 시작한 구본길은 “펜싱 한다고 하니 교수님들이 ‘김정환’ 아냐고 하시더라. 선수인데도 정말 열심히 했다면서. 덕분에 학교를 조금 편하게 다니고 있다”며 웃었다.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70816/8583837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