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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말 걸어 세상을 바꾸는 ‘동물 디자인’/ 김보은(대학원 디자인학과 그린디자인전공 12) 동문

[애니멀피플] 그린디자인 ‘라운드 트라이앵글’ 작업들
가리왕산 생명들부터 설악산 산양
퍼스트도그 ‘토리’, <애피> 로고까지
보은-소은 자매는 쉽게 다가간다


그린디자인 ‘라운드 트라이앵글’을 이끄는 김보은(왼쪽), 김소은(오른쪽)씨.

“동네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는데, 날개가 망가질까봐 못잡았어요” (김보은)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를 보면 밟을까봐 돌아가라고 했죠.” (김소은)

김보은(34), 소은(33) 자매는 ‘그린디자이너’다. 디자인회사 ‘라운드트라이앵글’을 운영하면서, 환경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엽서와 포스터를 제작한다. 평창올림픽 활강경기장 건설로 인한 가리왕산 환경 훼손, 설악산 케이블카와 산양, 사육곰 문제 등 최근 환경 이슈와 관련해 눈에 띄는 작업을 해왔다. 김보은, 소은씨를 이끈 건 거창한 이념도 당위도 아니었다.

-그린디자인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요?
“2014년 환경단체 녹색연합에서 가리왕산 답사를 가는데, 따라가면서 피켓을 만들어 갔어요. 누가 부탁한 건 아니었는데, 디자이너이니 한 번 해보자 한 거죠. 동생과 함께 갔어요. 가리왕산은 사람 살 데는 아니더군요. (너무 험해서) 정말 동물이 살아야 할 곳!” (보은)


강원 평창 가리왕산에는 평창올림픽 활강경기장이 건설 중이다. “오륜기 마크를 사용했고 마지막 녹색 원를 벌목된 나무로 바꾸었어요. 나무를 자르면서까지 올림픽을 치러야 하는지… 누가 의뢰한 것도 아닌데, 혼자 만들어서 가리왕산에 가져갔어요.” (김보은)


-환경운동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군요?
“국민대에서 그린디자인을 전공했는데,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꽤 있었어요. 그런데 다들 평범한 사람인 거예요. 저는 디자인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제 작품을 광장에 가지고 나가는 걸 겁이 나거든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친숙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업을 하기로 했어요.” (보은)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로 위기를 맞고 있는 멸종위기종 ‘산양’ 포스터, 녹색연합의 사육곰 보고서의 책 디자인 등도 자매가 했다. 쉽고 대중적인 디자인이다.


둘 다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배경은 다르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언니 보은씨는 디자인업체에서 일했고, 건축디자인을 전공한 동생 소은씨는 건축설계 사무실을 다녔다. 1%를 위한 디자인보다 99%를 위한 디자인을 하자는 데 자매는 의기투합했고, 가리왕산 답사를 계기로 그린디자인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고래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에서 활동하면서 고래 도감 포스터도 남겼다.


-최근에는 청와대로 들어간 유기견 ‘토리’도 그렸습니다.
“동물단체가 각각 추천한 토리, 복남이, 뒷발이의 사진을 보고 엽서로 제작했습니다. 개고기용으로 도살될 위기에 처했다가 구조된 사연이 다들 안타까웠어요. 무엇이 옳은지 아직 확실히 모르지만, 동네 노인정에서 망치로 개를 때렸다는 등의 이야기는 다 충격적이었어요. 첫 번째로 작업한 토리를 가장 여러 번 그렸어요. 바탕이 푸른색이었는데, 토리가 청와대를 갔네요.(웃음)” (소은)


한겨레신문사와 동물단체가 벌인 ‘유기견을 대한민국 퍼스트도그로!’ 캠페인에 후원한 시민들에게 증정하기 위해 만든 엽서.  세 단체가 퍼스트도그 후보견을 추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토리를 입양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토리(케어 추천), 복남이(동물자유연대 추천), 뒷발이(카라 추천).

 

-이 인연을 계기로 <한겨레>가 만든 동물전문 매체 <애니멀피플>의 브랜드 이미지도 제작해주셨어요.
“오렌지색은 사람과 동물의 피부에서 따왔어요. 태양의 에너지이기도 하죠. 우리와 동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소은)


-동물을 좋아해요?
“막 좋아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사람과 연결된 동물에 관심이 이어진 거죠. 아, 맞아! 고래는 ‘덕후’예요. 프리다이빙을 좋아해요. 아주 짧은 시간 숨을 참고 들어간 적막한 바닷속에서 거북이, 물고기를 만납니다. 지금은 수심 28.5m에 도전하고 있어요.” (보은)


라운드 트라이앵글이 작업한 ‘우리나라의 고래들’.


서울 동대문의 라운드 트라이앵글에서 김보은(오른쪽), 소은(왼쪽)씨가 그간의 작품들을 펼쳐보고 있다.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이 있어요. 쓰레기를 만드는 거니까 ‘나는 안 받아’라고 매몰차게 말하는 식의 표현을 우리는 하지 않아요. 동물원을 가는 사람은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방식이 아닌 거죠. 디자이너는 운동가와 달라요. 편안하게 다가가 말을 거는 거죠.” (소은)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810216.html#csidx52e1ff6f8e5ccb9bf9c0f59eb25271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