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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공대 여성, '소공녀들' 모여라! / 이세리(기계공학부 13)


■ 이세리 / 국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 학생·소셜 벤처 '걸스로봇' 활동

[앵커]
혹시 '소공녀'가 무슨 말인지 아시나요? 소공녀는 '소수의 공대 여성'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공대에 여성이 적다는 뜻일 텐데요. 실제로,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전체 학생 중 여학생은 단 17%뿐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작은 변화를 꿈꾸며 노력하는 한 여대생이 있어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마치 소설 속 소공녀처럼 말이죠.

국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 이세리 씨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오랜만에 스튜디오가 확 밝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지금 많은 여성 공학도가 있긴 하지만 그중 여성의 비율이 참 적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세리 씨가 많은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어떤 활동인가요?

[인터뷰]
네, 저는 평범한 한 여자 공대생이기도 하지만, 특히 여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든 로봇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우선, 지금은 소셜 벤처 '걸스 로봇'을 통해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걸스 로봇'은 더 많은 여성들이 이공계 분야에 진출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 단체입니다. 대표님을 비롯해 이런 뜻을 가진 많은 분이 활동에 참여하고 계세요.

저는 로봇에 관심이 있다 보니 예전부터 오프라인 강연을 기획하는 일 등, 로봇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 활동했었는데요, 이렇게 공학적인 모임을 하다 보니 더욱 이공계 여성들을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이런 방향으로까지 활동을 넓히게 되었습니다.

[앵커]
지금 화면으로 보니까 여러 부스에서 아이들에게 안내도 하고 있고요. 로봇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인터뷰]
일단, 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기보다는 로봇으로 상징되는 이공계에 속한 여성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여성들을 모으는 데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데요.

로봇 학회의 여성 세션을 열거나 VIP 파티를 주관하는 등 네트워킹 활동을 활발하게 해서 소수의 공대 여성들이 모여서 각자의 어려움을 나누고 조언을 구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고요.

특히 학생들에게는 좋은 롤모델을 소개해주려 하고 있어요. MIT의 박혜원 박사님이나 이동희 교수님과 같이 해외에서 활동 중이라 만나기 어려운 분들이나 데니스 홍 교수님같이 저희 걸스 로봇을 응원해주시는 톱스타급 로봇 연구자를 만나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소공녀'들이 모여서 생각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방금 걸스 로봇 같은 활동을 이야기해주셨어요. 로봇에 대한 흥미가 느껴지는데 처음부터 로봇을 좋아하게 된 건가요?

[인터뷰]
저는 어릴 때부터 원체 손으로 뭔가 직접 만들고 고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대학교도 공대로 오게 되었는데, 막상 학교에서 학과 공부를 하다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무언가를 직접 만지고 만드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없더라고요.

[앵커]
배우는 데에 중점이 되어 있죠.

[인터뷰]
그러던 때에 마침 로봇 축구 동아리 KUDOS를 알게 되면서 제가 직접 로봇을 만들고 다루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실 조금 충격이었어요. 로봇이라는 게 굉장히 첨단기술, 이런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첫 미팅 참석한 날 로봇을 걷게 하는 데에 그렇게 복잡한 명령어의 나열이 필요한지 처음 알았어요.

근데 또 차근차근 컴퓨터의 언어로 로봇에게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가르쳐 주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나중에는 하드웨어를 직접 조립하고 납땜하고, 설계도 해보고 하면서 더 푹 빠지게 된 것 같습니다.

[앵커]
오, 직접 납땜과 조립도 하셨군요. 어떻게 보면 로봇의 어머니가 되고 계신 건데, 언어도 가르치고 로봇과 소통하고 있어요. 실제로 로봇과 관련한 활동들, 이것 외에도 광범위한 것이 많이 있잖아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인터뷰]
작년에는 휴학하고 지금은 학부과정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휴학 끝자락에는 로보티즈라는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었어요, 로보티즈는 개발의 베이스가 되는 모터로는 손에 꼽히는 국내 회사인데요. 여기에서 새로운 휴머노이드 플랫폼으로 골키퍼 모드, 골대 인식 같은 다양한 데모를 만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걸스 로봇과 네바다주립대의 폴 오 교수님의 추천으로 좋은 기회가 생겨서 세계적인 로봇학회 RAS에서 주최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했었어요. 이것도 사실 제가 여성 참가자로서 유일했더라고요.

거기서 세계 각국의 저명한 스피커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또 외국에서 저와 비슷하게 로봇에 관심 있어 하는 친구들과 짧지만,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토대로 자율 주행차에 대한 글을 온라인 매체를 통해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방금 로봇학회 교육 프로그램에 유일한 여성 참가자라고 했는데, 세계에서 오신 분 중에 아예 유일한 여성이었던 건지 우리나라 여성분 중 유일한 여성이었는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네, 지원도 저 혼자 했고, 그래서 참가자 중 여성도 제가 유일했었어요. 아시아인들도 그중 소수였습니다.

어쨌든 사실 저는 이공계를 선택하고 공부하는 데에 직접적인 차별을 당해온 케이스는 아니에요. 선생님이나 부모님도 그렇고, 지금 속해있는 연구실이나 지도 교수님도 제가 이공계 진학을 꿈꾸는 것을 응원해주셨어요.

하지만 워낙 여성이 적은 분야다 보니,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불편할 수 있는 순간들은 자주 있는 것 같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성들이 많은 환경에서 여성도 어울려 지내려면, 때로는 여성성을 조금 감추고 남성성을 입어야 하는 경우들도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앵커]
거칠어지셨군요.

[인터뷰]
그 어떤 사람도 어떤 성향이길 강요받을 수 없는 건데, 이런 부분들이 조금 아쉽습니다.

[앵커]
사실 공대 여학생이라고 하면 공대 여신, 이런 이미지가 강한데 어떻게 보면 남자들 안에서 여성성을 감추게 되고 여장부가 되는 환경 속에 놓일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이 그런 게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런 환경 속에서 로봇을 연구하다 보니까 어떤 환경에 대한 한계를 느끼거나 불편한 점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인터뷰]
아직 우리나라 여성은 결혼과 출산, 육아가 넘어야 할 큰 산인데요, 결혼과 출산을 하거나 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선택을 한 인생 선배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미래를 미리 그리고 준비할 수 있게 돕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상황이 닥치고 등 떠밀려서 포기하지는 않도록 돕고 싶고요.

그러려면 이공계에서 살아남고, 활발하게 연구하는 여성이 많아져야 해요. 여성이 여성을 부르거든요.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아, 저 분야에서는 저렇게 연구하면서 살 수도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인생 선배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같이 공부하고 함께 연구했던 여자 선배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업계에서 안 보이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우셨을 것 같은데, 앞으로 세리 씨 말처럼 더 많은 여성 연구자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마지막 질문으로요, 세리 씨의 목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인지 한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사실 아직도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찾아가는 과정 중인데요. 지금은 연구자의 꿈을 꾸고 있지만, 이 길이 제 길이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로봇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로봇은 감정을 느낄 수 없죠. 그렇지만 사람이 로봇에게서 감정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저는 어떤 형태가 되든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로봇을 만들거나 소개하고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앵커]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요. 어떻게 보면 불모지인데요. 이 로봇이라는 분야, 환경을 계속 개척해나가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소설 속 주인공, 소공녀처럼 소수의 공대 여대생 국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 이세리 씨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원문보기: http://science.ytn.co.kr/program/program_view.php?s_mcd=0082&s_hcd=0003&key=201711071640578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