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준의 미디어 비평] 언론, 바다를 향해 짖다 /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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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준의 미디어 비평] 언론, 바다를 향해 짖다
첫째, 언론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 모임에서 "도둑 맞으려니까 개도 안 짖는다"고 말했다. 도둑은 전국적인 도박 광풍이며, 개는 제도적 감시기구를 지칭한 것이다. 언론은 대표적인 감시기구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더 나아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언론의 공동 책임론을 제기했다. 언론이 초기에 경보음을 울렸다면 이렇게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담겨있다. 언론의 경비견 역할은 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을 통해 궁극적으로 시민사회의 자율적 운영에 기여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이를 우화적으로 비유하면, 집주인(시민)이 경비견(언론)을 두어 권력(정부)을 감시하고, 경비견은 비상(권력의 오ㆍ남용)시에 열심히 짖어(barking) 개인이나 사회가 사태를 알도록 하자는 것이다. 언론에 이런 경보, 감시 기능을 보장함으로써 주권자의 권리가 권력으로부터 침해 받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언론은 또 경비견 역할을 통해 집주인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하는 인도견(Guide Dog)의 기능도 담당한다. 도박장에 대한 언론 보도가 근자에 집중되고 그 사이 많은 시민이 피해를 봤다는 점에서 언론의 경비견, 인도견 역할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 자체는 새겨들을 만하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됐다. 언론의 책임론은 집주인이 제기할 문제다. 이번 파문에서 보듯이 감시의 대상인 권력이 지적할 사안은 아니다. 논리를 단순화하면, 경비견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쪽은 집주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책 결정과 집행의 결과로 평가 받는다. 둘째, 최근 언론 보도가 각종 의혹을 무분별하게 제기한다는 비판이다. 이것 역시 주로 권력쪽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언론이 공적 사안에 대해 의혹을 제기함에 있어서 엄격한 진실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비상사태라고 판단되면, 잠자고 있는 집주인을 깨우는 것이 먼저다.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지면 비닐우산이라도 펼쳐야 한다. 사적 기구인 언론은 공적 기구인 정부에 비해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다. 언론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근거나 정황이 있다면, 나중에 진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 언론자유의 골격이다. 물론 언론의 경비견 역할에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먼저 보도에 있어서 독자나 시청자를 제외한 어떤 이해관계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다음으로 기사를 작성할 당시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근거나 정황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정(政)-관(官)-폭(暴) 커넥션 의혹이나 여권 고위실세 연루설 등은 보다 구체적인 근거나 정황의 보충이 필요하다. 면책특권이 있는 야당 의원의 의혹 제기를 따옴표로 처리하는 것이 일의 끝은 아니다. 언론사간의 기사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의혹을 무분별하게 그것도 선정적으로 제기하다 보면(무턱대고 짖다 보면) 집주인은 혼란스럽다. 짜증이 난다. 현재의 바다이야기 파문 보도는 정부와 언론의 공방이라는 틀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최대 피해자인 시민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정부나 경비견이 궁극적으로 존재하는 이유인 집주인(시민)은 관심사가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도박장이 들어섰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했다. 많은 사람의 가슴에 멍이 들었다. 정부나 언론은 사안의 원인 규명 못지않게 진상 파악에도 힘 쏟아야 한다. 일부 도박장들은 벌써 문을 닫았다. 종적을 감추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책임 시비에 몰두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그것은 집주인이 판단할 문제다. 물론 그러려면 집주인도 깨어있어야 하겠지만. 끝으로 언론을 개(dog)에 비유하는 것은 개를 한 가족처럼 친근하게 여기는 서구 문화의 산물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