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국민대학교

국민인! 국민인!!
‘이효리’로 산다는 것 / (연극영화 98) 동문

“어젯밤에 체해서 고생했는데 이거 먹어도 되나 몰라.” 3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 녹음을 앞둔 가수 이효리(28)가 조심스럽게 자장면을 먹고 있다. 입으로는 걱정, 눈가에는 시원한 웃음.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더 건강해 보이는 그는 자신의 일상과 속내를 털어놓는 데도 거침없다. “작년에는 열심히 했는데도 안 좋은 일이 많았어요. 올해는 기분 좋은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표면적 인기보다 춤, 노래, 연기에서 모두 깊어졌다는 인정을 받고 싶네요.”

작년 초, 2집 앨범 타이틀곡 ‘겟차’의 표절 논란으로 가수 데뷔 후, “가장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는 그. 하지만 22억여원 계약금을 받고 소속사를 옮기고 삼성 애니콜 CF ‘애니스타’로 변함 없는 스타성을 확인하면서 더 높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17일 신곡 3곡이 포함된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고 이어 60분 분량의 뮤직 드라마를 통해 다시 본격 가수 활동을 시작할 그는 결전을 앞둔 ‘장수(將帥)’의 심정일 터. 그러나 여유가 앞선다. “인터넷으로 공개해서 반응 안 좋으면 바~로 내리는 걸로…”라며 웃은 뒤, “하반기 정규 앨범을 내기 전에 잠시 몸 푸는 기분으로 활동한다고 생각하면 긴장이 좀 풀린다”고 했다.

역대 최고액 22억 받고 이적 “세상 물정 모르고 前소속사에 계약서도 없이 8년 있었던걸요”

“역대 연예인 최고액을 받고 소속사를 옮겼다”고 하자, “정말 역대 최고예요?”라고 되묻는다. “사실 전 소속사에서는 세상 물정 모르고 계약서도 없이 8년간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체계적으로 절 도와줄 수 있는 회사를 찾았어요. 가치를 인정 받았다는 생각에 기분 좋았어요. 왜 저렴한 취급당하면 기분 나쁘잖아요? 하하”

‘표절’ 논란에 대한 부담도 털어버린 듯했다. “한달 가까이 밤 새워가며 앨범을 준비했는데 그런 일이 생겨 상처가 말도 못하게 컸다”며 “곡을 받았을 때, 브리티니 스피어스 노래와 리듬이 비슷하다는 생각은 물론 했지만 논란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가 사람들 관심의 초점이 되는 이효리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게 문제였다”고 했다. “스스로에게 안일했던 거죠. 얻은 게 더 많아요. 가장 큰 건 무대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점.”

그는 “대중은 이효리한테 무엇이든 앞에서 끌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며 “조금이라도 뒤처진 모습을 보여주면 몹시 실망한다”고 했다. 당연히 부담도 크다. “장신구 하나라도 새롭고 특이한 것을 찾아야 하니까, 표적이 된다는 건 정말 힘들죠.”

 

 

 

 

 

 

취객 구하는 모범 시민 “저도 술 취해 길에서 잔 적 있으니까…

여자는 집에 데려다 주고 남자는 깨우죠”

작년 10월 그는 뜻하지 않게 ‘선행(善行)’ 연예인으로 유명해졌다. 길가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취객을 구한 사실이 조선일보 독자투고를 통해 알려진 것이 계기. 알고 보니 그는 “술마시고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저도 마음이 괴로워 술에 취해 길에서 자 본 적 있는데 정말 고생스럽거든요. 겨울에는 얼어 죽을 수 있고 여름에는 모기에 엄청 물려요. 그래서 술 취해 쓰러진 여자를 발견하면 아예 집에 데려다 주고 남자는 깨워 주기까지만 합니다. 남자는 좀 무섭잖아요. 그동안은 저를 알아본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분 동생이 오는 바람에 그렇게 됐어요. 제가 원래 남의 일에 하나하나 간섭하기를 좋아해요.”

고교시절 자신이 연예인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그는 학교(서문여고) 옆 HOT 합숙소에서 토니 안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열혈 팬 출신. “그때 잘 하면 제가 토니 오빠 여자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죠. 하하, 지금은 같이 술 마시면서 ‘그때 내가 왜 좋아했나 몰라’라며 농담하는 사이가 됐지만.”

박근혜·한명숙 이어 ‘파워우먼’ 3위 “좀 만만해 보여서가 아닐까

 ‘최고 관심받는 女가수’가 적당한 호칭”

얼마 전, 한 취업포털사이트와 시사여성주간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효리는 ‘한국의 파워우먼 톱 10’ 3위에 올랐다. 1, 2위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한명숙 국무총리. “영광이네요. 좀 만만해 보여서 그런 건 아닐까요?”

그는 “제가 최고의 여자스타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최고의 관심을 받는 여자가수 정도의 호칭이라면 인정할 만하다”고 했다. 그런 그가 동경하는 여성은? 마돈나다. “적지 않은 나이에 여전히 트렌드를 이끌며 자기 확신에 가득 차 살고 있는 게 너무 멋지다”고 했다. 그의 신곡은 발라드, 댄스, 미디엄템포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한다. 지난달 말 열린 ‘빅 4 콘서트’에서 잠시 관중 앞에서 신곡을 들려줬던 그는 란제리룩과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안무로 여전한 관능미를 발산했다. “물론 제 이미지가 ‘섹시함’만으로 정의되는 것은 원치 않아요. 하지만 동물이든 사람이든 이성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상대를 현혹시키기 위한 행동 아닌가요? 그런 면에서 전 연예인으로서 성공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세상 그 누구보다 섹시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