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기 위해 일하는 문종술 변호사 / 법학과 60동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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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책마다 요약본 만들어 만나는 사람과 내용 나눠 부산 연제구 거제동 변호사사무실에서 만난 문종술(76) 변호사는 통성명을 하자마나 대뜸 "이거 읽어보세요"라며 종이 뭉치를 건넸다. A4용지 14장 정도의 분량이었다. 자신의 기부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했나 싶어 들여다봤다. 근데 그런 내용은 전혀 없이 '2012-11 내 몸 젊게 만들기'라는 제목이 보였다. 무슨 의미일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일단 읽었다. 읽다 보니 '내 몸 젊게 만들기'라는 책을 요약한 내용이었다. 그는 "올해 들어 11번째 읽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 항상 요약을 해서 나눠준다. 한 번 읽고 다시 한 번 더 볼 때는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그으시라.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부분만 읽어라. 그렇게 한 달에 두 번씩만 하면 책 내용이 고스란히 머리속에 남는다"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초면에 대뜸 공부시키듯 해 좀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것도 그의 나눔 생활이었다. 문 변호사는 이렇게 요약본을 만들어 자신과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준다. 지난 한 해 동안 그 비용만 해도 300만~400만 원가량 들었단다. 그는 "좋은 내용을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는 최고"라며 대수롭지 않게 행동했다. 그는 맨 위에 적힌 2012-11은 2012년에 11번째 본 책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치밀하게 독서한 뒤, 다양한 책에서 본 내용을 활용해 그는 자신의 책에 인용한다. 그렇게 쓴 책으로 기부를 해왔다. 자신이 쓴 책으로 강연을 하는데, 강연을 들으려면 참가자는 1만 원을 내고 책을 사야 한다. 그러면 문 변호사는 그 돈을 모두 기부한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을 쓰고, 그것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선뜻 내놓는 것이다. 그야말로 재능 기부다. 그는 "기부는 생활의 활력소"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 변호사는 "생계를 위해서 변호사일을 해야 한다면 힘들어서 못 한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좀 더 많은 기부를 하기 위해서"라고 본말이 전도된(?) 말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부는 돈이 많아 차고 넘치는 사람, 혹은 다른 사람보다 이타심이 유별나게 뛰어난 사람들이 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문 변호사는 달랐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기부를 하는 게 당연하다는 태도였다. 그는 아내에게도 "생활비 이외에 내가 버는 돈은 기부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그가 기부에 뜻을 두게 된 건 감사한 마음 때문이다. 문 변호사는 공부는 잘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줄곧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 생활을 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서야 학비를 벌어 중앙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수석입학이라 그 때도 장학금을 받았다. 교사 생활을 하며 틈틈이 사법고시 준비를 해선 제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국민대학교 법학과를 야간으로 다녔다. 국민대를 졸업하고서야 검사가 됐다. 이후 변호사 개업을 하고 나니 주위를 돌아보게 됐다. 그는 "국민대에 2억 원 정도를 장학금으로 냈다. 내가 어려울 때 학교가 나를 도와줬으니 나도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참 단순한 논리지만 실천하기 쉬운 일은 아니다. 문 변호사는 "다른 이를 돕는 게 삶의 목적이 됐다. 나눔의 정신을 다들 가졌으면 좋겠다"며 기자를 배웅하고선 법률 서류더미로 가득찬 책상으로 돌아갔다. 원문보기 : 국제신문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700&key=20120531.22021194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