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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창업 성공기] 중저가 화장품 유통사업 `카라카라` / 이춘우 (중어중문 37회) 동문

"중국에 새로운 개념의 화장품 유통사업을 도입해 주목받는 한국 사업가가 있다."

이런 소문을 듣고 이춘우 카라카라(KALAKALA) 사장(46)을 만나러 간 베이징시 차오양구 펑룬빌딩 정문 옆에는 세계적 고급차 마이바흐 2대가 나란히 주차돼 있었다. 중국 4대 부자인 황광위 궈메이 회장 형제 자동차다. 카라카라가 사무실을 마련한 펑룬빌딩이 바로 중국 최대 가전유통회사인 궈메이 본점 건물이다.

바로 이곳에서 이춘우 사장은 중국 화장품 유통 혁명을 설계하고 있다. 카라카라라는 브랜드로 국내 미샤, 더페이스샵과 같은 중저가 화장품 유통전문매장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다. 21일 현재 카라카라 매장은 직영점 16개, 가맹점 27개 등 43개에 이른다. 2006년 4월 베이징에 첫 매장을 오픈한 지 2년 만이다. 내부장식 공사 중인 점포까지 감안하면 이달 중에는 카라카라 매장이 50개를 돌파한다.

매장이 개설된 지역도 △동쪽으로 상하이 톈진 △서쪽으로 시안 △남쪽으로 광시좡족자치주 류저우 △북쪽으로는 창춘, 네이멍구 바오터우까지 중국 전역으로 확장됐다.

"가맹점 유치를 위해 광고를 해본 적이 없다"는 이 사장은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친구나 친척에게 입소문을 내는 방식으로만 확장한 결과가 이 정도"라고 설명했다. 류저우와 상하이 2명을 제외하고 가맹점주는 모두 중국인이다. 도시별로 가맹점주에게 점포개설권을 할당해주는 방식인데 "한 번 점포를 개설한 사람은 2호점, 3호점을 연달아 확장한다"고 설명했다. 시안에서는 가맹점주 1명이 8개 점포를 내기도 했다.

"올해 4월에만 13개를 새로 개설하는 등 매장 확산속도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는 이 사장은 "올해 안에 매장을 130~140개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300개, 2011년에는 1000개로 늘릴 것"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놓았다.

◆ 안정적 출세보다는 전공을 선택

= 이 사장은 누가 봐도 잘나가는 월급쟁이였다. 국민대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해 92년 삼성 지역전문가 1기로 중국에 발을 들여놓았다.

93년부터 5년간 제일제당 베이징사무소장으로 중국시장에 익숙해진 그는 미국 MBA과정으로 훌쩍 유학을 떠났다. 국제마케팅을 전공하고 2000년 삼성에 복귀한 그는 글로벌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중국 내 삼성 조직을 지역별로 전면 재편하는 작업을 맡았다.

이런 조직개편 역량을 인정받은 덕분인지 2003년 그는 삼성 내에서 핵심요직으로 통하는 그룹비서실 재무팀에 발령받았다. 그런데 이때 그는 뜻밖에도 퇴직을 선택했다. 자기 전문 분야인 유통사업에 승부를 걸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2003년 3월 중국으로 건너와 당시로서는 중국에 생소했던 커피체인점 사업을 준비했다. 그런데 사무실을 열고 직원을 뽑고 나서 막 사업을 시작하려던 순간 사스(SARS) 사태가 터졌다. 꼼짝없이 1년 동안 허송세월만 했다. 그러는 사이 동업자도 떠나고 경쟁자도 생기면서 당초 계획했던 커피체인점 사업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 중국 화장품 유통에 혁명 시도

= 새로운 유통사업을 찾아나선 이 사장 눈에 들어온 것이 화장품이다.

90년대 초반까지 몇몇 백화점 외에는 별다른 유통채널이 없었던 중국이지만 2004년 무렵에는 전자제품, 빵, 안경 등 대다수 품목들에 전문 유통매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유독 화장품은 백화점에서만 판매되고 있었다. 고급 제품은 백화점에서만 판매되고 저가 기초제품은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식이었다. 길거리에 화장품 전문매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국내에서 2003년부터 미샤, 더페이스샵 등 중저가 화장품 전문매장이 인기를 끈 것도 이 사장 눈을 뜨게 했다.

2004년 말부터 화장품 디자인ㆍ품목 개발에 나선 이 사장은 베이징ㆍ상하이ㆍ웨이하이에 소재한 한국계 화장품 공장 3곳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먼저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대와 품목을 조사한 뒤 철저하게 그 수요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 우선 가맹점 수 늘린 후 수익 회수 전략

= 그런데 인터뷰 도중 좀 난감한 상황이 생겼다. 순이익을 묻는 질문에 "올해 4월 영업이익이 30만~40만위안에 이르면서 월간 기준으로 처음 흑자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성공한 사업가를 인터뷰해야 하는데 2년 동안 15억원을 투자하고 이제야 막 적자에서 벗어난 사업가를 찾아온 셈이 됐다.

이런 반응에 이 사장은 "유통사업 특징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유통사업은 가맹점 수가 일정 단계에 이르는 시기부터 수익이 급속하게 늘어나는데 그동안은 가맹점을 늘리기 위한 투자단계였고 이제 수익이 발생하는 단계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카라카라는 가맹점에서 가맹점비, 교육비, 인테리어비 등 부대비용을 전혀 받지 않는다. 오직 화장품 공급에 따른 수익만 거둘 뿐이다.

이 사장은 "중국인 창업비는 보통 10만~20만위안 선"이라며 "이 돈으로 부담없이 가맹점을 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중국 대도시에서 20~30㎡ 면적 가맹점을 여는 데 드는 비용은 △장식비 2만5000위안 △제품비용 5만~10만위안 △월임차료 5000~1만5000위안만 따져도 10만~20만위안이다.

그래서 점포디자인, 서비스교육 등은 출장비도 받지 않고 무료로 제공한다. 그 결과 "현재 직영점은 70%, 가맹점은 90% 이상 수익을 내고 있다"고 이 사장은 설명한다. 다만 외상거래는 일절 사절하고 있다.

"류저우에서 올해 2월 점포를 개설한 한국인 30대 부부는 1호점을 월세 2700위안짜리로 시작했는데 첫 달에 순이익 3만위안을 내자 곧바로 3월에 월세 6000위안짜리 2호점을 개설했다"고 소개한 이 사장은 "이들은 2호점에서도 한 달 만에 순이익 4만위안을 올렸다"고 말했다.

◆ 중저가 전략 中서 통했죠

= 이춘우 사장의 성공 전략은 우선 "고가 브랜드로 승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로 출발한다.

대다수 한국인은 중국에서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쌓기 위해 처음부터 무리한 투자를 하는데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좋은 브랜드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며 "돈을 버는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우선 비용을 적게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5%의 고소득층과 95%의 저소득층으로 양분돼 있지만 앞으로 저소득층 가운데 30~40%는 중산층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에 대비한 중저가 전략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새 영역을 개척하라"는 점도 이 사장의 강조 사항이다. 이 사장이 처음 중저가 화장품 전문매장을 계획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화장품은 백화점에서 팔아야 하고, 광고를 잘 해야 하며, 고가 전략을 써야 한다"며 모두 반대했다. 그러나 "이런 세 가지 고정관념을 모두 부수고 나니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영역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현지화로 원가를 낮추는 것도 기본이다. 카라카라의 직원은 90%가 중국인이다. 디자인, 마케팅 관리, 서비스 교육만 이 사장이 직접 챙길 뿐 나머지 인사관리 등은 모두 중국 현지 직원 몫이다.

한류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전략도 화장품 특성상 중요하다. 한국식 인사 예절을 철저히 교육하고 매장에서 모든 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한 것 등은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출처 : 매일경제 기사입력 2008-04-25 09:06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1965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