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공예의 아름다움 안경을 통해 전하고 싶다”/ 황순찬 (공예미술 98동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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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手製) 안경테로 금속공예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명품 브랜드와 저가 중국산 안경테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에 수제 안경테를 들고 나선 젊은이가 있다. 최근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가운데 하나인 '레드닷'(주관 독일 노르트하임 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에서 국내 최초로 안경부문 'Honorable mention'상을 수상한 황순찬 씨(33). 1955년에 시작된 레드닷은 IF,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시상식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황 씨의 수상은 디자인 산업을 기업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상을 탔고 안경 디자인 분야의 불모지인 국내에서 그가 활동한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산업디자인 출신이 아닌 순수예술 분야에 집중하는 금속 공예 출신이라는 점도 업계가 그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국민대 공예미술과를 졸업한 그가 안경에 주목한 계기는 오히려 소박했다. 자신을 위한 장식을 고민하다가 일상적인 안경을 새롭고 과감하게 디자인 해보자는 데 생각이 미친 것. "저는 안경 디자이너가 아니에요. 공예가로서 안경을 디자인하는 거죠. 사람에게 가장 유용한 것을 만들고 싶은데 곰곰이 살펴보면 안경만큼 현대인에게 친숙한 금속예술도 없지 않을까요?" 그에 말마따나 안경을 쓰는 성인이 그렇지 않은 성인보다 더 많은 현실이 됐고 산업의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급성장한 패션 산업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자생적인 안경디자인 산업이 뿌리내리지 못했고 이태리 등의 디자인 선진국에 종속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가 레드닷에 출품해 상을 받은 작품은 4년 전인 대학원 재학시절, "지나치게 상업적 영역"이라며 반대하는 지도교수를 설득하기 위해 85cm 티타늄 한 가닥으로 만든 '하나'라는 이름의 안경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재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얼굴에 선을 긋다'라는 자신의 브랜드까지 확립했다. 그는 안경테라는 디자인 대상이 사람에게 가장 근접해 있고, 또한 인상을 결정하는 얼굴에 위치한 장식품이 때문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사람의 얼굴은 모두 다를 뿐만 아니라 각자의 취향을 반영한 차별화된 디자인을 소비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상업적 기회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것. "시력교정이라는 원래의 기능보다 내 얼굴을 규정하는 안경을 통해 다양한 얘기가 풀려 나오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재미로 밤을 새워 톱질하고 줄로 갈고 사포질 하는 거지요 "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만큼 품질에 대한 자부심도 충만하다. 디자인 모방이 비일비재한 패션 분야에서 누군가 베껴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을 법 하지만 그는 "베껴가도 실제로 똑같이 만들 수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 그가 생산하는 안경테는 하루 한 개에 불과하다. 직접 티타늄 금속을 깎아 만들기 때문에 완벽한 모방이 불가능 하다는 것. 괄목할만한 안경테 디자이너가 나온 것은 반갑지만 혹시 해외로 스카우트되지는 않을까? 그는 기자의 의문을 가볍게 일축했다. "레드닷 수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간 국내에 독자적인 안경 디자인 브랜드가 없다는 사실이 계속 아쉬웠습니다. 꼭 우리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 기사입력 2009-04-28 1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