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스포츠]“카 레이싱은 인내심·자제력 기르는 경기”/이세창(시각디자인 9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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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창(39) 씨에게 붙은 호칭은 다양하다. 그는 조각 같은 외모의 톱 탤런트이자 국내 정상급 카레이서다. 또한 2003년 창단한 레이싱 팀 '넥센 알 스타즈'의 감독이면서 대표이사다. 알 스타즈는 안재모(탤런트)·김진표(가수) 등 연예인 4명을 포함해 12명의 레이서와 12대의 머신(경주용 자동차)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레이싱 팀이다. 국민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1993년 MBC 탤런트로 특채된 이 대표는 데뷔 3년쯤 되자 '나만의 특기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홍콩 배우 청룽(成龍)이 대역 없이 무술 장면을 찍을 수 있어서 액션 영화의 독보적인 존재가 된 모습에 자극을 받아서였다. 차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동차 잡지에 신차 시승기를 쓰고 있었다. 마침 한 기업체에서 레이싱 팀을 만든다기에 신청을 했고, 발탁이 됐다. 레이싱 입문 초기에 이 대표는 연예계와 레이싱계 양쪽에서 '박쥐' 취급을 당했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의 한 연출자는 “너는 배우로서 책임감이 없는 놈”이라며 뺨을 때리기까지 했다. 레이싱을 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촬영 일정이 엉망이 되기 때문이었다. 반면 레이싱계에서는 “저 친구는 어차피 '얼굴 마담'이니까”라며 무시했다. 그럴수록 그는 레이싱에 매달렸다. 2년 동안은 연예 활동을 아예 접고 훈련만 했다. 그리고 2000년과 2001년 국내 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이 대표는 스포츠로서 레이싱의 매력을 묻자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1000분의 1초까지 거짓없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내와 자제력도 배웠다고 했다. 레이싱 카에는 운전석 외에는 의자가 없고, 에어컨은 꿈도 꾸지 못한다. 엔진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3중으로 방화물질을 덧댄 레이싱복을 입고 무거운 헬멧도 착용한다. 출발과 코너링 때는 체중의 몇 배에 달하는 중력을 버텨내야 한다. 그는 “의식이 가물가물해질 정도의 무더위 속에서 찰나의 판단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 급가속을 하고 싶어도 머신의 파워가 따라주지 못하면 욕심을 비우고 참아야 한다”며 레이싱은 다른 선수와의 경쟁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이 대표는 레이싱을 통해 '잠재해 있던 야성 본능'을 깨달았다고 한다. 낚시를 즐기는 조용한 성격이었던 그는 극한 상황을 돌파하는 쾌감에 눈을 떴다. 스킨스쿠버 강사 자격증을 땄고, 경비행기도 몰아봤다. 번지점프는 웃으면서 뛰어내리고, 3000m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도 30차례나 해 봤다. 그는 레이싱이 생활과 가장 밀착된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평생을 차를 타고 다니는데 뛰어난 운전 실력을 갖게 되면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고, 운전하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빗길과 눈길에서 미끄러져 대형사고가 날 뻔한 상황에서 능숙한 운전 실력으로 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운전면허를 딴 뒤에는 전혀 재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국내 운전 풍토를 바꾸고 싶어 한다. “고속도로 순찰대, 앰뷸런스, 군 운전병 등 특수 목적을 수행하는 운전자들이 어느 정도 체계적인 운전 교육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한 번의 판단이 사람의 목숨을 좌우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그의 꿈은 레이싱 학교를 세워 올바른 운전 습관과 방어운전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출처 : 중앙일보 기사입력 : 2009-07-25 00: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