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고래… 멸종…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달음’ 빛으로 부활하다 / 강민규(입체미술대학원 06) 동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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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의 수나 양이 아주 적다는 뜻의 ‘희귀(rare)’는 인간을 애달게 만든다. 왜냐, 희귀는 절대적인 숫자나 양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희귀하면 희귀할수록 가치는 올라간다는 ‘희귀성의 법칙’도 있다. 백화점 한정판매가 더 잘 팔리는 이유다. 인간에게 희귀성이 경제적 욕망이라면, 자연세계의 희귀성은 곧 생존이고, 더 나아가 멸종까지 이어진다. 희귀동물은 인간뿐 아니라 예술을 하는 작가를 더 애달게 한다. 그 ‘애달음’으로 또 하나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크라운 해태 아트밸리 입주작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강민규 작가다. 강 작가는 수원고등학교 때 친구따라 미술학원에 갔다가 미술학도가 된 케이스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국민대학교 입체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작가의 4번째 개인전 ‘Unique_강민규 개인展’이 수원미술전시관에서 한창이다. 과거 작가의 작품 소재가 신비동물이었다면, 이번 전시에는 좀 더 현실 속에 자리잡고 있는 동물들을 주인공이다. 1990년대 초반 호주에서 처음 목격된 눈을 뿌려놓은 듯, 다른 고래들과는 다른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는 흰고래 ‘미갈루(혹등고래)’가 대표적이다. “‘미갈루’와의 만남은 TV뉴스로부터 시작됐다. 희귀동물이 대중에게 단순히 흥미꺼리나 가상과 현실의 논란 속에서 오락적 관심으로 치부돼 버리는 것이 아닌 이들의 존재성을 통해 사실에 대한 관념을 전환하고 직관적 사고를 갖고자 했다. 상아, 돌고래, 말도 등장하는데 그들도 마찬가지다.” 강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재료를 선택했다. 중심부에는 굴절률이 높은 유리, 바깥 부분은 굴절률이 낮은 유리를 사용해 중심부 유리를 통과하는 빛이 전반사가 일어나도록 한 광학적 섬유인 ‘광섬유’가 바로 그것. “기존엔 흙을 소재로 공룡, 모아새, 도마뱀 등 신화적이고, 신비한 동물을 캐스팅해 우레탄으로 도장마감하는 방식의 작업형태를 진행했었는데, 이번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현실보다 더 발전된 문명이나 홀로그램 표현이 가능해졌고 그 장면에서 빛으로 만든 입체적 작업을 구상하게 됐다. ”
광섬유를 소재로 한 작가의 작품은 네모난 큐브 속에 수많은 선들이 불규칙으로 나열돼 있어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지만 그 안에 빛을 주었을 때는 빛의 접점들이 모여 새로운 형태로 탄생하게 된다. 여기서 작가는 빛의 의미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빛과 희귀 동물과의 만남은 또 다른 존재와 의미를 탄생시킨다. 강민규 작가는 본인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의 희귀성에 대해선 전적으로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본인의 작품 자체가 희귀성이 있거나, 희귀 작가가 되길 바라진 않는다. 작가로서 소재와 작품이 한정적 공간에,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미갈루처럼 바다 위를 부유하듯, 작품의 이미지와 메시지가 자유롭게 여러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존재가 되길 바란다. 홍형표 수원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전시관 2층에 ‘오즈’라는 독특한 전시장을 마련, 이 공간성을 작품과 함께 살릴 수 있는 작가를 초대해 기획전을 벌이고 있다”며 “특히 이번에는 수원 출신으로 중앙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젊은 작가의 독특한 작품을 전시하게 돼 의미있는 전시”라고 밝혔다.
원문보기 : http://www.kyeonggi.com/news/
출처 : 경기일보 | 2014.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