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만난 디자인, 이야기가 쏟아지다 / 김형재(시각디자인학과 00) 동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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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컬 레이스 김형재·박재현 요즘 국내 전시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디자인 그룹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서울시립미술관·송원아트센터에서 현재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 주제에 따라 내용은 다른데 스타일은 비슷하다. 한국의 주요 건축가 연대기, 홍대 인디 문화의 역사 등 수많은 데이터를 벽면(공간)에 보기 쉬운 디자인으로 풀어놨다. 정보·지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인포그래픽이 주특기인 이들은 디자인 그룹 옵티컬 레이스다. 옵티컬 레이스는 1979년생 동갑내기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재와 건축을 전공한 프리랜서 작가 박재현이 SNS 상에서 만나 수다 떨다 만든 팀이다. 둘의 공통 관심사는 ‘도시’였다. 김형재는 구도심인 서울 을지로에 스튜디오를 열고서 도시를 관찰하고 있었다. 박재현은 부동산 거품이 문제가 됐던 2007년께 건축사무소를 다니며 아파트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건설회사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서 만든 아파트 시세 보고서를 늘 받아 봤는데 거기에는 구매자의 나이와 재산을 분석해 놨는데 시세 보고서 자체가 도시 이야기 였다”고 전했다. 2013년께 이들의 도시 잡담은 프로젝트로 구체화됐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1인 가구를 위한 도시 문화 디자인 리서치’ 프로젝트가 계기가 됐다. 청년세대가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도시에서 살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자료와 통계를 모아 시각화했다. 올 초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즐거운 나의 집’ 전시에서 옵티컬 레이스는 ‘확률 가족’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부모 세대까지 연구를 확장했다. 청년층이 새 가정을 꾸릴 때 필요한 집을 구하려면 본인과 부모의 조건을 동시에 봐야 했다. 옵티컬 레이스는 전시장 내 정사각형 공간(가로·세로 12m)을 마련하고서 X축에 본인의 자산(연봉+대출 금액), Y축에는 부모의 자산(저축+부동산-노후 자금)을 빼곡히 적어놨다. 만약 관람자의 월급이 175만원이면 전세자금 대출을 1억7000만원 정도까지 받을 수 있다. X축이 결정되면 Y축을 고르게 했다. 부모(베이비부머 세대, 55~63년생)의 평균 자산이 3억여원일 때 향후 노후자금을 빼면 자산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됐다. 이 경우 청년 세대는 독립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현장에서 “처절하다”는 반응이 속출했다. 김형재는 “도시에 사는 가족의 미래를 정확히 진단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는데 대다수가 절망하더라”고 말했다. 옵티컬 레이스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쓰는 자료 대다수가 정부 발표 통계다. 이들이 도시를 읽는 데 등기부 등본도 소중한 자료가 된다. 옵티컬레이스는 지난해 열린 ‘타이포잔치 2015 프리비엔날레’의 행사 중 일환으로 건축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을지로 일대 재개발 지구의 등기부 등본을 떼서 청중과 함께 땅 주인의 역사를 훑었다. 현재 후속 작업으로 ‘가족계획 프로젝트’(가칭)를 준비하고 있다. 결혼한 남녀의 양가까지 다 끌어들여 현재 및 미래 지표를 디자인해 볼 예정이다. 프로젝트의 마지막으로 한 가족의 생애주기를 그려보고 싶다는 포부도 있다.
원문보기 : http://joongang.joins.com/article/194/18516194.html?ct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