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자 양성하는 정부 창업지원정책부터 뜯어 고쳐야”/ 황보윤(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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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경험해본 사람만이 어려움을 안다 인생에는 항상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조금 더 윤택한 삶을 위해 ‘성공’과 ‘실패’를 동반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패’는 ‘좌절’과 ‘희망’을, ‘성공’은 ‘욕심’과 ‘이기심’을 불러온다. ‘실패’에서 ‘좌절’보다 ‘희망’을 찾기 어렵듯 ‘성공’에서도 ‘욕심’과 ‘이기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혈기 왕성할 나이인 99년도부터 사업을 시작한 황보윤 국민대 교수도 ‘성공’과 ‘실패’를 반복해 온 삶을 살아왔다. 아니 오히려 ‘성공’보다 ‘실패’의 경험이 더 많다. 국민대 글로벌 창업벤처대학원 교수가 남들이 보기에는 ‘성공’한 모습일지 모르지만 그는 그저 ‘실패’를 통해 얻은 값진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실패’ 확률을 낮춰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실패의 시작, 잃어버린 건강과 재기의 몸부림 전문 분야가 방송 관련 일이 아니면서도 MBC와의 인연은 그를 방송제작으로 끌어들였다. 지금은 외주제작사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당시 외주제작사는 힘이 약해 방송사에 휘둘리고 있었던 시기다. 시작은 배우 윤승원 씨의 소개로 KBS 드라마 외주제작사의 투자유치를 도와주다가 벌어졌다. 안재욱 김희선 주연의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모든 촬영을 진행해야할 정도로 대작의 기운을 풍겼다. 문제는 KBS가 외주 계약을 맺어주면서 보증보험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투자를 유치하고 있었던 4명이 공동으로 보증보험을 들고 계약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KBS와 외주제작사와의 계약 후 업무 진행이 결렬되면서 보증보험이 말썽을 일으켰다. ‘슈퍼갑’이었던 KBS마저 모든 책임을 외주제작사에 떠 넘겼다. 너무나도 억울함에 청와대는 물론, 국회와 감사원에 진정서와 민원을 넣어 봤지만 KBS 감사실로 이첩된 것을 제외하곤 모두 허사였다. 시비를 가리는 재판으로만 5년이란 세월을 허비해야 했다. 이때 건강만은 잃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소송 진행은 변호사에게 맡기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면서 버티었다. 그나마 대법원까지 진행되는 소송기간 동안 가지고 있던 집 가격이 상승하여 소송비용과 KBS측이 제시한 구상권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충격에서 벗어날 때쯤 재기를 꿈꿨다. ‘실패’에서 ‘좌절’보다는 ‘희망’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2003년 소프트웨어 벤처 회사를 만들어서 다시 시작했다. 순풍에 돛 달아 놓은 듯 순항을 이어갔다. 내친 김에 2006년에는 전국 대리점 모집과 수출까지 하게 됐다. 1999년 창업시부터 2009년까지 황 교수가 세웠던 법인만 4개, 개인사업자가 2개, 도합 6개의 사업자를 만들었다. 특히 많은 법인을 만든 경험은 2009년 ‘창업 전문 컨설턴트’인 ‘창업지도사’라는 민간자격증을 만들게 되었고 2011년에 사단법인 한국창업지도사협회 초대 회장을 지내게 됐다. 그는 법인을 만들면서 창업자로서 느끼는 애환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순간적인 사업 미스로 집에 가압류가 들어왔을 때의 참담함을 당해봄으로써 창업의 위험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창업 멘토가 없어 당했던 시행착오들을 젊은 창업자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 무료 창업 멘토를 자처하는 것도 유경험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창업자가 빠지는 늪 ‘대출’, 범법자 양산 그는 정부의 창업지원제도가 소규모 창업자를 쉽게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창업지원제도라는 어설픈 정부의 제도가 젊은 창업자들을 ‘대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든다는 게 주된 이유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창업이 쉬운 나라도 없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사업자를 내기만 하면 기술보증기금에서 벤처 인증은 물론, 1억원짜리 보증서를 받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은행은 기금의 보증서만 보고 회사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선뜻 1억원을 내어준다. 한마디로 빚이라는 올가미에 걸리는 시작점인 것이다. 이 1억원이라는 돈은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쓰기에는 그리 크지 않은 돈이지만 막상 벌어서 모으려면 엄청 큰돈이다. 창업이 뜻대로 성공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3년 안에 50%가 문을 닫는 현실을 감안할 때 빚쟁이를 양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원리금을 갚아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대출연장을 위해 사업자는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열정보단 계산된 리스크 파악하고 피해 나가야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창업자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계산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열정과 패기만으로는 리스크를 극복할 수 없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 리스크에 빠져 사채까지 끌어 쓰면서 자살까지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아왔다. 2009년부터 상당한 자금으로 정부의 창업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창업자들에게 반드시 인식시켜 주어야 하는 것은 본인의 창업이 가져올 리스크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 희망자에게 길을 제시하다 황보 교수는 2006년 4월 설립된 한국벤처창업학회와 연관이 깊다. 벤처기업인 1200명이 회원으로 있는 이 학회는 매년 학회지를 발행하면서 정부의 정책을 연구하고 더 낳은 정책을 제안한다. 학회가 발행하는 ‘벤처창업연구’ 학회지는 대한민국 창업지로서는 유일하게 한국연구재단의 등재지가 됐다. 또한 2015년 기준 논문인용지수는 KCI 학술지 2,264개 중 상위 25% 수준을 자랑할 정도이니 대다수 창업 관련 연구는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1월 황보윤 교수는 한국벤처창업학회 9대 학회장에 취임하게 됐다. 또한 현재 35개 기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있는 국민대 창업보육센터장으로서 신생기업이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해 주고 있고 성공적인 창업이 되도록 사업방향에 대한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특히 학생 창업자들에게는 6개월간 무료로 사업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제공해 줌으로써 창업시 발생하는 리스크를 피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 정신)’ 배우는 것이 먼저 최근 황보 교수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의 정의를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항상 기회를 추구하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고 그로 인해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일련의 활동과정’이라고 지칭하고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것이 ‘기업가 정신’인 것처럼 얘기하고 사회적 책임으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것은 기업가정신에 대한 오해와 재벌들의 폐해의 반작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민간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기업가 정신’을 교육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국.영.수’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한국인의 좋은 머리를 ‘기업가 정신’ 교육으로 바꾸면 세계인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제품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직하고 있는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연구원들과 ‘기업가 정신’ 관련 콘텐츠 개발과 교육 전문가 양성, 교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국 280여개 창업보육센터 제대로 활용해야 황보 교수가 ‘기업가 정신’처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280여개의 창업보육센터를 하나의 신경망으로 잇는 것이다. 대부분 대학 내에 있는 창업보육센터는 창업 시설과 창업 보육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창업기업들을 성공시키기 위한 투자 재원이 부족한 형편이고 대기업이 관여하고 있는 창업경제혁신센터와 연결고리가 끊겨 있다는 게 단점이다. 황보 교수는 이런 단점을 늘 아쉬워하며 280여개를 3년 이내의 초기기업들을 보육하는 역할을 하고 창조혁신센터를 통해 대기업들의 자금과 개발 능력, 기술,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하게 하는 것이 창조 경제의 성공 단초가 될 것으로 강조하며 새로운 20대 국회에서 이를 구체화하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원문보기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070411297892710&outlink=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