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빨간 볼터치 해줄게”티셔츠 할배의 특별한 어린이날 / 윤호섭(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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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5일) 뚝섬한강공원 한켠 천막에는 티셔츠에 그림을 그리는 한 할아버지를 어린이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초록색 붓 끝에선 돌고래·별·나뭇잎 등이 나와 흰 티셔츠에 앉았다. “예전에 볼터치를 빨갛게 하다가 친환경 물감이 아니어서 한동안 안썼는데, 오늘 어린이날이라서 특별히 빨간 볼터치를 해줄게.” “친환경 물감이 뭐에요?” “냄새 맡아봐. 석유냄새 안 나지? 100퍼센트 천연물감이야. 물로 희석하구. 광물·야자유·송진 같은 게 들어가서 풀냄새 나지?” 할아버지는 국민대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윤호섭(76) 명예교수다. 2008년 정년퇴직했다. 윤 교수는 ‘티셔츠 할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서울 인사동에서 2002년부터 일요일마다 초록 물감으로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주는 퍼포먼스를 해왔는데,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였다. 뚝섬에서는 1년에 한 번 그림을 그린다. 티셔츠 할배, 알고보니 '효리 웨딩드레스' 키웠네
종이방석 앉아서 손으로 '슥슥' 하면 작품…냉장고·에어컨·가구 없는 작업실
6일 찾은 강북구 우이동 윤 교수의 작업실은 한쪽 지붕이 훤히 뚫려 있어 야외에 있는 느낌이었다. 천장에는 2009년 인천공항에 전시했던 작품의 일부인 파라핀 굴비가 걸려 있었다. 윤 교수는 “초록색 페인트를 칠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초록색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2003년 냉장고와 에어컨을 없앴다. 지난해 여름은 물수건 다섯 개로 났다.
'다음세대'와 '공존'하기 위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으려는 과정"
윤 교수는 최근 몇 년 간 ‘공존’과 '다음 세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엔 베트남 호치민 시의 반랑대학교에서 열리는 디자인 컨퍼런스에 ‘Coexistence(공존)’을 주제로 워크샵을 열기도 했다. 다음세대를 생각하며 15년이 넘게 길거리에서 티셔츠를 그려주고 있지만, 모든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건 아니다. 윤 교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별 관심이 없고,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은 10명에 한 명 정도”라며 “하루에 두세명 꼴인데,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수확이다. 나태해졌다가도 다시 기운이 솟는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실 달력에는 학생들과 어린이들의 방문 일정이 다달이 적혀 있었다. 아이들이 오면 작업실의 이것저것을 보여주고 질문을 유도한다. 6월엔 제주도에 가서 어린이들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어린이들은 내 다음다음 세대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으려는 과정이다”고 했다.
그의 ‘공존’에는 동물도 포함된다. 그가 그리는 티셔츠의 돌고래는 서울대공원에 있다가 제주도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를 모티브로 했다. 그는 서울대공원에서 제돌이를 만난 일화를 들려줬다. "돌고래가 지능이 있다기에, 갖고 있던 티셔츠에 돌고래를 그려서 보여줬어. 근데 돌고래가 티셔츠 돌고래에 입맞춤을 하더라고. 알아보고 입을 맞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묘했어.”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459919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