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비박하며 새벽 안개 자욱한 비로봉 그리고 싶어”/ 신장식(미술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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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린다. 눈이 날린다. 금강산에 눈이 날린다. 그런데 눈이 흰색뿐이 아니다. 노랑, 파랑, 붉은 눈이다. 사계절 전혀 다른 옷을 입는 금강산이지만 내리는 눈은 여전히 화려한 색깔이다. 흰 눈이 쌓인 개골산(겨울)에도 삼 색의 눈이 날리고,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풍악산(가을)에도 삼 색의 눈이 날린다. 심지어 비가 내리고 짙은 운무가 낀 봉래산(여름)에도 삼 색의 눈이 날리고, 새싹이 싱싱하게 돋아나는 금강산(봄)에도 삼 색의 눈이 날린다. 삼 색의 눈이 날리는 금강산은 유쾌하다. 분단의 아픔이 있는 산이 아닌 통일의 희망을 듬뿍 머금은 산이다. 그래서 그가 그린 금강산이 판문점에 걸렸다. ‘금강산 화가’로 불리는 신장식(59) 국민대 교수는 “금강산은 통일로 가는 마지막 아리랑 고개”라고 말한다. 5일 그를 만났다.
신 교수의 금강산 그림은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 때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 걸려 두 정상이 그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면서 새삼 크게 부각됐다. 2001년에 그린 가로 7m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에는 삼색의 눈이 진하게 흩날린다. 오방색 가운데 흰색과 검은색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색이다. 신 교수는 물감을 붓으로 뿌렸다. 하나 하나 정성껏 뿌렸다고 했다. 완성된 금강산 그림 위에 뿌려진 세 가지 색깔의 눈은 한민족의 금강산임을 확인시켰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신 교수는 금강산 관광이 열리기 훨씬 이전인 1992년부터 금강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국적인 소재를 찾던 그는 비록 당시에는 직접 가지 못하는 산이었지만 금강산이 가장 한국적인 그림 소재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뒤 25년간 금강산을 주제로 2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신 교수는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금강전도>와 김홍도의 화첩, 조선 후기 이름 없는 화가가 그린 금강산, 일제시대 일본인 사진작가가 찍은 금강산까지 수많은 금강산을 조사하고 연구했다. 특히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명을 받아 금강산을 여행하고 그린 해강 김규진의 <총석정도> 등을 자세히 보면서 금강산의 모습을 상상했다. “피카소가 스페인 내전을 주제로 그린 대작 <게르니카>도 피카소가 직접 보지 않고 그렸지만 많은 감명을 줍니다. 당시 직접 가보지 않았지만 기록을 통해 금강산을 보고 그 느낌을 그렸습니다.”
그는 금강산에 삼 색의 물감을 뿌리는 이유가 금강산의 상서로운 기운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금강산의 서기다. “오방색 가운데 노랑색은 땅을, 파랑색은 나무를, 붉은 색은 탄생을 의미합니다. 또 하늘과 땅과 인간을 의미하고, 이 셋의 조화를 상징합니다. 농경사회부터 조화롭고 평화로운 삶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는 금강산의 23개 계곡 가운데 개방된 6곳은 모두 봤다고 한다. 나머지 17개 계곡도 하루 빨리 개방돼 금강산의 진면목을 누구나 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금강산에서 비박을 하며 새벽 안개가 자욱한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1638m)을 실제로 보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 꿈이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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