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 “컴퓨터 못 다루고 그림 못 그려도 이모티콘 작가 될 수 있어요”/ 주영성(공연예술학부 영화전공 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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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을 하면서 사랑받는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뭘까. 1일 서울 강동구 자택에서 이뤄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자는 “공감과 사용성만 이해한다면 아이디어만 가지고 누구나 사랑받는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 작가는 이모티콘의 가장 중요한 점은 공감이라고 말한다.30년간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인 그는이모티콘 1세대 작가들이 등장하던 2013년,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겠다는 생각에 이모티콘 제작을 시작했다. “이모티콘은 대화할 때 사용하는 소통의 도구고, 그림 작업은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담는 것이라 큰 차이가 있었어요.이모티콘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말장난하는 이모티콘을 만들어봤지만 호응이 떨어졌고, 이후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이모티콘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이런 분석을 통해 탄생한 임 작가의 ‘사랑하는 그대에게’는 40대 이상 여성들이 주 사용자다. 익살스럽고 과격한 이모티콘이 많던 당시 어머니들이 사용할 이모티콘이 없다는 점에서 착안해 따뜻하고 공손한 말투를 사용하고 공들인 그림을 내세운 ‘소녀감성’ 이모티콘을 만든 것이다. 임 작가는 “연령대의 특성상 모호한 감성보다는 확실한 감정표현을 선호하는 점을 반영했고, 고마움을 표현할 때도 ‘감사’라는 한 단어만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와 같이 힐링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더 많이 넣었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그대에게’는 출시 다음날 카카오톡의 대표 캐릭터인 라이언 이모티콘을 누르고 매출 2위를 기록했고,지금까지 계속 업데이트돼 열 번째 버전까지 나왔다. 반면 그림을 배우지 않은 아들 주 작가는 어머니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했다. 평소 또래가 사용하는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임 작가와 달리 주 작가는 주변 사람들이 대화할 때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주의깊게 관찰한다. 철저히 1020 세대의 사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발그림 콘셉트로 가자’며 단숨에 만든 ‘이초티콘'이 주 작가의 데뷔작이자 히트작이다. 이름도 ‘2초만에 그렸다’는 의미를 담았다. 주 작가는 “1020세대사용자들은 그림의 선이 삐뚤삐뚤하고 캐릭터의 팔다리 비율조차 맞지 않은데도 정이 가고 귀여워보인다, 불완전한 자신을 닮은것 같다고이야기해 줬다”며 “예상 밖의 사랑을 받아 ‘이초티콘’의 수익으로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아들 영성씨 사례를 보며 '누구나 좋은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전문적인 그림 교육을 받을 필요도,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전문적인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두 작가는“꾸준히 저녁 두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한 달안에 훌륭한 이모티콘 한 팩(움직이는 이모티콘은24개,움직이지 않는 이모티콘은32개가 한 묶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모티콘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도구도 제약이 없다. 임작가와 주 작가는 컴퓨터의 포토샵을 사용하지만 요즘엔 저렴한 태블릿 PC로도 이모티콘을 만든다. 임 작가는 “컴퓨터를 다루지 못해도, 종이에 그림을 그려 사진으로 찍은 다음 이모티콘으로 만들어도 된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이모티콘의핵심인 공감은 연령대별로 다르기 때문에 10대면 10대, 30대면 30대로 타깃 사용자층을 좁힌 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주 작가는 “요새는 이모티콘이 올라가 있는 스토어 페이지에서 세대별로,또 성별로 인기있는 이모티콘을 정리해주기 때문에 스토어를 잘 관찰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타깃층을 설정한 다음 캐릭터의 콘셉트를 잡아야 한다. 주 작가는 “만약토끼 캐릭터를 그리겠다고 하면 단순히 토끼 캐릭터가 아니라 여기에 성격을 부여하는게 중요하다”라며 "매사에 힘이 없고, 대충대충 임하는 토끼를 그리겠다고 정한 후 세부적인 감정을 잡았다. 기쁨 슬픔 웃음 등 감정들을 잡아두고 먼저 노트에 수작업으로 스케치를 한 후 한 팩이 구상되면 컴퓨터 작업으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모티콘작가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임 작가는 ‘나를 관찰하기’를 꼽았다.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평소 어떤 말을 쓰는지 관찰해보세요.남의 이모티콘이 아니라 본인이 쓸 이모티콘을 만들어보면,자연스럽게길이 열릴 겁니다.” 글·사진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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