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김병준 "한국당, 민주당보다 더 큰 폭 물갈이 해야" / 김병준(행정학과 명예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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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은 대구 출마설에 대해 “대구든 서울이든 수도권이든 전체적인 총선의 그림이 그려지면 그 속에서 제가 희생할 각오는 돼 있다”고 말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김 전 위원장은 온 사방에서 나오는 원칙 없는 쇄신요구는 (인적청산 대상자들의) 반발만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향한 리더십 위기도 결국 원칙과 철학의 부재에서 나온다고 진단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인적쇄신의 원칙으로 품격을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국가와 공동체를 위한 의무를 다했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인적쇄신의 폭 역시 더불어민주당보다 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30~40% 물갈이를 얘기하고 있다”며 “민주당보다 더 큰 쇄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대표의 구심력을 발판 삼아 인적쇄신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빅이슈로 떠오른 보수통합과 관련, “이질적인 요소를 한 그릇에 담으면 그릇이 깨진다”고 강조했다. 보수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나오는 탄핵 논란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역할론을 제기했다. 김 전 위원장은 “박 전대통령이 ‘이제 나를 잊어라. 더는 탄핵이 분열의 씨가 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내주는 것이 보수통합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김 전 위원장과 일문일답. -지난 12일 ‘북 콘서트’를 대구에서 진행했다. 대구에서 총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 △대구 지역 원로분들이 먼저 출마 얘기를 꺼냈다. 그들이 저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대구가 끝날 수는 없다. 대구 정치를 새로운 모습으로 일으켜 세우는데 일조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제 고향에서 나온 이야기니까 상당히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꼭 나 여야 한다’는 이유는 없지만 ‘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대구 수성갑 출마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대구 수성구는 민도(民度)가 높다. 민주당 고정지지층을 35%로 볼 정도로 여당 지지세도 높다. 심지어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매우 큰 차이로 당시 김문수 한국당 후보를 이겼다. -당내 일각에서는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는 비판도 만만찮은데 △곳곳에서 저를 비판하고 있다. 수도권 입장에서 보면 대구 출마가 비교적 편한 입장이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 홍준표 전 대표는 저에게 서울 강북 출마를 권유했다. 당 초선 그룹들도 수도권 험지 출마를 얘기하고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유사한 얘기를 한다. 가볍게 들을 수 없다. 무겁게 듣고 있다. -어쨌든 총선 출마는 결심했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면 출마를 안 할 수 있으면 편하고 참 좋다. 그런데 시대적 상황이나 당 상황이 그렇지 않다. ‘출마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될 수 있으면 당을 바로 세우고 보수 정치를 굳건히 세우는데 일조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겠다. 대구든 서울이든 수도권이든 전체적인 총선의 그림이 그려지면 그 속에서 제가 희생할 각오는 돼 있다. -당내에서는 중진·영남권 의원 수도권 험지 출마를 비롯해 인적쇄신 소리가 나온다.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하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쉽게 3선, 4선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큰 정치를 하지 않을 거면 관두라’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너무 편의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선수가 쇄신에 기준이 되지만 초·재선도 문제가 있으면 다른 지역구로 가야 한다. 오히려 다른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럼 어떤 기준을 생각하고 있나. △보수정당은 품격이 있어야 한다. 그 품격이라는 게 ‘국가와 공동체를 위한 의무를 다했느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 그래야지 시민들이 ‘저 정당이 품격 있는 정당이고 국가에 헌신하는 정당이구나’라고 볼 것 아닌가. 지금처럼 기준도 없이 선수를 기준으로 해 ‘3선 이상은 어떻게 하라, 어느 지역에 나가라’는 것은 곤란하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15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본사에서 인터뷰 중이다. (사진=방인권 기자) △기준은 없고 답답하니까 ‘3선 이상 다른 지역에 가라, 잠재적 대권주자는 어디로 가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인적쇄신 문제는 한국당 지도부의 리더십의 평가 잣대다. 제대로 쇄신하는 모습이 없으니 리더십이 흔들린다. 황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니 인적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못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적쇄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니 리더십이 흔들리는 건지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이 2개가 서로 맞물리면서 문제가 터진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민주당이 30~40% 물갈이를 얘기하고 있다. 한국당은 민주당보다 물갈이 폭이 작아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자면 민주당보다 더 큰 인적쇄신 모습을 보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간 당내 문제가 민주당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다. 탄핵을 주도했던 사람과 앞장섰던 사들, 그것을 반대하면서 튀어나온 사람들 간 갈등이 첨예하다. 지지자들은 한국당이 지난 각종 선거에서 연속으로 패배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민주당보다 더 큰 규모의 인적쇄신을 요구할 거다. 물론 인적쇄신이 사람만 바꾸는 것이라면 아무 소용 없다. 무엇 때문에 인적쇄신을 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왜 바꾸는지, 바꿔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철학과 기조가 있어야 한다. 미래 비전이 먼저 설정되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우리는 품격있는 정당으로 나간다’, ‘국가 공동체 의무를 다해야 하는 의무다’라고 정하면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당 통합이 중요하다’고 하면 분열을 조장한 사람들을 잘라내야 한다. 자유·자율 기조로 가겠다면 국가주의적 국가경영을 하자는 사람은 당에 있으면 안 된다. △총선이 당장 내일 치러진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이번 총선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누가 이기든 반드시 승자의 저주가 있을 것이다. 결국 다시 국민으로부터 매를 맞게 돼 있다. 왜냐하면 거대 양당 모두 새로운 시대를 읽고 대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총선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한 선거제 개편이다 △한국당이 죽을 각오로 막는다면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당이 올바로 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당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인적쇄신 기준이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한국당이 제대로 의석을 확보하면 어떻게 된다’는 그림을 그려주고 국민을 설득하면 범여권이 함부로 선거제 법안을 수적 우위로 통과시킬 수 없다고 본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 아닌가.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기본 안은 내놓을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인적쇄신을 하고 ‘어떤 지역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기준은 정할 수 있다. -한국당 일각에서 선거제 개편을 막기 위해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이 국민한테 신뢰를 받을 생각을 해야 한다. ‘조국 사태’ 이후 올라갔던 지지율이 하루 아침에 뚝 떨어졌다. 국민이 쇄신과 혁신에 목 말라 있다는 증거다. 거기에 부합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총사퇴 없이 단기간에 설득이 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모든 것이 리더십의 문제다. -인재영입이 오히려 논란만 부르고 있다. △순서가 틀렸다. 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고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을 영입해야 한다. 또 그전에 인적쇄신안이 먼저 나와야 한다. 어떤 사람을 빼고 어떤 사람을 넣겠다는 차원으로 가면 더 좋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당이 그나마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지역은 영남이다. 영남 지역 인적쇄신 원칙과 계획에 맞춰 인재를 영입한다면 기준에 맞는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어떤 인적쇄신 계획 없이 영입되는 인재는 ‘내가 출마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 누가 당에 들어오려 하겠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15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본사에서 인터뷰 중이다. (사진=방인권 기자) △황 대표 개인의 문제로만 몰아가기에는 문제가 있다. 나도 한국당을 운영해봤지만 상당히 어려운 당이다. 구성원 목소리가 뿔뿔이 나오고, 지나간 역사 자체가 갈등을 일으킬만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은 복잡하고 개인역량이 못 따라가니 리더십 위기가 주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리더십의 위기를 다른 걸로 덮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공천 시 낙하산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낙하산이 없다는 것은 전략공천 없이 경선한다는 말이다. 경선을 한다는 이야기는 당내 의원의 불만을 잠재우기에 제일 좋다. 현역 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당 지도부와 의원 사이에 묵시적 담합이 이뤄져서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되면 인적쇄신이 어려울 텐데’라고 걱정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준도 없다 보니 당에서 치고 나왔다. 김태흠 의원이 ‘3선 이상 나가라’고 주장했다. 초선들도 험지론·용퇴론을 얘기한다. 3선 의원들도 ‘선수 가지고 그러냐, 왜 지역 가지고 그러느냐’ 할 것 아니겠나. 이 사이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이다. ‘조국 사태’ 이후 터져 나온 인적쇄신이 리더십을 흔들고 있다. 이걸 또 덮기 위해 보수통합 논의가 나왔다. 보수통합 논의는 준비가 안 됐다고 본다. 기업도 인수합병(M&A)을 할 때 자기 계획에 맞춰서 추진한다. 보수 통합도 이 당이 어떻게 가야 하고, 통합해서 어떤 기조를 유지해야 할지 목표를 설정한 후 이에 맞춰서 해야 한다. 통합할 때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밖으로 내놓진 않겠지만 물밑에서 교감해야 하는 것이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조국 정국 때 민주당 턱밑까지 지지율 차이를 좁혔지만 다시 벌어지고 있다. △한국당을 이야기하면 저는 지지율보다 오히려 비호감도를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본다. 비호감도는 쉽게 말해 길을 가는데 앞에 절벽이 가로막고 있는 거다. 한국당의 비호감도는 60%를 넘는다.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비호감도를 제외하고 지지율을 최대치로 올려봐야 35~40% 아닌가. 그중에 충성도가 약한 표를 빼면 지지도가 높아질 수 없는 구조다. 비호감도를 극복하는 전략이 없으면 지지율이 올라갈 수 없다. 국민은 정치를 복잡하게 보지 않는다.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인물이다. 민주당은 인적쇄신에 성공할 것이다. 불출마 선언을 봐라. 누가 봐도 제법 괜찮은 사람까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리를 비켜주며 분위기를 만든다. 외부 환경도 민주당이 훨씬 유리하다. 민주당은 불출마자를 공사·공단 사장에 앉힐 수 있고 입각시킬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대표의 힘이 세다. 구심력이 있으니 잘할 수 있다. 모든 조건이 같다면 민주당과 비교해 인적쇄신을 하지 못하면 지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보수 통합 논의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 사람 저 사람, 이질적인 요소를 무시하고 무조건 한 그릇에 담는다고 통합이 끝나나. 한 그릇에 담으면 그릇이 깨진다. 그릇 안에서 또다시 갈등과 대립이 일어날 것이다. 보수에 대한 새로운 원칙을 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반문(反文) 기치 아래서 우리 모두 다 합치자, 이기면 그만’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안 본다. 통합의 가치관이 없으면 제대로 정부를 견제 못 하고 자기 싸움하기 바쁠 것이다. -‘탄핵 논란’이 통합의 핵심 중 하나다.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박 전 대통령이 보수통합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 ‘이제 나를 잊어라. 더는 탄핵이 분열의 씨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탄핵 찬성·반대·우리공화당 문제가 다 탄핵에서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이 원점에서 미래를 위한 메시지를 내줬으면 좋겠다. 김 전 위원장은… △1954년 경북 고령 출생 △영남대 정치외교학 학사 △미국 델라웨어 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제49대 교육인적자원부장관(교육부총리)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원문보기: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325126622687032&mediaCodeNo=257&OutLnkChk=Y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등록: 2019-11-18 6:00:05 / 수정: 2019-11-18 8:1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