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당선소감]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삶의 냄새 짙은 시조를 쓰겠다 / 오정순(가정관리학과 80) 동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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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사랑’의 여주인공 석순옥을 사랑한 아버지는 딸을 낳으면 ‘죽순 순(筍)’자를 이름 끝 자에 넣겠다는 약속을 지켜 아예 나를 ‘순아’라고 불렀다. 나는 그 이름이 싫었다. 다행히 나와 이름이 같은 문인이 여러 분 계셔서 필명을 가질 수 있었다. 구순 아버지는 내가 본명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늙은 아버지의 한마디는 여전히 내게 힘찬 함성으로 들린다. 헌신적이며 지고지순한 삶은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가쁜 호흡과 통증뿐인 아버지는 내게 현실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좀더 아버지를 사랑하는 길이고 내 이름을 불러준 시조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만난 시조는 자수를 꿰맞추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번번이 좌절만 거듭하던 어느 날, 내 시조에서 체온과 박동이 느껴졌다. 비록 희미했지만, 분명히 살아 있었다. 이제 겨우 초입에 섰을 뿐이다. 그러나 길을 잃지 않겠다.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삶의 냄새가 짙은 시조를 쓰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 ■오정순(필명 오서윤) ▲1958년 대구 출생 ▲국민대 가정관리과 졸업 ▲2011년 천강문학상 수상 ▲2013년 평화신문, 201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14년 10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2017년 1월 차하 원문보기: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102043003&wlog_tag3=naver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입력 2020-01-01 16:30 / 수정 2020-01-02 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