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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할 때 전공 선택…학과 경계없는 대학으로 바꾸겠다” / 정승렬 총장 인터뷰

정승렬 총장은 “전공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가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지금까지 대학 교육은 학생이 입학하면서 선택한 학과·전공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고 졸업하는 것이었다. 학과별로 학생을 뽑아서 졸업시키는 제도는 각 학과와 교수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유지하는 근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승렬(61) 국민대 총장은 이러한 경계를 깨겠다고 말한다. 학생이 대학에 들어온 뒤 마음껏 원하는 공부를 해보고 필요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 1일 취임한 정 총장은 총장 임기를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4년 임기 안에 다른 대학보다 앞서 교육 혁신을 해내겠다는 그를 만나봤다.


Q. 취임사에서 내세운 ‘기업가정신 대학’은 무슨 의미인가.


A.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인재를 키운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업가 정신으로 대학을 경영하는 조직을 만든다는 것, 세 번째로는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뜻이다. 대학은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 융합적 지식을 훈련시킬 수 있어야 하고,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Q. 기업가정신을 키우기에 국민대가 가진 장점은 뭔가.


A. “해공 신익희 선생 등 임시정부 요인이 설립하면서 애국정신이 건학 이념이 됐다. 또 성곡 김성곤 선생(쌍용그룹 창업주)이 인수하면서 기업가정신이 육영 이념이 됐다. 즉 모든 학문 분야에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실용 인재가 된다는 게 우리의 인재상이다. 예술 분야와 공학, 인문사회학까지 세 개의 축이 모두 탄탄한 대학은 흔치 않다. 이런 학문 바탕이 유리한 점이다.”


그동안 국민대는 실험적인 교육과정을 선보여왔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분야끼리 만나 새로운 과목을 만드는 ‘팀팀클래스’나 동아리·경진대회 활동을 정규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알파프로젝트’ 같은 제도다.


정 총장은 더 나아가 ‘경계 없는 교육’을 선포했다. 신입생 선발 때부터 학과의 경계를 없애고, 입학한 뒤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Q. 입학한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면 ‘비인기 학과’에서 반발할 텐데.


A. “시대에 맞지 않는 얘기다. 예전엔 교수가 만든 학과에서 교수가 가르치고 싶은 것만 가지고 학생을 모았다. 공급자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이다. 학생 수마저 줄어드는데 이제는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학생이 전공 선택권을 갖고 원하는 학문을 배우고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해주지 않으면 왜 우리에게 돈을 지불하겠는가.”


Q. 어떻게 전공을 선택하게 되나.


A. “우선 모집단위를 광역화할 생각이다. 학과가 아니라 단과대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식이다. 그리고 모든 전공이 의무적으로 융합 연계 전공을 만들도록 하겠다. 이렇게 되면 학생은 굉장히 다양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전공마다 정원을 정해놓고 성적순으로 자르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학생이 각 전공에서 필요한 트랙을 합쳐 새로운 전공을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 중간에 ‘내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면 ‘오메가 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전공으로 졸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도 마련한다.”


정 총장은 “우리 대학에서는 입학할 때가 아니라 졸업할 때 전공을 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대학에 들어온 뒤 빠르게 전공을 찾는 학생도 있지만, 하고 싶은 것이 바뀐다면 전공을 늦게 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Q. 글로벌캠퍼스를 만드는 계획도 내놨다.


A. “학생들에게 글로벌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정신이 활발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캠퍼스를 설립하려 한다. 학생을 선발해서 한 학기 정도 현지에서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받는다. 실리콘밸리 창업자에게 강의를 듣거나 현지 기업 인턴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 데이터사이언스, 디자인 등의 분야부터 가게 될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Q. 산학협력이 활발한 대학인데.


A. “지금까지 국민대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전해주는 대가로 받는 ‘기술이전수입’이 상당히 많은 대학이었다. 다만 이제는 산학협력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대학이 처한 재정난을 해결하려면 대학의 기술지주회사를 키워야 한다. 우수기술을 발굴하고 사업화하고 수익을 내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 것이다. 자회사를 60개로 늘리고 300억원 규모 창업 펀드를 만드는 게 목표다.”


Q. 취업난이 계속되는데.


A. “대학이 필요한 이유는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키워 내보내기 위해서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직업, 직장을 갖도록 훈련시키는 것이야말로 대학의 역할이다. 지금도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취업이 어려운데도 찾아가지 않는 학생이 많다. 그래서 진로 탐색을 아예 필수 학점 과목으로 만들어서 강제화할 계획이다. 적성을 파악하고 상담을 하는 취업 프로그램에 손잡고 끌고 오겠다는 것이다.”


Q. 꼭 달성하고 싶은 한 가지를 꼽는다면.


A. “교육 경쟁력의 결과는 취업률로 나타난다. 경계 없는 교육이나 체험형 교육을 하려는 것은 결국 좋은 직업을 갖고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키우기 위함이다. 양질의 취업이 동반되지 않는 교육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단 한 가지만 달성할 수 있다면 취업률 72% 이상을 달성해 국내 대학 중 가장 취업에 강한 선도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정승렬 총장=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석사를,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영정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국민대 정보관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비즈니스IT전문대학원장, 대외교류처장, 국제교류처장, 기획처장, 기획부총장 등의 보직을 두루 거쳤다. 한국인터넷정보학회장, 한국국제교육관계자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 9월 국민대 13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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