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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이원덕] 핵무장론을 경계한다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한 관계는 강 대 강이 부딪치는 적대적 대결 구도로 치닫고 있다. 사드 도입이 기정사실화되고 남북 대화 및 교류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조차 폐쇄되었다. 머지않아 개시될 대북한 유엔 제재는 역대 최강 수준이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김정은 정권의 위험천만한 폭주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도 높은 대북 압박과 제재에 나서고 있다. 북한 역시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남북한 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한반도 지정학과 세력균형의 국제정치를 고려할 때 우리의 대북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미·중·일·러 4국과의 긴밀한 공조와 협력이 불가결한 요소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미국과 일본은 개성공단 포기라는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대북 강공 정책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공감을 표함과 동시에 양자 차원의 대북 제재 조치에도 속속 나서고 있다. 미 의회는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 제재를 포괄적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북한제재법을 통과시켰다. 일본 정부도 2년 전 전격적인 스톡홀름 합의로 느슨해졌던 대북 제재의 끈을 다시 조이고 대북 송금 제한과 해운 제재 등 고강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한·미·일 3국의 대북 안보협력 체제가 긴밀하게 작동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사드 배치를 계기로 불편한 속내를 점차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중·러와의 대북 공조는 점차 틈이 벌어지고 있어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북 영향력을 감안하면 중국의 자세는 북한의 향배에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실효성을 높이는 데도 중국의 입장은 매우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여 북핵 대응 국면에서 한반도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 냉전 구도가 초래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우리의 생존, 안위와 직결된 문제로 결코 타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어떻게든 중국의 이해를 구하고 모처럼 구축된 한·중 간 전략적 호혜 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외교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북핵 위기 국면에서 주목을 요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국내의 정치권과 일부 매스컴이 제기하고 있는 핵무장론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핵무기 보유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니 필자로선 의외의 결과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핵, 미사일 개발로 질주하는 북한에 본때를 보여주고 이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공포의 균형 추구로 핵 위협을 막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도 등장했다. 한편으로 북핵에 대해 미·중에 경각심을 고조시키고 심각한 대처를 촉구하기 위해 핵무장 논의가 유용하다는 기능주의적 핵 담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핵무장 논의는 기본적으로 북핵에 대한 분노와 좌절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만 만약 핵무장이 진지한 정책 옵션으로 고려된다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만약 우리 스스로 한반도 비핵화론을 포기한다면 북핵에 대해 할 말이 없음은 물론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한·미 원자력 협정 파기와 더불어 한·미동맹 파탄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핵무장에 나선다면 일본, 대만 등 주변국의 핵무장 도미노를 막기 어렵고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핵 확산 경쟁의 무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는 차제에 한반도 비핵화 평화론이야말로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할 원칙이자 논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원덕(국민대 교수·국제학부)

 

원문보기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435426&code=11171395&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