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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日 집단자위권 우려, 한·미·일 협의로 넘어서야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일본 야당과 시민들의 거센 비판과 반대에도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을 중핵으로 하는 11개 안보법안을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다수결을 앞세워 강행처리했다. 헌법학자들은 위헌 소송을 벼르고 있고 반발한 시민들의 반(反)아베 시위가 거세지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겠지만 안보법안의 성립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었다. 이로써 일본은 전후(戰後) 70년간 유지했던 '전수(專守)방위' 원칙을 포기하고 전쟁이 가능한 군사적 '보통국가'에 바짝 다가서게 되었다.

원론적으로 보면 집단적 자위권은 국제법이나 유엔헌장에서 모든 국가에 부여한 권리이다. 다만 일본은 군비(軍備)와 교전(交戰)을 부정한 평화헌법 제9조를 고려하여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금지해 왔다. 하지만 일본은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제9조를 형해화해 온 여정을 걸어왔기에 지금의 움직임이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육·해·공군의 전력 보유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자위대라는 막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으며, 해외 파병이 곤란함에도 PKO(평화유지활동) 등의 명목으로 해외에 자위대를 파견해왔다.

아베 총리가 집요하게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은 그의 정치 슬로건인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脫殼)'을 위한 필수 코스지만 대외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센카쿠 문제에서 미국의 대일(對日) 안보 공약을 확실히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일본은 중국이 센카쿠 열도 점령을 시도할 경우 미국이 미·일 동맹에 입각하여 즉각 군사적 대응에 나서줄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서 아태지역의 재균형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대국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이 긴요하다. 미국이 일본의 안보법제 통과를 지지·환영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양면성을 지닌 복잡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집단적 자위권이 미·일 동맹 차원의 안보정책 조정 과정인 한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설사 한국이 반대한다고 일본이 그만둘 상황도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가장 신경이 거슬리는 대목은 역사 인식 문제에서 퇴행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아베 총리가 강성 안보정책을 취하는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위안부·야스쿠니·역사 교과서 등의 문제에서 반성은커녕 역사수정주의 언행이 거듭되는 속에서 안보정책 전환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신과 염려가 증폭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북한이나 중국을 자극하여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패권(覇權) 경쟁을 촉발하는 측면도 배제하기 어렵다.

좀 더 심각한 우려는 집단적 자위권이 인정된다면 한반도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본 자위대가 우리의 영공해 내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의 요청 없이 한반도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이루어지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점은 한·일 양국 정부가 거듭 확인했다. 오히려 한반도에서 일본의 대미(對美) 후방 협력은 미군의 대북 작전수행 능력 향상 및 북한 도발 억지력 강화에 직결된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이를 우리의 안보 이익에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및 한·일 간에 한층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20/20150920025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