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론] 사법시험 폐지 유예 / 정철(법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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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 제도 폐지를 4년간 유예하자는 주장이 나와 연일 시끄럽다. 찬성론자들은 로스쿨의 비싼 학비와 폐해를 지적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법시험을 유지하자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이미 10년 전에 결정된 사안을 번복하는 것은 말이 안되며, 몇 년간 정착된 로스쿨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거라며 우려한다.
■ 찬성 / 정철 국민대 법대 교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은 2007년 노무현정부 말기에 전격 도입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포함한 자유민주주의에 더 잘 조화되는 것으로 소개됐다. 원래 로스쿨의 수출국이 미국이라서 그런지 로스쿨은 시장경제에 잘 어울리고, 사법시험은 왠지 촌스럽고 구시대적이라는 인상마저 풍긴다. 그런데 사실은 상당히 다르다. 로스쿨법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 입법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제2조). 우선 로스쿨이 도입 초기의 구체적 약속과 달리 전문화한 법조 인력을 사회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로스쿨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또 다른 입법 목적인 법률가 공급의 지역 간 균형 역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 로스쿨을 다녀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졸업생이 지역의 법률가로서 활동하지 않고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입법 조치를 하지 않으면 로스쿨은 2017년 사법시험의 폐지와 함께 법률가를 양성하는 통로를 독점하게 된다. 시장을 통한 자연독점도 아니고 국가가 법률에 의해 독점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가를 양성하는 권력의 독점은 필연적으로 폐해를 낳게 된다. 벌써 로스쿨 진학과 졸업 후 취업의 공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는 바 사실이라면 이들이 과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내고 법률전문가로서 사회정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로스쿨은 고비용 구조도 문제지만 공직과 민간의 법률 직역에 종사하며 전문성을 다진 수많은 인재들이 또다시 전업으로 로스쿨을 3년 다녀야 하는 문제가 있다. 로스쿨 졸업생만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게 한 조항의 위력 때문인데 커다란 사회적 낭비다. 이처럼 로스쿨법의 입법 목적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밝혀지고 로스쿨 독점 구조로 인한 폐해만 명백히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이 입법 목적 실현을 위해 희생된 비로스쿨 법학과 및 법학 유사 학과 재학생·졸업생을 포함한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기본권 침해 상태를 회복시키는 입법 조치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구체적 조치는 바로 로스쿨이 아닌 통로를 통해서도 법률가가 될 수 있는 길을 일정 한도에서 허용하는 사법시험의 존치다. 사법시험은 오랜 기간 공정성이 확보되고 기회균등의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구체적 수단이어서 오히려 존속될 필요가 있는 제도다.
원문보기 :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1165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