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시론] 재정건전성 훼손 더이상 안된다 / 윤정선(경영대학) 교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 간 세계경제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경기진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보편화되고 심지어 유럽, 일본 등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시행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일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재정지출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기업과 가계의 부채비율이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하여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진작효과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경기침체와 더불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통화는 국제결제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가계 및 기업의 부채비율 또한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르러 재정정책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의 재정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우선 국가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이로 인한 이자비용 또한 증가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부양을 위한 일시적 지출이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재정지출을 위한 재원을 재정적자를 통해 조달하고자 할 경우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정부의 재정적자가 증가하는데 따르는 또 한 가지 문제점은 현 세대의 세금인상 부담이 미래세대에게 전가되어 세대 간 형평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재정지출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래세대의 복지 증진 없이 재정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그 책임이 미래세대에게 전가되는 것은 현 세대의 도덕적 해이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지속적인 재정적자로 인해 정부의 재정건전성이나 세대 간 형평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재정준칙을 적용하고 있다. 요컨대 공공지출에 대한 지출한도 준칙, 예산적자의 규모를 제한하는 예산적자 준칙, 그리고 국가 채무의 최고한도를 강제하는 채무준칙 등이 그것이다. 특히 영국은 정부가 투자지출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경우에만 국채발행에 의한 적자를 허용하는 황금준칙을 적용하여 미래세대의 합당한 복지증진 없이 세금부담이 전가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기간 중 적자재정이 편성된 이후 금융위기, 복지비용 증가 등으로 인하여 재정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균형재정으로의 회귀가 요원한 상황이다. 또한 재정적자의 상당부분은 20년 혹은 30년 만기의 장기채 발행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 이와 같은 장기국채 발행은 원금상환에 대한 압박 없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다양한 만기의 금융상품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최근 20여 년 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우리 재정의 적자편향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재정적자가 발생한 현 시점의 세대는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낮은 이자만을 부담하고 있지만 원금상환 혹은 금리비용 상승으로 인한 세금인상의 부담은 현재 직장을 갖지 못한 어린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지울 수 없다. 

이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부채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의 용도와 규모를 사전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재정준칙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윤정선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03140210235160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