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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돌포커스-이원덕] 동북아 다자외교의 중요성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최근 일본 고교교과서 검정 결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더욱 강화되었고 위안부 등 식민지 역사에 대한 기술이 상대적으로 후퇴했음이 드러났다. 아베 정권은 교과서 집필기준인 학습지도 요령과 검점기준을 바꾸어 정권의 정책에 맞는 교과서를 쓰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기 때문에 검정 결과에 대해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아베노믹스와 더불어 역사수정주의, 영토주권 강화, 강성 안보 추진, 평화헌법 개정 시도는 아베 정권의 핵심적 지향점이자 정책 목표이다.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 방향이 못마땅하기 짝이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거북하고 껄끄럽지만 양자외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비분강개 형 대일외교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일본의 국가주의 강화 움직임은 장기적 경제침체로 상대적으로 추락하고 있는 국제적 위상 쇠퇴에서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일본의 변화를 추동하는 외적 요인은 중국의 강대국으로의 급부상을 축으로 하는 동북아 질서의 지각 변동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견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위상과 북한의 핵, 미사일, 일본인 납치 등의 도발도 일본 국가주의화를 한몫 거들고 있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일 양자외교와 더불어 한·미·일, 한·중·일의 다자외교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역사인식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일 정부 간 접근보다는 국경을 넘어선 일본 시민사회와의 연대와 미국, 중국 등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공조를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효과적이다. 따지고 보면 작년 말 극적인 위안부 합의 도출의 실마리를 잡은 것도 한·중·일 정상회담이 계기였고 총리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 반성과 더불어 사실상의 배상조치를 약속한 데는 미국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점은 주지의 일이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21세기 들어 이른바 세력 전이(Power Transition) 및 세력균형의 유동화가 격렬하게 진행됨에 따라 협력보다는 경쟁, 갈등의 요소가 점차 첨예화되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미·중, 중·일 관계는 물론 한·일 관계도 예전보다 훨씬 대립과 마찰이 격화되는 것도 이러한 동북아 국제질서의 지각 변동과 무관하지 않다. 어찌 보면 북한이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이라는 극단적 모험주의 노선으로 질주하고 있는 것도 동북아 세력균형에서 점차 상대적인 열세로 몰리는 상황을 반전시켜 어떻게든 생존을 유지하려는 필사적인 발버둥으로 볼 수 있다. 

한 발 떨어져서 동북아 지역을 보면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내에서도 역사인식과 관련하여 자국 중심주의적 국민정서가 폭발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영토 문제를 둘러싼 배타적 애국주의적 감정이 첨예하게 표출되고 있다. 동북아 지역은 유럽이나 북미, 동남아 지역과는 달리 협력과 상생의 제도와 메커니즘의 부재로 말미암아 적지 않은 불신과 갈등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문제를 극복하고 한반도 통일을 평화적으로 달성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과 더불어 중국, 일본과의 긴밀한 대화, 협력이 필수적이며 그런 의미에서 한·중·일 협력체제의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중·일 협력체제의 원활한 가동이야말로 북한 문제는 물론이고 역사인식, 영유권 갈등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도 긴요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원덕(국민대 교수·국제학부)

 

원문보기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468030&code=11171395&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