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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포럼]‘디자인 강소기업’ 육성의 해법 / 안진호(대학원 경영학과) 겸임교수

대부분 디자이너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사람들은 디자인에 높은 안목과 인식이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의 디자이너와 디자인전문회사가 뉴스의 화제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대한민국은 디자인 강국이다. 창조경제의 시대,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디자인 강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항상 디자인의 가능성과 화려한 모습만을 비추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은 디자인 강국인 것인가. 요즘 잘나간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봐도 성공한 사람은 극히 몇 명일 뿐이다. 스타를 꿈꾸는 대다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디자인산업도 이와 같은 상황이다. 

저자는 40대 중반의 나이로 디자인컨설팅 회사를 꿈꾸고 있다. 또한 검은 머리가 파뿌리될 때까지 디자이너이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다른 디자인업종 종사들처럼 3개월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런 문제들은 지적하지 않는다. 디자인의 예술적 가치와 그로 인한 효과만을 중시할 뿐, 디자인산업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진단하고, 논의하지 않는다. 저자는 대학교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파산한 디자인 전문회사의 노동자 대표로서 체당금 신청도 담당했었다. 항상 디자이너가 잘사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경제와 산업적 관점에서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 석·박사 과정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런 글을 쓰는 목적은 디자이너들이 경제적 안정 속에서 디자인하기를 원한다. 그 기반으로 디자인의 산업적 경쟁력과 가치가 오르면, 우리나라가 디자인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어떤 사건이나 현상 등이 기대하고 있던 것과 정반대로 전개될 때 이를 아이러니컬(ironical)하다고 한다. 사건이나 현상 속에 숨어있는 속 뜻과는 정반대로 전개되는 것인데, 이런 경우가 디자인에도 존재한다. 사람들은 '크리에이티브(creative)하다'와 '디자인적 마인드'가 있다는 것은 같다고 인식한다. 그래서 '디자인적 마인드'는 '새로운 생각', '진취적 기상', '기발한 전략' 등의 무형의 가치와 디자인 등의 유형의 생산물 모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의미가 디자인 분야에서는 앞부분 무형의 가치는 과정으로만 치부하고, 시각화(visualization)된 최종 형태에만 집착하고 인정한다. 그래서 생각하기(thinking), 기획하기(planning), 그리기(drawing), 쓰기(writing) 등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는 안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라고 배우고, 인식하면서도, 그리기(drawing) 같은 최종적 유형화(有形化)만을 디자인의 가치와 의미로 인정하고 있다. 과정에서 아무리 새롭고, 혁신적인 무엇을 해도, 마지막에 그리기(drawing)를 잘했을 때만 박수를 받는 것이다. 나머지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만약 디자이너들이 가진 역량을 글이나 전략으로서 풀어낼 수 있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왜 그들의 '문제해결'과 '창조'의 능력을 시각화(visualization)로만 한정하는 것인가. 경제적으로 디자인에 아무리 많은 인력과 경제적 재화가 투입됐더라도, 최종적인 그리기(drawing)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진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 디자이너들도 여기에 길들여져 있다. 디자인은 오로지 그리는 힘, 시각화 능력(drawing, visualization)으로만 평가받는 것 같다. 디자인이 추구하는 융합의 방향이 무엇인가. 이러한 현실에서 무형의 서비스 가치를 만들어내는 전략적인 디자이너가 나올 수 있겠는가. 이것은 융합의 시대를 맞아서 디자인이 변해야 한다는 관점만이 아니다. 현재 '아이러니컬'하게 변해있는 '디자인'의 참뜻을 찾자는 것일 뿐이다. 그리지 않고 '마케팅하는 디자이너', '전략 짜는 디자이너', '행정 하는 디자이너'들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런 디자인 융합적 사고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 디자인적 이슈를 한 번에 해결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디자이너들의 역할을 확대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낼 것이다. 

디자인산업에는 심각한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매년 디자인학과를 졸업하는 학생이 2만5000명 정도이고, 연봉, 계약형태 등의 질적 수준은 배제한 취업률은 50% 수준이 안된다(2014 산업디자인통계조사 참조). 그리고 직업교육에서 배출하는 디자이너들이 또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디자인을 활용하는 수준은 영국 등은 30%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10%를 넘지 못한다. 경제학적으로 공급이 적거나, 대체재가 없어야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넘쳐나는 디자이너의 과잉공급은 디자이너의 불합리한 처우와 디자인전문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국가 정책적으로 디자인 공급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당장 디자인학과를 없애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예술대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디자인학과를 공과대, 경상대, 인문대 등과의 융합으로 바꿔나가고, 융합적인 관점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을 그리기만 하는 것에서 기획하고, 전략을 만드는 범주로 확장해 나가자는 것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빅데이터, 서비스경제, 경험의 가치 등의 본질은 정량화시킬 수 없는 정성적 가치가 경쟁력의 핵심이란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정성적 가치에 대한 발굴과 발전에 최적화되어 있는 디자이너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융합시켜 나갈 수 있다면 진정한 창조경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정해져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R&D(research & development) 사업 같이 새로운 방향을 찾고, 정해진 답이 없다면 디자이너의 정성적 접근이 중요하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광범위하고 엉뚱하기까지 한 대안을 찾는 '확산적 사고'와 선택된 대안을 수렴해 나가는 '디자인적 사고'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시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도해 나가야 한다. 그런 입장에서 국가의 R&D 사업에 디자인은 필수로 포함돼야 한다.그리고 R&D 사업에서 디자인이 시너지가 나려면, 사업 책임자의 역할과 의식이 중요하다. 만약 그 사업의 책임자가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없고, 포장수단으로만 판단한다면 이것도 불필요한 세금의 낭비일 뿐이다. R&D 사업에서 디자인을 통한 시너지는 쉬운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 주무부처는 '전략적 디자인 활용 방법론'과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사업의 주요 담당자들에게 '디자인 가치와 활용방식'을 교육해야 한다. 애플의 디자인을 '스티브잡스'가 직접 한 것이 아니다. 디자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고, '조나단 이브(애플 수석디자이너, 부사장)'라는 디자이너를 잘 조율했기에 지금의 '애플'이 있는 것이다. 디자인은 아는 만큼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리더라면, 디자인을 어떻게 조율하고 만들어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디자이너는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크다. 그러한 감성을 잘 관리한다면, 폭발적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R&D 사업책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들어와서 2000년대 초반까지 디자인산업은 수출제품을 지원해주는 관점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제품 포장수단'으로서 가치와 역할보다 '디자인의 서비스역량'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최근 디자인전문회사들이 해외 진출에 노력하고 있고, 진출한 곳도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은 직접적 수익률 저하와 국가적 차원의 서비스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최근 몇몇 디자인전문회사들이 의욕적으로 중국 등에 진출하려 했다. 의도는 좋았지만, 체계적이지 못한 접근과 우리 업체간의 과잉경쟁으로 산업적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국내 관련 시장의 어려움으로 너도나도 해외 진출의 문을 두드린다. 이런 우리의 현실을 해당 국가의 기업들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중국은 조선족이나 한국인을 직접 채용하면서 그러한 정보들을 더 잘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과 방법론 없이 접근한다면, 현실은 암담할 수 밖에 없다. 디자인 강소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그들을 중심으로 제대로된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세하게 말하자면, 디자인의 수출전략은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는 배우 이병헌, 가수 싸이 처럼 스타(star)가 될 수 있는 디자이너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미 자국내에 유명 디자인전문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입장에서 한국의 디자인전문기업이나 방법론을 받아드릴 이유가 없다. '강남스타일'이 미국 및 유럽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싸이'(이재상)이라는 개인의 역량을 산 것이지, 소속사인 YG의 역량을 산 것은 아니다. 반대로 개발도상국에는 현재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디자인강소기업'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동남아나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통한다. 그렇듯이 디자인서비스의 수출접근방식도 어느 정도 규모와 시스템을 갖춘 '디자인강소기업'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방식처럼 소규모디자인전문회사가 직접 진출한다면 시행착오가 많을 것이다. 디자인제품이 아닌 서비스의 수출은 선진국에는 개인의 역량을 중심으로 하는 스타플레이어가 접근하도록 지원하고, 개발도상국에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 강소기업이 진출해야지 디자인강국으로 '디자인의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안진호 국민대 경영대학 겸임교수·엔에프카운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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