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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AI가 '양질의 일자리' 만든다 / 윤정선(파이낸스·회계학부) 교수

최근 청년실업률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15~29세 청년실업률이 12.5%에 이르러 관련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와 같이 높은 청년층의 실업률은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탓도 있지만 금융권을 포함해 청년층이 목표로 하고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점차 정보화 기술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진행되던 정보화 기술에 의한 일자리 잠식은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향후 실업률의 증가세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의 발표나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를 보더라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점차 감소시킬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와 같은 전망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일자리 감소의 충격은 이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를 선제적으로 창출하는 국가에서 더 작게 나타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인터넷 등 정보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진 우리나라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잘 이루어질 경우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 생겨나는 일자리를 선제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당분야에 산적한 불확실성을 먼저 제거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이 분야의 기술이 폭발적인 속도로 개선되고는 있지만 개발된 기술이 어느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상업화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개발된 기술의 활용이 우리 경제·사회·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은 크게 보아 투자자금의 유치와 전문인력의 확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관련 분야의 고용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경제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에 대하여는 더 높은 투자수익을 요구하거나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투자를 연기하고자 하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분야의 불확실성은 자본비용을 상승시키고 투자부진을 야기함으로써 인공지능의 발달과 함께 창출될 수 있는 일자리에 대한 선점효과를 저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불확실성은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인간의 노동력은 자본과는 달리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없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직업을 선택할 때 장래가 불확실한 직업보다는 보수가 약간 낮더라도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보수가 그다지 높지 않은 공무원 시험에 젊은 층이 대거 몰리거나 대기업도 뿌리치고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현상에는 장래가 불확실한 직종을 피하려는 위험회피적 성향도 한몫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구직자의 위험회피적 성향을 고려해볼 때 인공지능의 활용성이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은 관련분야에 대한 양질의 인력유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다. 

지난 3월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우리 정부도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 대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는 등 향후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개발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번 개발된 인공지능은 전체 국가구성원이 낮은 비용으로 공유하거나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국산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재원지원에 나서는 것은 찬성할 만한 일이다. 덧붙여 인공지능의 발전이 일자리를 찾아 분주히 뛰는 우리 청년들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개발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안과 인공지능과 관련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동시에 연구함으로써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사회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는 정부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윤정선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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