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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포럼] 공공사이트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아직 멀었다 / 안진호(대학원 경영학과) 겸임교수

국민들은 인터넷에서 어떤 '기능이 제공된다는 것'보다는 '쓰기 편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에 대한 사용자인 국민이 원하는 가치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불과 십 여년전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하거나, 전입신고 등을 하려면 무조건 해당 동사무소를 방문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민원24(www.minwon.go.kr) 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관련 서류를 인터넷으로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들이 IT기술의 덕택으로 하나씩 해결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자인 국민의 요구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젠 인터넷에서 그런 기능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더 편리하고 쉬운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관련하여 민원이 발생하는 것도 특정 서비스를 '디지털에서 제공하지 않느냐'는 불평보다는, '제공 중인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어렵다'는 식의 개인적인 '경험의 차이'와 '감정적 개입'이 원인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감증명은 왜 인터넷발행이 안되느냐를 따지는 것' 보다는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등본 발급절차가 왜 이렇게 어렵고, 까다로우냐라는 것'에 더 많은 불평,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요인들은 전체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비약적인 경우에는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제대로 안한다는 인식까지 심어줄 수 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무엇이라 딱히 정의해서 말할 수 없지만, 공공기관의 디지털서비스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이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이라는 것이다. 사용자경험(UX)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느끼고, 겪는 모든 경험'으로서 여기에는 그 사람의 개인적 생각, 감성, 태도 등이 담겨 있다. 그리고 사용자경험(UX)이 나타나는 부분이 시스템에서 사용자들이 보고, 접하게 되는 화면인 '인터페이스(interface)'라는 곳이다. 최근 공공기관의 대국민 정보시스템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데, 이것을 통칭하여 UI/UX(User Interface/User eXperience)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공공기관에서의 UI/UX에 대한 도입은 초기 단계로서 관련 정보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에 있어서 사용자(국민)의 '경험의 가치'보다는 해당 정보시스템의 '안정성'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그 이유는 인터넷으로 주민등록등본 한 통을 발급하는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쉽게 느끼겠지만, 관련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고려가 필요해서 일 것이다. 예를 들어, 가끔씩 신문에 이슈가 되는 해킹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하고, 발급된 서류에 대한 위조여부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처럼 '안정성' 확보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정해진 예산에서 이러한 명확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반면 UI/UX라는 것은 명확한 형태나 표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가할 잣대도 없다. 국민의 혈세를 UI/UX에 투자하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쓰는 공공기관 입장에서 효과를 입증하기도 애매하고, 제대로 적용됐는 지 판단하기도 애매한 UI/UX에 대한 투자는 무시될 수 밖에 없다. 

필자가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UI/UX 관련한 컨설팅을 진행하다 보면, 아직도 화면을 예쁘고, 보기 좋게 만드는 웹디자인이 UI/UX 라고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웹디자이너에게 좋은 디자인과 더불어 '사용자경험'을 고려한 '인터페이스'를 만들라고 주문을 한다. 이것은 '농구선수에게 왜 같은 스포츠인데, 야구는 못하냐'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윈도우8'을 출시할 때, 대략 10조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윈도우8'은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했고, 수 많은 디자이너들이 찬사를 보냈다.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가 됐다. 그러나, '윈도우8'은 시장에서 외면받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했다. 실패의 이유는 시스템의 문제도, 디자인의 문제도 아니었다. 익숙해져 있던, '시작'버튼 하나 없애버렸는데, 이는 기존의 '사용자경험'을 무시하고, 새롭게 제안된 인터페이스였다. 이런 생소함은 사용자들의 사용 태도와 감성을 자극하게 됐고, 결국 외면당하게 된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사용자경험'을 무시한 처절한 결과였다. 반면에 인스타그램이라는 SNS(social network service)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회사는 직원 13명이 운영하는 특별한 기능이나 화려한 디자인도 없었지만, 페이스북에 대략 한화로 1조원 가량에 팔렸다. 고도의 기술력은 없었지만 사용자들이 사진을 올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에 착안했다. 이러한 사용자경험에 집중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가입자가 4000만명이 넘는 성공을 이뤘다. 

이제 전반적인 산업의 패러다임이 서비스를 중심으로 진화하면서, 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에 있어서도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사용자경험을 고려한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사용자경험은 눈에 보이지 않고, 표준화할 수도 없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이런 사용자경험을 고려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불통의 인식을 개선하고 디지털서비스를 강화하는 길은 UI/UX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대국민을 향한 공공서비스에서 '무형의 관계의 가치'는 중요하다. 이제 UI/UX는 선택의 차원이 아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핵심가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06010210225160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