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잘못된 '외주화' 서울메트로 뿐인가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 |||
---|---|---|---|
기업 활동 중 어떤 활동을 직접 실행하고 어떤 활동을 외부에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기업이 구매, 생산, 판매 등 경영활동을 직접 실행하는 것을 내부화, 그 활동을 외부에 맡기는 것을 외주화라고 부른다. 시대에 따라 내부화 및 외주화의 큰 흐름이 변해왔는데 그 이유는 시장과 기업조직의 발달 수준 때문이었다. 내부화와 외주화는 각기 장단점을 갖는다. 내부화를 통해 주요 활동을 통제함으로써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관리를 확실하게 할 수 있다. 또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인 경우 M&A를 통해서라도 신속하게 내부화해야 한다. 하지만 내부화하는 활동이 많을수록 기업의 비용부담은 커지고 활동을 효율적으로 조정해야 할 경영관리의 어려움도 높아진다. 구글은 2001년부터 지금까지 200여개에 가까운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내부화'의 극단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외주화는 특정한 기업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외부기업에 맡김으로써 품질을 양보하지 않고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렇게 기업활동 범위를 좁힘으로써 기업은 중요한 기업 활동, 즉 핵심역량에 도움을 주는 활동에 더욱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하지만 외주화로 인해 품질이 저하되거나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구매, 생산 등의 활동을 스마트하게 외주화하여 비용도 절감했고, 품질관리에도 성공했다. 내부화든 외주화든 그 자체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비전이나 경영목표와 일치해야 하며 전략적 중요도, 기업의 역량, 그리고 조건이 맞아야 한다. 특히 전문성을 갖춘 외주업체를 잘 선정하여 서비스 및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경비를 절감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메트로의 외주화는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첫째, 스크린도어 설치업체부터 수리를 맡은 외주업체까지 전문성이나 경험을 갖춘 기업이 아니었다. 스크린도어의 고장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둘째, 외주기업은 전문기업으로서 규모의 경제 및 숙련도에 의한 경비절감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인간적으로 착취하여 이익을 냈다. 더구나 서울메트로 전직 직원을 고용하고 이들에게는 기존 월급의 70-80%를 보장해주었다고 한다. 셋째,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서울메트로가 '안전불감증'의 외주화를 통해 벌써 아까운 생명이 세 명이나 희생되었다. 가장 양보하지 말아야 할 '안전'을 포기한 대가를, 죄 없는 외주업체 직원들이 치른 셈이다. 서울메트로는 사고가 터지자 '2인1조로 작업했다'고 기록을 조작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메트로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외주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기업이 너무 많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마치 외주만 주면 비용절감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남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비용 낮추기에만 혈안이 된 기업과 그에 맞춰 헐값에 외주를 수주한 외주업체는 비정규직 노동자 또는 열악한 일자리라도 유지하려고 애쓰는 청년취업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한다.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값싼 임금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외주화는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기업의 서비스 또는 상품의 품질을 떨어뜨릴 것이며 나아가 기업을 둘러싼 건강한 생태계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외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기를 권유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원문보기 :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607105849417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