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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창의성 교육 가능한가? / 하정우(행정정책학부 시간강사)

6월이면 대학가는 학기가 끝나가면서 교수들은 어렵사리 학생평가를 내리게 된다. 이유는 상대평가라는 제도로 어쩔 수 없는 선상에서 선별한다. A플러스와 A제로의 구간과 B플러스의 구간은 같은 점수 차지만, 받아들이는 학생은 구간으로 보지 않고 계층으로 판단한다.

그러니 C제로를 받게 되는 학생에게는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 된다. 필자는 주관적 평가로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가중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새로운 평가방법을 도입했다.

가능한 교수자 독단적인 평가보다는 수강학생들이 직접 평가하는 팀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전체 학생들이 상대팀을 항목별 평가로 평균점수를 산출하게 한다.

예전 대학에서 열정과 탐구, 창의에 대한 노력은 거의 사라지고 교수의 입만 바라보고 필기하는 학생, 숨소리까지 메모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보니 시험성적은 매우 우수하다. 대학에서 탐구하고 창의성을 높이는 학문에 경주하기보다 취업을 위한 학점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 씁쓸함과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지인에게 받은 SNS 동영상을 봤다. 한국에서 최고 우등생들이 공부하는 비법을 소개하는 공부 비법이다. ‘서울대 A플러스의 조건’이라는 영상에는 ‘교수의 모든 말을 최대한 받아 적고 이를 외워 시험에 그대로 쓰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핵심은 ‘자신의 생각은 최대한 배제하고 교수가 한 말만 쓴다’이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은 없는 것이 한국 우등생의 공부 비법이다. 학생들 입장에선 선택에 여지가 없는 듯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필기 잘하고 수업태도가 수용적일 수록 학점을 받게 된다.

이는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던 방식 그대로 대학교에서도 연장된다. 정답을 위한 학생들의 노력은 초등학교부터 12년을 넘어 16년째 계속된다. 입사시험과 취직시험으로 20년은 계속될 것이다.

다큐방송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봤다. 두 그룹으로 구성된 학생들에게 펜, 물병, 고무 강아지장난감을 보여 준다. 첫 번째 그룹에는 단정적으로 "이건 무엇이다"라고 설명했고, 두 번째 그룹에는 "이건 펜일 수도 있다" 혹은 "강아지일 수도 있다"는 식으로 여지를 남겼다. 이어 가격을 매겨 비싼 순서로 쓰라고 했다가 다시 싼 것부터 쓰라고 했다.

당연히 고쳐 써야 했기 때문에 지우개가 필요했는데 단정적인 설명을 들은 쪽은 한 명만, 모호한 설명을 들은 쪽은 여섯 명이 고무 강아지장난감을 이용해 지우고 글자를 수정했다. 이는 "정답이 정해지면 그 이상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하버드대 앨런 랭어 교수가 한 말과 일치했다.

정답에 길들여진 지시형이 과연 지능형 시대에 통할 수 있을까? 어린 나이부터 생각을 표현하고 의견을 소통하며 상호 견해를 알아가면서 지식과 지혜를 탐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함에도 표준화와 효과성에 매몰된 산업화식 교육제도가 우리 미래인 아이들을 ‘똑똑한 바보들’로 만들고 있다. 창의성은 우리를 둘러싼 교육환경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먼저 학교다. 무조건 상급학교에 진학시키는 것이 중학교, 고등학교의 역할이 아니다. 그 시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 서열이 아닌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 공평함과 배려의 원칙을 알리는 가치기준을 만들고, 교사는 학습동기와 자극을 주는 능력 개발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몇 명이 어느 대학에 갔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학교만족도와 창의성 평가가 어떻다’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다양한 진로 기회 탐색이다. 현재 실시되는 일반계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훈련 위탁교육제도에 참여하는 인원에 대한 선발을 적극적인 홍보와 참여 기회를 제공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 직업훈련 위탁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에 대한 만족도 조사도 이뤄져 정책 확대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시각이다. 서열화된 대학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 아닌, 개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 변화와 창의력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알파고와 겨룬 이세돌 프로가 좋은 대학과 높은 학력으로 그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지속적인 관심과 조련으로 가능했다. 우리 주변에 학업보다 타 분야에 호기심과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 이들을 보호하고 아껴야 한다. 바로 대한민국의 창의성을 위해서.

▶필자 약력 ; ㈔한국인사행정학회 홍보이사/㈔한국도시정책학회 공공문화연구소장/㈔행정개혁시민연합 집행위원/수원지방법원 조정위원/수원구치소 교정위원

 

원문보기 : http://www.kihoilbo.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656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