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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이은형] 한국에도 켄쇼가 등장하려면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지난 3월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켄쇼를 5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 거래는 구글의 딥마인드, 인텔의 너바나시스템 인수보다 큰 금액이어서 IT 및 금융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켄쇼는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15명이 4주 동안 할 일을 단 5분 만에 끝내는 능력으로 미국 월가에 충격을 주었던 인공지능 금융데이터 분석 기업이다.

2013년 창업 이후 켄쇼는 ‘금융계의 알파고’로 불리며 신용등급, 시장 분석, 이벤트 분석 등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앞으로 S&P는 기업 및 국가 신용등급 분석에 켄쇼의 인공지능 분석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며, 켄쇼는 S&P가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데이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켄쇼라는 이름은 CEO 다니엘 네이들러가 한때 일본의 선(禪)에 심취했던 경험에서 나온 용어로 ‘마음으로 이치를 터득한다’는 뜻인 견성(見性)의 일본어 발음이다.

켄쇼는 영국 브렉시트 이후의 파운드화 변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의 환율 예측, 북한 미사일 실험에 따른 시장 변동, 겨울 한파의 수혜주, 시리아 내전 관련주 등 세계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정확한 예측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사건이 발생하는 즉시 답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을 긴장시켰다. 이러한 예측 능력보다 더 놀라운 것은 답을 찾는 과정이 너무 쉽고 간단하다는 점이다. 간단한 몇 개의 키워드만 입력하면 가능한 모든 데이터와 변수를 고려해 즉시 응답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예측 가능함을 보여준다.

다니엘 네이들러는 지난해 말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말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맥락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질문, 연설 등에서 진짜 의미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켄쇼는 상대방의 질문이나 연설 등에 대해 분석할 때 그 사람의 말하는 방식, 과거 질문 데이터, 종사하는 업종, 현재 처해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함으로써 질문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가장 의미 있는 답변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켄쇼라는 스타트업을 통해 데이터의 전략적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켄쇼의 성공은 데이터 자원에서 비롯되었다. 미국 국무부, 연방은행 등을 비롯한 세계의 각종 공공기관에서 쏟아내는 무궁무진한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물론 공공데이터 말고도 민간 금융기관의 데이터도 활용하지만 기초가 되는 것은 공공데이터다. 전 세계 선진국 정부가 축적해온 정제되고 표준화된 공공데이터가 켄쇼의 예측능력을 높여주는 기반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데이터 자원에 대한 접근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데이터 자원의 가장 기본이 되는 공공데이터부터 걸림돌이 너무 많다. 2013년 공공데이터법 시행 이후 공공데이터 개방에는 어느 나라보다 앞장서고 있지만 문제는 활용도가 낮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19위를 기록했지만 빅데이터 사용 및 활용 능력은 56위다.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와 거리가 멀거나, 표준화 작업이 되어 있지 않아 확장성이 낮기 때문이다. 각종 법규나 제도의 정비도 시급하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이 제각각 자기 기준대로 데이터를 생성 및 공개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데이터의 활용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공공데이터는 그 양이 막대할 뿐만 아니라 담고 있는 정보의 가치도 높기 때문에 가장 기본이 되는 전략적 자원이다. 공공데이터를 전략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민간의 스타트업도 활발해지고, 기업의 혁신도 가능하며, 정부 정책 또한 효과적으로 수립될 수 있다. 공공데이터에 대한 전략적 관점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켄쇼와 같은 기업을 기대하려면.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