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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 마시고 끝날 남·북·러 철도 연결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남·북·러 철도 가스관 연결" 文 대통령 말, 실현 어려워
北, 거의 매달 미사일 쏘는데 10조원 투자할 러 회사 있겠나


필자는 러시아 사람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 대북 정책 연설을 봤을 때 남북 철도 연결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한 발언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목포·부산에서 모스크바·베를린까지 다닐 기차 및 남-북-러시아를 연결할 천연가스 파이프를 언급했으며, 이 프로젝트들의 장점을 강조했다. 내용은 듣기 좋은 말이지만 필자는 30여 년 전부터 남-북-러 관계를 관측한 사람으로서 이 프로젝트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 물론 철도도, 가스관도 이론상 장점이 있긴 하지만 이 프로젝트들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희망은 아예 없다.

1998년쯤, 필자가 아는 서울의 한 학부모는 아들을 노어학과에 보냈다. 그 무렵에 철도 연결 이야기가 많아졌고, 가스관 이야기도 조금씩 시작됐으므로 아들이 노어를 전공하면 철도 건설 회사에 취직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한 지 15년이 흘렀지만, 철도도 가스관도 여전히 미래의 이야기이고 정치인들의 말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는 한반도와 러시아 상황을 감안할 때, 20년 전 부모 뜻에 따라 노어를 택했던 그 사람이 심지어 퇴직 준비를 할 2030년대에도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기본적인 장애물은 정치 안정 여부다. 러시아 입장에서 볼 때, 철도 연결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성이 너무 높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거액의 투자를 하는 것과 같다. 남북 철도 연결 자체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아무 때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북한 철도의 상태는 살아있는 철도 역사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에 남-북-러 철도를 연결할 때는 북한 영역을 경유하는 철도 노선을 사실상 새로 깔아야 한다. 그 비용은 결코 싼 것이 아니다.

 
  지난 2007년 5월17일 경의선 남북철도연결구간에서 경의선 열차가 개성 시내를 지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90년대 말, 철도 연결에 대한 관심이 처음 싹텄을 당시 투자액은 4조~5조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전 얘기일 뿐만 아니라 철도 연결 추진파의 주장이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투자액은 그 몇 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추정치는 15조원이라고 한다. 가스관도 같은 상황일 것이다. 러시아 철도공사나 가스공사 입장에서 보면 이는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데 위험성이 매우 높고, 심지어 전망까지 불투명한 투자다. 거의 매달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전쟁 위기설까지 심심찮게 제기되는 한반도에 10조원의 투자를 할 회사가 있을까. 백번 양보해 한동안 시끄럽지 않다고 해도, 중장기적 전망을 해야 하는 러시아 기업 측은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몇 년 동안 미사일을 쏘지 않고 핵·미사일 동결 회담까지 받아들여도, 아무 때나 노선을 바꿀 수 있고, 언제든 다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미국 측도 갑자기 대북 정책을 U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북 협력을 추진하려는 세력이 선거에서 낙선하고, 강경파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 당연히 중국 측도 아무 때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에 거액을 투자한 러시아 회사들은 결국 큰 손실을 볼 것이다. 사실상 현재 상황에서, 그들이 철도나 가스관 건설을 시작한다면 북·중·한 그리고 미국의 인질이 될 것이다. 러시아 정부가 대북 투자에 대해 보증하면 러시아 회사들이 철도 또는 천연가스관 건설에 투자할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러시아 정부는 그런 부담스러운 보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철도 연결이나 가스관 건설을 실제로 하기 위한 선제 조건은 한반도에서 10~ 15년 동안 아무 위기도 발생하지 않고 안정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이 선제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매우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3/20170713035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