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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기로에 선 운전대론 / 박창건(일본학과) 교수


▲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지난 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으며 남북 당국이 만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남북 회담을 제안하고 지난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회의를 가졌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국내외 언론들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논평을 쏟아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소형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통해 핵보유국을 선언한 김정은 정권과 이를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정권의 강대강 구도로 일촉즉발의 위기 대치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의 이러한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과거 북한이 보여준 대화의 형태를 고려해 보면 결코 지나친 기대와 희망은 금기이다.

첫째는 한미 동맹의 강화이다. 한미 정상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이후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이 이 기간에 예정대로 핵 항공모함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워싱턴이 평양을 강하게 불신하고 있으며 서울의 입장을 어쩔 수 없이 존중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 달성을 위해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 대중적 지지를 얻을지라도 굳건한 한미동맹의 틀을 벗어나는 범위에서 진행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둘째는 중국의 역할 기대이다. 김정은 신년사 발표 이후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한 한중 외교부는 동북아 지역의 불안한 안보 정세를 타개하고 남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개선을 통한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특히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계속 추진하는 한 북핵 문제는 협력과 대결의 이원 구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신뢰프로세스가 성공적으로 진전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판단된다.

셋째는 한일 갈등의 관리이다. 김정은 신년사에서 남북대화 및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일본 언론들은 한미 간 분열을 겨냥하고 핵·미사일 개발 시간벌기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주한미국 철수로 이어지는 노림수가 깔렸다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의 비판적 여론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테스크포스(TF)의 보고서 발표 이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이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인식하여 한일관계를 슬기롭게 관리하여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로부터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정은 신년사 이후 전개되고 있는 남북 당국의 대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양날의 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의 안보 위기를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타개함과 동시에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이른바 ‘운전대론’을 주창하기 시작했다. 이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 않으며, ‘흡수 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군사 회담, 남북 합의 국회의결 통한 제도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이산가족 등 인도적 협력 재개,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김정은 정권의 거듭되는 핵·미사일 도발이 전개된다면 한미 동맹의 틀과 국제 공조를 벗어난 ‘운전대론’은 또 다른 위기의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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