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Prism] 중심·조율·존중·탐색…봉준호 `CARE 리더십` / 백기복(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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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성과가 낮아도 잘리고 성과가 높아도 잘린다`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성과가 낮은 사람은 성과평가가 낮아서 잘리고, 성과가 높은 사람은 소위 `갑질`했다고 잘린다는 것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 구성원들을 몰아붙이다 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걸려 잘린다. 한국 기업의 리더들은 지금 일을 안 할 수도 없고, 열심히 할 수도 없는 `삼각파도`에 갇혀 있다. 이 `삼각파도`를 극복하는 데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이룬 봉준호 감독의 리더십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언론에 발표된 그의 기록들을 고찰해 볼 때 봉 감독의 리더십은 `CARE(케어·Center, Alignment, Respect, Exploration) 리더십`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기업 경영에 주는 의미를 미국 영화 제작사 마블(MARVEL)의 전 최고경영자(CEO) 아이작 펄머터(Isaac Perlmutter)의 실패한 리더십과 대비시켜 살펴봤다. 우선, 봉 감독은 일과 사람들의 `중심(Center)`에 있었다. 리더는 항상 중심에 있어야 한다. 리더가 위에 있으면서 군림하려 하거나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지시만 하려 해서는 안 된다. 위에 있으면 두려운 존재가 되고 멀리 있으면 소원한 존재가 된다. 둘 다 오늘날의 역동적 상황을 이끌어 가는 데 적합하지 않다. 펄머터는 일생에 단 한 번도 기자회견을 안 할 정도로 은둔형이었다. 구성원들을 멀리했고 사람 만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둘째, 봉 감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조율(Alignment)`해내는 데 탁월했다. 투자자, 작가, 연기자, 조력자, 프로듀서 등 영화 제작에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을 효과적으로 극복해낼 줄 알았다. 조율능력은 21세기 기업의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다. 리더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너무 많이 들어주면 방황하게 되고,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다 보면 고집이 너무 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3의 대안이 조율이다. 들어주되 조정하고, 관철시키되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펄머터는 감독들과 자주 갈등을 빚었다. 구성원들도 그를 `어려운(difficult)` 사람이라고 평했다. 셋째, 봉 감독은 상대방을 `존중(Respect)`할 줄 안다. 사람들은 그가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을 잘 배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디를 봐도 그의 내면에 분노, 오만, 무시, 질투심 등의 부정적 정서가 숨어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 기업 경영에서도 `존중`이 최근의 키워드다. 사장이 구성원들을 존중해줘야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에 몰입할 수 있다. 구성원들은 자기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때 불만을 개선의 기회로 만든다. 펄머터는 사람보다는 돈에 대한 집착이 더 강했던 사람이다. 지나치게 자린고비를 강조해 유명 배우들의 개런티를 터무니없이 깎고, 회사에 화장실도 충분히 만들지 않아 여직원들이 화장실 앞에 긴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넷째, 봉 감독의 성공은 치열한 `탐색(Exploration)`의 결과였다. `괴물` `마더` `살인의 추억`에서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에서는 짙은 탐색적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시나리오 선정과 같이 큰 이슈에서 영화의 한 컷을 찍는 세세한 일에 이르기까지 상식을 뛰어넘는 참신한 결과를 창출하기 위해서 탐색의 끈을 놓지 않았다. 리더는 끊임없는 탐색을 통해서 `차이를 만드는(making a difference) 사람`이다. 펄머터는 `스파이더맨` 등 히어로 영화를 제작해온 마블에 차이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기보다는 투자자로서 자신의 아집에 칩거하다가 결국 성과가 나빠져 경영권을 디즈니에 넘겨주고 말았다. 리더십은 과학이면서 예술이다. 봉 감독은 어떻게 `과학적 예술`이 가능한지를 보여줬다. `삼각파도`에 갇힌 한국 기업 리더들에게 새로운 해법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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