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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만나 더 재미 있어진 골프…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한다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골프인구 세대교체

 

 디지털과 즐기는 문화에 익숙
‘베이비붐 세대’ 50,60代 제치고
 골프시장 ‘큰손’으로 떠올라

 

 신속·편리 모바일 예약시스템 등
 젊은층 겨냥한 마케팅으로 효과

 

 요즘 들어 주변에서 부쩍 자주 접하게 되는 말 중 하나는 ‘꼰대’와 ‘요즘 것들’이다.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갈등은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늘 있어 온 일이라 딱히 새삼스러울 건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세대 간의 차이와 대립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로 불리는 신세대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갈등과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란 명칭은 1981년부터 1996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2019년 말 기준으로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이 여기에 해당한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9년 말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1112만 명이다. 부모뻘인 베이비붐 세대나 바로 윗세대인 X세대를 수적으로 능가해 머지않아 가장 큰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대다수 기업은 지금까지 베이비붐 세대를 기반으로 높은 성장과 호황을 구가해왔다. 하지만 장차 등장할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공산이 크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패밀리 레스토랑과 용산전자상가의 몰락은 소비시장에서 이러한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세대교체에 따른 변화의 바람은 골프산업에도 분다. 스포츠용품 업계 양대 거인인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각각 2016년과 2017년 골프용품 사업 철수와 매각을 결정했다. 골프용품점의 대명사로 미국 전역에 100여 개 매장을 뒀던 북미 최대의 골프용품 유통업체 골프스미스는 2016년 파산했다. 세계 최대 골프용품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서 고령화와 젊은 세대가 골프를 기피함에 따라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이다. 미국의 골프 인구는 지난 2003년 306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7년에는 2380만 명으로 20% 넘게 줄었다. 일본의 골프 인구 역시 버블경제로 호황을 누리던 1992년 1480만 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뒤 내리막에 접어들면서 2017년 670만 명으로 절반 아래로 줄었다.

미국 골프계는 골프 인구 감소와 골프산업 침체에 대한 대책으로 2012년부터 미국골프협회(USGA),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등의 주도로 ‘골프 2.0 운동(golf 2.0 initiative)’을 추진하고 있다. 골프 2.0 운동은 골프를 보다 쉽게, 재미있게,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해 젊은층을 골프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련의 전략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겟 골프 레디(Get Golf Ready)’ 프로그램이다. 골프 입문자를 위해 99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라운드에 필요한 골프의 기본 기술을 5회에 걸쳐 배울 수 있도록 미국 PGA가 설계한 단체교습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참가자의 84%가 교습 후에도 골프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만큼 반응이 좋았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골프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의 수가 2011년 150만 명에서 2017년 260만 명으로 크게 늘었으며, 이들의 70%는 35세 이하 젊은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베이비붐 세대(50∼60대)가 골프 시장의 큰손이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이라면 미국처럼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와 대응 전략 마련을 고민할 때다.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는 매사에 재미를 추구하고 중시한다는 것이다.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체험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길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매장, 그리고 마케팅에 반드시 재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탑골프(Topgolf)’와 ‘드라이브색(Drive shack)’은 오락적 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유형의 골프연습장으로 젊은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태어날 때부터 PC,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해온 밀레니얼 세대는 어느 세대보다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자신의 욕구를 즉각 충족하는 데 익숙하다. 편리한 모바일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골프장은 간편하고 신속한 것을 좋아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며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품이 잔뜩 낀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꼭 필요한 기능에 정직하게 가격을 매긴 합리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실속형 소비자들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오고 있다. 골프업계는 과연 이들을 맞을 준비가 됐는지 자문해볼 때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42901032439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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