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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스튜어드십 코드 과도하게 적용 땐 정부가 경영권 건드리는 셈 / 이찬우(경영학부) 산학협력교수


이찬우 교수

8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1년 넘게 공석이다.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사임한 후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선임 문턱까지 갔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마지막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 탈락했다. 곽 전 대표가 “모집공고가 나가기도 전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권유했다”고 폭로하면서 이번 정권도 국민연금에 개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정권의 전리품인가. 2013년까지 5대 본부장을 지낸 이찬우(사진) 국민대 특임교수를 11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역대 본부장 지원자 중 가장 높은 최종점수를 받았다.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두 명의 본부장 중 한 명이다.

 

Q. 2010년 본부장으로 선임될 때에도 미리 연락을 받았나.

A: “아니다. 물론 마지막 인사 검증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집공고가 나가기도 전에 청와대에서 전화가 갔다는 것 아니냐. 의도가 뭐건 미리 연락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다.” 

 

Q.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면서 국민 다수가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의심한다. 운용본부의 지배구조가 문제인가.

A: “꼭 그렇지는 않다. 운용의 독립성을 위해 각종 위원회를 뒀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기금운용위원회다. 그 아래 실무평가위원회를 뒀다. 또 3개의 전문위원회(투자정책·주식의결권행사·성과평가보상 등)도 있다. 이런 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권 마음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삼성물산 합병 건은 홍완선 본부장이 잘못한 거다. 의결권행사 전문위에 안건을 올리지 않고 본부 자체적으로 처리했다. 위원회에만 올렸어도 본인도,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도 감옥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Q: 본부장 재직 시절 정권의 압력에 따라 투자를 결정한 적이 있나.

A: “이명박 정부에서 해외 자원 투자를 많이 했다. 산업자원부에서 회의를 하면 우리를 불렀다. 안 갔는데 계속 공문을 보내와 어쩔 수 없이 격을 낮춰 실장이나 팀장을 보냈다. 새로운 자산에 투자하려면 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당시 해외 자원 투자는 승인받지 못한 자산군이라 투자하지 않을 수 있었다.” 

 

Q: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과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부재한 상태에서 도입하면 연금 사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A: “둘 다 맞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정권의 목표가 반드시 일치하거나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주주 가치를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가면 되레 주주 가치를 해친다.” 

 

Q: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6조6000억원 주고 사려고 했을 때 국민연금이 사지 말라고 했다면 이건 경영권 간섭인가.

A: “그렇다. 그 결정은 이사회가 할 일이다. 주주는 경영 판단에 따른 손실 책임을 물어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해임할 수 있을 뿐이다.” 

 

Q: 경영권 간섭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나.

A : “이사회 의결사항이나 경영 정책을 다뤄서는 안 된다. 항공사가 비행기 150대를 도입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이걸 반대하면 경영권 간섭이다. 노동이사(근로자 추천 이사)가 이사회에 들어가 사람이 남아도는데 200명을 더 뽑자고 우기면 이것도 경영권 간섭이다. 경영 정책이나 전략에 대해 간섭해선 안 된다. 주주는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주주총회에서 물으면 된다.” 

 

Q: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하면서 연금 사회주의가 논란이 된다.

A : “스튜어드십 코드를 과도하게 적용하다 보면 경영권을 건드리게 되고, 노동이사제까지 갈 수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의 노동이사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이라는데 노동이사제 도입은 안 된다. 주주는 주주총회에서 얘기해야 한다. 이사회 진출은 안 된다.” 

 

Q : 현재의 운용본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A : “내부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건 이후 내부 직원 간의 불신이 팽배하다. 서로 믿지 않는다. 서로 말조심하는데 어떻게 디스커션(토론)이 되겠나. 지방에 있고, 보수도 적은데 마지막 남은 자부심마저 흔들린다.” 

 

Q : 운용본부의 정상화와 독립성을 위한 해법은 뭐가 있을까.

A : “지금처럼 국민연금공단 산하의 본부여서는 곤란하다. 덩치가 커진 만큼 한국투자청(KIC)이나 한국은행처럼 독립기관이 돼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상설기구로 만들어 명실상부한 최고의사결정기구가 돼야 한다. 공사로 만들어 운용역들에 대한 처우도 강화해야 인재가 온다.”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228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