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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시장경쟁 제약하는 유료방송 재송신 승인제 / 신홍균(법학부) 교수

최근 시행된 최저임금제가 가져온 변화가 일상생활에서 눈에 띈다. 편의점주가 편의점원으로 바뀌어 보인다. 분명히 최저임금제의 장점은 있을텐데, 편의점주들의 반응을 보면 꼭 그런 것만 같지도 않다.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갑과 을간의 갈등이 아니라 을과 을간의 갈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규제는 늦어지고 있는데, 편의점주들의 규제는 지금 시행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기업, 편의점주, 최저임금 종업원, 이 3자간 균형이 찾아지면 이상적이다. 그런데 현재는 그런 것 같지 않다. 규제의 시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15년 6월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케이블방송의 요금승인제를 사실상 폐지하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단순한 규제 완화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시차를 줄이는 방법을 FCC가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요금승인제 폐지는 겉에서 보기에는 소비자한테 불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응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었다. 전미국방송협회(NAB)가 규칙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기를 들은 이유는 지상파 방송 재송신료 때문이다.

배경은 이렇다. 미국 저작권법에 따라서 케이블 SO는 재송신료를 지불해야만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할 수 있다. 재송신료는 양측의 협상에 따라 정해진다. 사적 계약의 문제이다. 그런데 요금승인제는 사실상 지상파방송을 도와줘 왔다. 지상파방송을 낮은 요금에 판매하라고 케이블SO를 압박해 왔기 때문이다. 요컨대, 재송신료는 사적 협상으로 정해지지만, 요금승인제는 케이블SO를 통제하는 규제였다. 지상파방송사는 비싸게 부르는데, 케이블SO는 소비자에게는 싸게 팔아야 한다. 불합리한 규제였다. 즉 바뀌어야 할 규제가 안 바뀌어서 규제 시차가 발생하고 있었다. 요금승인제가 폐지되는 것이 옳았다.

개정된 규칙에 따라서 요금 승인제가 폐지되고, 케이블 SO는 자유롭게 채널 패키지 가격을 정할 수 있게 됐다. 지상파 방송을 비싼 요금 패키지에 편성할 수 있었고, 케이블 SO가 재송신료협상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질 수 있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미국방송협회(NAB)가 개정 시행규칙을 무력화하려고 소송을 제기했다.

개정된 시행규칙은 "경쟁시장이라는 가정하에서"라는 말을 명시했다. 그 가정하에서 케이블 SO는 원칙적으로 요금승인을 받을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였다. 이를 두고서 협회는 과연 경쟁시장인지를 시장마다 일일이 따져봐야 하는데, 그렇게 안한 것이므로 위법이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또 협회는 그렇게 가정에만 근거해서 요금승인제를 폐지할 정도로 급박한 사정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 FCC는 시장가격보다 비싼 요금을 소비자가 부담하면 안된다면서, 가정에 근거해서라도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시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FCC의 손을 들어 주었다. 법원은 가정에 근거하는 시행규칙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가정에 불과하더라도 다른 사실관계를 밝혀내는데에 도움이 되고 시간절약(time saving)을 해준다면 그 가정은 적절하다고 법원은 보았다. 방송시장은 이제 경쟁적인 시장으로 바뀌었는데, 그 사실을 일일이 입증하게 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라고 법원은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법에 규정된 유료방송의 약관승인제 아래서 채널편성을 정부가 감독하는 제도가 이제 30년이 넘었다. 방송시장이 그토록 변화하고 있는데, 시차 문제를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케이블방송이나, IPTV, 또는 위성방송사업자가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에 채널을 편성할 수 있을까. 혹시, 지상파 재송신료가 너무 비싸지만, 부득이하게 지불해야 하는 이유가 약관승인을 받기 위해서 아닌가.

약관승인제는 계속 그대로인 반면에 유료방송사업자가 부담할 재송신료는 계속 오르는 형국이, 프랜차이즈 기업에 대한 규제는 시행 안 되고 있는데 편의점주가 부담할 최저임금은 오르는 형국과 유사하다.

출처: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080102102369607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