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은형] 여성 리더, 조직 생존에 필요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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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에 여성 CEO 한 명 탄생시키는 데 14년 걸렸습니다. 오너인 최고경영자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였는데 그 정도 걸렸습니다. 여성 직원을 많이 뽑으면 여성 임원, 여성 CEO가 저절로 나올 것 같습니까? 여성이 늘어나면 남성과 동등하게 인정받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여성이 늘어나면요, 갈등도 늘어나고 문제도 늘어납니다. 수십년 남성 위주 조직이 하루아침에 여성 인재가 일하기 좋은 조직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 인재 육성에 관한 한 독보적인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롯데그룹 인재개발원 전영민 상무는 지난 8월 22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실과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한국지부 공동 주최 ‘여성 임원 할당제, 세계적 추세와 우리의 과제’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묻고 답했다. 롯데그룹 여성 인재 육성의 시작은 신동빈 부회장이 취임한 2004년 11월이었다. 신 부회장은 영국에서의 오랜 직장생활로 여성 인재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당장 여성 임원을 발탁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롯데그룹 전 계열사 부장급에도 여성이 한 명도 없던 상황이라 ‘불가능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면서 여성 직원 채용 비율, 여성 관리자 진급 비율을 챙겼다. 신규 채용한 여성 직원을 발령내려 하자 각 계열사에서 반발했다. “건축, 건설 현장에 여성은 맞지 않는다” “인사부서에서 뽑았으니 당신들이 다 책임져라”는 반응이 왔다. 계열사별 여성 인재 발령 현황을 부회장에게 보고하겠다고 하자 하는 수 없이 여성 인재를 받기 시작했다. 물론 갈등이 발생했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구성원에 대한 교육을 하면서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성 인재에게도 있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째는 아기를 두고 직장에 돌아오기가 마음 아프고, 둘째는 직장에 돌아가서 잘 적응하고 역량을 발휘할 자신감이 부족했다. 인사부는 다시 바빠졌다. 육아휴직을 떠난 여성 인재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육아휴직 중에도 지속적인 접촉을 하면서 회사와의 끈을 이었고, 신 부회장의 편지도 보내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그의 편지 내용은 “우리는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당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중간관리자가 된 여성 인재들을 승진시키려 살펴보니 리더십에 대한 평점이 남성 관리자보다 낮았다. 단지 여성 인재의 리더십이 부족한 탓인지, 문화적 편견이 작용한 것인지 분석이 필요했다. 특단의 조치를 실시했다. 남성 직원들에게 ‘강제 육아휴직’을 가도록 했다. 육아휴직을 다녀온 남성 직원들의 ‘워킹맘’ 동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올해 계열사 롭스에 여성 CEO가 임명됐고 여성 임원 비율도 30%에 육박한다. 롯데그룹 사례가 의미 있는 것은 기업 내부의 여성 인재 채용 및 육성을 통해 여성 리더를 키워냄으로써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사외이사를 초빙하고, 뛰어난 여성 인재를 임원이나 CEO로 영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여성 인재가 늘어나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여성 리더가 늘어난다는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보여준다. 노동시장에 에코 세대가 진출하는 시기가 지나면 바로 인력 수급에 불균형이 올 것이며 그때는 일본처럼 노동력 부족을 겪을 것이다. 여성 인재 채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다. 여성 인재에 대한 시혜 차원이 아니라 조직의 생존을 위해 여성 리더를 육성한다는 전 상무의 마지막 코멘트는 모든 기업의 리더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이은형(국민대 교수·경영학부)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99521&code=11171313&cp=n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