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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연봉 1억!” 권규석씨의 성공기 / 동문(정보관리 91학번)
연봉 1억원. 직장인에겐 ‘꿈의 연봉’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변에서 ‘꿈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을 적잖게 목격할 수 있다. 보수의 빈익빈 부익부가 일반화함에 따라 연간 1억원을 버는 사람에 대해 다소 덤덤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직장인이 ‘되고 싶은’ 전범(典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난 7월 집계에 따르면 직장노동자 8백38만명 가운데 월 1천만원 이상을 받는 봉급쟁이는 3만4천1백80명(0.4%)이다.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직장인 250명 중 한명꼴로 연봉 1억원 이상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PTC코리아 마케팅팀장 권규석 차장(30)은 이러한 250대 1의 경쟁률을 넘어선 사람이다. 다국적 소프트웨어 회사인 PTC의 한국지사에 2001년 입사해 보수와 스톡옵션 등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권차장은 자기계발과 실력향상에 젊은 날을 고스란히 바쳐 억대 연봉에 이른 대표적인 사례다.


#대학간판 아닌 실속있는 진로 선택


이미 20대에 연봉 1억원을 받는 사람이 되기까지 권차장의 대학시절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91년에 국민대에 입학했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가 아니었지만, 전기대학 입시에 실패한 뒤 당시로서는 생소한 이름인 정보관리학과를 선택해 입학했다. 그때 진로 결정에 도움을 준 사람은 아버지(권익부 롯데중앙연구소 소장)였다.


아버지는 “대학 간판은 중요하지 않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원론적 충고와 함께 e비즈니스·시스템분석·정보화사회와 같은 미래 트렌드를 제시하며 학과 선택에 구체적인 조언을 줬다. 권차장은 재수하면서 1년을 허비하지 않고, 컴퓨터공학과 경영학과를 합쳐 놓은 정보관리학과에 입학해 경상대를 7학기 만에 조기졸업하면서 수석졸업자란 영예까지 동시에 거머쥐었다.


“고3 때보다 대학교 때 더 열심히 공부했다”는 게 권차장의 회고다. 군대도 1학년 마치고 다녀왔다. 사회 진출에 끊김없이 전심전력하겠다는 계획에 따라서다.


연봉 1억의 기틀을 다진 대학시절, 우선 영어실력을 탄탄하게 쌓았다. 외국 어학연수 기간은 총 2년. 하지만 자투리 시간을 모아서다. 영국·미국·호주에서 연수를 받았지만, 학교를 쉬거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다녀온 게 아니다. 미리 계획을 세워 기말고사 다음날 출국해 다음 학기 개학 전날 돌아왔다. 학과가 실용학과인 만큼 학교공부가 또한 미래를 위한 피와 살로 작용했다. 성곡·삼남 등 4년 내내 기업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 등록금을 한푼 안낸 것은 물론 용돈까지 공부로 벌었다.


#영어실력과 현장경험이 든든한 밑천


대학 4학년 때인 지난 95년엔 호주의 다국적 식품기업 퀘스트 인터내셔널에서 3개월 동안 인턴직을 수행했다. 또 그해 가을엔 LG그룹의 제1회 ‘LG 21세기 선발대’로 선발돼 탐방활동 후 은상을 받았다.


직장생활은 96년 시작했다. 현재 8년차. LG전자에 입사했다가 LG전자와 한국IBM의 전략적 제휴에 따라 소속 사업부와 함께 LG IBM으로 회사를 옮겼다. 기술지원팀에 소속돼 현장 엔지니어로 바닥을 뛰었다. 이때의 경험이 자신의 직장생활에서 두고두고 큰 자양분이 됐다고 권차장은 평가했다.


남을 배려하는 대인관계에도 신경썼다. LG IBM 재직시절인 97년 임직원 투표를 통해 ‘올해 최고의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상’을 받는 등 직장생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좋은 평점과 높은 연봉을 위해 권차장은 그동안 적잖은 대가를 지불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회사에 와서도 입사 후 2년동안 하루에 평균 15시간을 일했다. 휴일에 쉬지도 못했다. 물론 성공을 잣대로 한 자신의 인생이 삭막하단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모든 걸 다 누릴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두루 ‘人테크’…자기계발로 CEO 꿈꿔


많은 월급을 받지만 채 쓸 시간이 없는 요즘, 일이 끝난 다음에도 그는 바쁘다. 지난해 고대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과정(야간)을 시작했으며, 미국 재무분석사(CFA) 1차 시험에 합격해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나가고 있다.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보면서 중국어 공부도 10개월째 하고 있다.


그의 장차 희망은 최고경영자다. 꿈을 이룰 때까지 앞만 보고 뛸 각오다.


-자신만의 특장 개발, 이직통해 경력관리-


▲‘연봉 1억’받는 사람들


‘연봉 1억원’을 받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금융·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이런 이들이 많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고용주가 연간 1억원을 한사람에게 보수로 흔쾌히 지불하기 위해서는 이밖에도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PTC 코리아 권규석 차장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자신만의 특장을 개발하고, 남들보다 더 노력하라는 게 채용전문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원칙은 물론 자영업이나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다른 모든 조건을 뛰어넘는 철칙이다.


젊은 고액 연봉자들 중에 외국계 기업 경험자가 많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앞둔 취업준비생이라면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 등 업무를 배울 수 있고, 경력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첫 직장을 선택하는 게 좋다.


‘연봉 1억’으로 가는 도정엔 대부분 이직이 따른다. 권차장도 국내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업무능력을 다진 다음 동종 업계의 다국적 기업 한국지사로 옮겼다. 이직은 연봉 상승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검증하고, 자칫 타성에 빠지기 쉬운 직장생활에 긴장을 부여하는 계기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마음가짐이다. 남들처럼 해선 남들보다 앞설 수 없다. 덜 벌고 덜 쓰면서 편하게 살겠다고 마음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 안치용·사진 정지윤기자 ahn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