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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트렌드] 라운지 음악에 취하다 / '포춘쿠키' 유희종 동문(시각디자인 94학번)
2004-05-27 17:03



라운지 음악으로 국내 가요의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있는 ‘클래지콰이’. 왼쪽 사진은 라운지 듀오 프로젝트‘포춘 쿠키’. 김태성 기자 라운지 음악이 국내에 본격 상륙했다. 라운지 음악의 발상지는 밤문화에 관한한 유행의 첨단을 걷는 프랑스 파리. 1996년 무렵 파리의 호텔 라운지와 카페.나이트클럽에서 틀어주던 음악을 담은 CD가 2년전부터 수입되면서 서울 강남과 홍대앞을 중심으로 뜨겁게 번지고 있다.최근엔 패션쇼. 클럽.레스토랑.호텔.CF 등에서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4만~5만원하는 2장짜리 수입 음반 '부다바(Buddha-Bar)'시리즈는 국내에서 1만장 가까이 팔려나갔다.







라운지 음악의 인기 DJ인 스테판 폼푸냑이 만든 '호텔 코스테'에 수록된'런던 인 더 레인'은 이기용이 모델로 출연한 '아미노 밸류'의 CF에 흐른다. 하우젠 CF 한채영편은 '호텔 코스테'2집에 실린 핑크 마티니의 '심파티크'를 배경에 깔았다. 호텔 라운지에서 탄생한 음악이라고 해서 '라운지 음악'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밋밋하게 흐르는 배경 음악이나 필리핀 출신 남녀 혼성 듀오가 부르는 흘러간 팝송 쯤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테크노 사운드에 댄스 비트를 가미한 도회적.이국적 분위기의 음악이다. 휴가지에 가져가고 싶은 CD 1위로 라운지 음악이 손꼽힐 정도다. 많은 이들이 세련미에 편안함을 갖춘 라운지 음악에 매혹되고 있는 것이다.




라운지 음악에 영향을 받은'클래지콰이''포춘 쿠키'등 새로운 프로젝트 그룹들이 인기를 모으면서 국내 가요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클래지콰이의 데뷔 앨범 'Instant Pig'는 인터넷 CD/DVD 쇼핑몰 포노의 가요 차트 1위에 올랐다. 작곡가 겸 건반 연주가인 김성훈(29)과 남자 보컬 알렉스(25)는 모두 캐나다 교포 출신이다. 여기에 연세대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여자 보컬 호란(25)이 가세했다. 이 앨범은 수록곡이 모두 고른 음악적 수준을 보인다. 넓지 않은 음역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풀어낸 노래는 그리 튀지 않아 클럽에서 '틀어주기 위한 음악'으로 손색이 없다.




달파란(강기영)이 프로듀서를 맡은 포춘쿠키의 '행운의 시작'도 라운지 음악의 가요화에 성공한 경우다. 유희종(28.국민대 시각디자인 전공)의 연주와 홍보람(26.서울대 서양화과 졸업)의 읖조리는 듯한 보컬이 어우러진 소박한 분위기다.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송'의 뮤직 비디오는 재편집되어 '쌈지 스포츠 CF'로 사용되고 있다.




'철이와 미애' 출신의 댄스 DJ 겸 프로듀서인 신철도 라운지 가요 음반을 제작했다. 여성 보컬 레드 레인은 강남의 고급 사교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가수다. 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라운지는 LP 시대에 대한 향수를 곁들인 부드러운 테크노 음악"이라며 "이국 정서를 앞세운 복고적 낭만주의"라고 풀이했다.




?클럽과 호텔에도 진출=지난 8일 서울 삼성동 J&J에서 열린 클럽 파티의 일등 공신은 단연 라운지 음악이었다. 너무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분위기에서 은은한 조명과 촛불 아래 느긋하게 칵테일을 즐겼다. 라운지 음악의 본산인 파리의 호텔 이름을 딴 '코스테'란 바도 생겼다. 패션쇼 음악 감독인 김지욱(33)씨가 운영한다. 논현동의 '클럽 미스터차우'는 완전히 몸을 맡겨도 좋을 만큼 소파가 널찍하고 높다. 매장(賣場) 음악 컨설팅 업체인 선진AEI의 유희정(31)씨는 "청담동에 있는 10여 곳의 바에서 라운지 음악을 틀고 있다"며 "주요 고객층은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의 전문직 종사자들"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 서울 광장동에 문을 여는 W호텔은 별 여섯개짜리 초특급 브랜드. 문을 열고 들어서면 DJ 박스가 눈에 들어온다. 푸근한 조명에 라운지 음악이 깔리면 클럽이나 카페에 잘못 들어온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 lully@joongang.co.kr > 사진=김태성 기자 < tskim@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