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양날의 검` 영구채, 득실 철저히 따져라 / 윤정선(경영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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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도 낮은 기업은 높은 이자비용 부담에도
기업이 발행하는 부채의 만기는 자금조달의 안정성과 금융비용을 비교형량하여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단기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재계약을 하거나 자금재조달방식을 새로 모색해야 함에 따라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반면, 만기가 긴 부채를 발행한다면 장기간동안 재계약에 대한 부담없이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단기부채에 비해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신용도가 높아 자금을 수시로 조달하는데 문제가 없는 기업은 금융비용을 낮추기 위해 단기부채를 통한 자금조달을 선호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은 높은 이자비용을 무릅쓰고라도 장기채권을 발행함으로써 빈번한 자금재조달에 따르는 부담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이 부채의 만기를 자금조달의 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최근 국내 일부기업들이 영구채권의 발행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순수한 경제학적 정의에 따르면 영구채란 영구히 이자만을 지급하는 채권으로 채무자가 원금상환에 대한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채권이다. 따라서 영구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안정적인 자금확보가 필요한 기업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구채가 갖는 이와 같은 장점에 주목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는 국내기업들이 발행한 영구채를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결정함으로써 국내기업들은 경영참여를 하지 않으면서도 부채비율 또한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구채의 발행이 국내기업의 재무적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요인은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자본의 원천인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배당을 받을 권리를 부여받는 반면, 영구채를 보유한 채권자는 이자를 지급받을 권리를 부여받게 된다는 점이다. 배당과 이자가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는 지급의 강제성에서 비롯된다. 배당은 주주가 지급을 강제할 수 없어 수익성이 하락하는 등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수년간 지급되지 않더라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반면 이자는 기업의 수익성이나 경제 환경과 무관하게 무조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으로 이자가 연체되는 기업은 파산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동일한 부채비율이라고 하더라도 영구채를 발행한 기업은 모든 자본을 주식을 통해 조달한 기업에 비해 이자비용이 높을 것이므로 재무건전성 분석 또한 이와 같은 차이를 반영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영구채를 발행하는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영구채에 부가된 조건에 대해 상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기업이 발행한 영구채 중 상당수가 스텝업(step-up) 조항과 채권자의 풋옵션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텝업 조항이란 채권발행 이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채권의 금리가 자동으로 인상되는 조건을 의미한다. 따라서 스텝업 조항이 부여된 영구채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금융비용이 크게 상승하여 발행기업에게 큰 재무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영구채에 포함된 풋옵션은 채권자가 만기가 없는 영구채에 대해 중도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채권자는 시중금리가 상승해 영구채의 금리에 비해 시중에서 더 높은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거나 발행기업의 재무적 건전성이 훼손돼 이자가 연체될 가능성이 증가할 경우 풋옵션을 행사하여 원금상환을 요구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채권자에게 부여된 풋옵션 조건은 영구채 본연의 자본조달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에 비춰 볼 때 최근 일부 국내기업이 발행한 영구채권이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부채비율과는 별개로 영구채가 유발하는 이자비용과 더불어 발행조건에 포함된 다양한 단서조항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윤정선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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